
진짜가 나타났다! 갖출 거 다 갖춘 팔방미인 니로
한국의 소비자들은 눈높이가 상당히 높다. 멋진 디자인은 물론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 실용성, 첨단기능에 이제는 경제성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시절을 지났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하지만 그만큼 한국의 자동차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반면 아쉬운 점은 국산차만 놓고 봤을 때 그동안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인데 니로처럼 틈새시장을 공략한 모델 역시 과거와는 그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니로의 인기는 출시초기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제성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신개념 SUV인 니로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함을 두루 갖춘 모델이다. 수입차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은 국산차 시장에서 니로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바랐지만 없었던 차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고려해 디젤이나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는 있었지만 무엇인가를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수입차로 눈을 돌리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 실속파들의 훌륭한 파트너
니로의 크기와 형태를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면 애매하기도 하다. 크기만 놓고 보면 중형 SUV보다 다소 작고 일반적인 준중형차보다는 살짝 크다. 편의상 SUV로 부르기도 하지만 MPV가 가진 특징도 가지고 있고 주행감성이나 실내를 보면 승용차에 가깝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가장 갈등하는 부분이 바로 보디 형태인데 국내 하이브리드는 대부분 세단 형태의 보디를 가지고 있다. 실용적인 것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흔하디흔한 세단형 보디는 크게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다. 여기에 공간 활용성까지 더해지면 니로의 보디 스타일은 실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준중형차와 비슷한 크기, SUV가 가진 공간 효율성, 하이브리드 특유의 경제성까지 갖추면서 까다로운 실속파들의 입맛을 맞추는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는 편이 훨씬 낫다. 혹자는 니로의 디자인이 밋밋하고 심심하다고 하지만 반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라는 평가도 있다. 디자인은 개인의 호불호가 강한 부분이다 보니 정확하게 ‘어떻다’ 라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의 이미지에 가깝다. 눈에 확 띄는 강력함이나 날렵함 대신 단정하고 담백한 쪽에 가깝다. 그래도 기아 자동차가 추구하는 디자인 요소는 곳곳에 심어져 있어 누가 봐도 기아 패밀리임을 알 수 있다.

실내는 외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겉에서 보면 차체 크기가 그렇게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하다. 꼼꼼한 패키징과 다양한 편의 장비는 물론이고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차에 비해 훨씬 넓게 느껴진다.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에 적재공간까지 고려하면 웬만한 중형 SUV 부럽지 않은 모습이다.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된 큼직큼직한 버튼과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계기판까지 모든 부분이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다. 실내 패키징은 갈수록 고급화를 추구하는 동급 세단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소재나 마감, 버튼과 인터페이스는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준중형차의 최고급 사양 수준이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경제성에 집중했던 그동안의 하이브리드 모델과는 분명하게 차별되는 부분이다.

엔진은 직렬4기통 1.6ℓ가솔린을 기본으로 32kW 전기모터(PEHV는 44.5kW)가 추가된다. 기아자동차는 중량을 8.4kg 줄인 리튬 이온 통합 배터리팩 덕분에 레그룸 공간을 9ℓ 정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니로의 동력계는 효율에 중점을 두었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작동은 도로 상황에 따라 변하며 제공되는 주행모드는 에코와 스포츠 두 가지이다. 여기에 EV 모드가 따로 있어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할 경우 완전 전기차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은 감속이나 내리막길 주행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PHEV 모델은 별도의 충전이 가능한데 일반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하거나 가정용 220 볼트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다. 가정용 220 볼트 콘센트를 이용할 경우 완충까지는 4시간이 걸리며 최대 주행거리는 약 40km 정도로 웬만한 출퇴근 거리를 커버할 수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승 기간 동안 4시간 완충 후 완전 전기차 모드로 주행한 거리는 약 50km가 조금 넘었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이나 주행 환경에 따라 주행거리는 조금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 안락한 주행성능과 진짜의 이야기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입견 중에 하나는 연비는 좋지만 일반 내연기관만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비교적 ‘안 나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부분들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하이브리드는 고속 주행에 불리한 부분이 있다. 무거운 배터리팩과 연비 중심의 세팅, 효율성을 강조해 편의장비를 줄여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실 니로를 시승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이 고속 주행 안전성인데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 치고 나가는 힘이나 급가속 때의 움직임은 훨씬 부드러웠다. 또한 니로를 선택하는 소비층 자체가 스포츠 감성이나 탄탄한 주행 성능보다 정숙성 및 안락함에 중점을 두다보니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시내 주행에서는 비교적 단단하고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의 움직임을 운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준다.
엔진의 동력은 수동 겸용 6단 DCT를 통해 전달되는데 하이브리드에 많이 사용하는 CVT에 비해 좀 더 운전하는 맛이 살아 있다. 효율을 강조했지만 운전 재미에 있어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가진 본능을 남겨둔 것 같다.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동력 효율은 매우 바쁘게 움직인다. EV 모드와 가솔린 엔진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이 매우 빠르고 그만큼 동력계도 분주하다. 운전자가 이 모든 상황을 체크하는 게 번거롭지만 여유가 있을 때 계기판에 나타나는 동력 흐름도를 보면 생각보다 정밀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력계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실내는 늘 쾌적하다. 엔진이 구동되거나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 작동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으며 내외부의 소음은 최소화했다. 물론 가솔린 엔진 모드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있긴 하지만 시끄럽거나 거슬리지 않고 EV 모드에서는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 외에 소음은 거의 없다.
시승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단연 연비이다. 처음에 차를 받았을 때 연료계는 약 4분의 1 정도였는데 200km가 넘는 주행 거리를 다녀도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만약 시승이 아닌 일상 주행에 사용한다고 하면 그야말로 ‘언제 주유소 갔는지 가물가물할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연비는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평균적인 주행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경제성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차들만 누릴 수 있는 세금 감면 혜택(개별소비세, 취득세, 공채 할인, 정부 보조금)까지 합치면 동급이나 한 등급 위 중형 디젤 SUV 보다 훨씬 더 메리트가 올라간다.

니로가 진짜인 이유는 바로 기존 하이브리드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있다. 준중형 플랫폼으로 만들었지만 중형 SUV 못지않은 공간 활용도, 위로 한 체급을 아우르는 효율성, 실용적인 패키징 등 이 모든 것을 차종 하나에 다 넣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등급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배치했다는 점이 니로가 독보적으로 자리매김한 가장 큰 비결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