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완성차 시장, 누가 누가 잘했나 (3): 제조사별
티볼리의 쌍용차, RV 강자 기아차, 바람 앞 등불 한국지엠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51.7%, 62.4%, 3위.

◆ 쌍용자동차

대대로 RV 명가임을 강조해온 브랜드가 있다. 쌍용차다. 그런데 올 상반기 쌍용차가 R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6%였다. 기아차 점유율의 절반가량이다. 그들 뒤로는 22.9% 점유율을 보인 현대차가 있다. SUV 부문에만 국한해 보면 상황이 더 안 좋다. 쌍용차는 20만9,000여대가 팔린 상반기 SUV 시장에서 5만1,000여대 판매로 24.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위로는 7만4,600여대(35.8%)의 기아차와 5만3,287대(25.5%)의 현대차가 있다. 판매량과 점유율 기준으로 보았을 때 RV 명가라는 쌍용차의 주장은 이제 설득력이 떨어진다.

쌍용차 자체만 봤을 때는 상황이 썩 나쁘지 않다. 지난 2014년 국내 SUV 시장에서 쌍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6.9%에 불과했다. 당시 SUV 부문 점유율 1위는 39.3%의 현대차였다. 그러다 이듬해 소형 SUV 티볼리가 투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해 쌍용의 SUV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20.5%까지 올랐고 판매량도 9만2,000여대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는 점유율과 판매량 각각 21.4%와 9만7,000여대로 한층 더 성장했다. 경영상태도 9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모두 티볼리 덕분이었다.



티볼리 판매는 올해도 꾸준하다. 상반기 2만8,624대 판매로 전년 동기대비 655대 늘었다. 지난 7월도 흔들림이 없었다. 4,479대 판매로 소형 SUV 시장 부동의 1위다. 스토닉과 코나(3,145대, 7월 기준) 두 가지 신규 모델도 현재로선 티볼리 판매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은 모습이다. 트랙스(1,282대)와 QM3(1,379대, 이상 7월 기준)도 판매량이 늘어난 것을 보면 소형 SUV는 시장의 한계를 깨고 스스로 규모를 확장해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차그룹의 신규 소형 SUV 출시에 즈음해 불거졌던 티볼리를 향한 우려는 어쩌면 기우에 그칠지 모른다.

걱정은 티볼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있다. 코란도 C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고, 코란도투리스모는 월평균 판매량이 300여대에 머물러 있다. 16년 만에 세대 변경한 G4 렉스턴 역시 5월 2,733대, 6월 2,708대에서 지난 7월 1,586대 판매로 신차효과가 빠르게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저가모델(티볼리)이 전체 판매의 51.7%를 차지하는 현 상황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 노후화된 제품의 세대교체가 시급한데 가장 빨리 나올 쌍용 신차는 내년께의 코란도 스포츠 후속 모델이다. 티볼리와 판매 볼륨 부담을 나눠가져야 할 코란도 C 후속작은 2019년 정도는 돼야 선보일 전망. 쌍용차에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 기아자동차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분주했던 제조사를 꼽으라면 단연 기아자동차다. 1월 완전신형 모닝을 시작으로 중형 스포츠 4도어 쿠페 스팅어(5월), 소형 SUV 스토닉(7월) 등의 신규 차종 출시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의 판세를 바꾸거나(모닝) 새로운 시장을 열거나(스팅어) 시장에 새롭게 투입되는(스토닉) 제품이라는 점에서 하나같이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모닝의 경우 스파크에 빼앗겼던 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판매량은 3만3,300대(구형 TA 판매량 제외)로 2만3,938대 판매에 그친 스파크에 9,300대 이상 앞섰다. 최근 발표된 7월 판매실적을 더해도 모닝 판매량은 스파크보다 1만3,800대 가량 많다. 하지만 경쟁모델을 이긴 것만으로 기뻐할 일은 아니다. 경차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는 조짐이 있고(올 상반기 경차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만5000대 줄었다), 모닝 역시 완전신형임에도 모델 체인지 직전 제품을 상회하는 판매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산 프리미엄 D 세그먼트 시장의 문을 연 스팅어는 출시 첫 달 370대, 지난 6월 1,322대에서 지난달(7월) 1,040대로 등락이 적지 않다. 2.0T(837대)와 2.2 디젤(725대, 이상 상반기 누계 기준) 등 4기통 모델이 전체 판매대수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을 부르짖는 제조사와 달리 스팅어를 대하는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가격대비가치’에 머물러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승용차 부문은 기아자동차의 큰 고민거리다. 상반기 판매량 합계 11만여대로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 정도다. 2년 전까지 30% 이상 점유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30% 벽이 무너진 이후 좀처럼 반등의 조짐이 없다. K3의 시작가격을 내리고 K5에 성능 중심의 GT 모델을 추가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백약무효다. 상반기 K3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6,200여대 떨어졌고 K5는 5,679대 빠진 1만9,329대에 머물렀다.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2만600여대 판매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K7 정도다(하지만 K7 역시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30% 가까이 판매가 줄었다).

반면 SUV와 CDV 시장에선 압도적인 모습이다. 상반기 SUV가 7만4,621대, 미니밴 등 CDV가 3만7,397대 팔리면서 해당분야에서 각각 35.8%와 85.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SUV와 CDV를 모두 합친 RV 전체 시장(23만2,873대) 기준 점유율은 무려 62.4%에 달한다. 쏘렌토(3만3,600대)와 모하비(8,729대)가 해당시장 판매 선두에 있고 스포티지(2만923대)가 투싼에 738대 뒤진 2위를 달리는 등(이상 상반기 기준) 세부모델 판매도 탄탄하다. 스토닉도 시판 첫 달(7월) 1,342대 판매로 출발이 나쁘지 않다. 현시점, 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RV 강호다.



◆ 한국지엠

상반기 7만2,709대를 팔았다(버스, 트럭 제외). 판매량 기준으론 현대, 기아에 이은 3위다. 전년 동기대비 1만3,252대 줄었지만 대부분이 경차인 스파크의 판매 감소분(-1만6,845대)이다. 경차를 제외한 부문별 성적은 꽤 준수했다. 소형 SUV(트랙스) 판매량은 5,354대에서 8,781대로 3,427대 늘었고, 크루즈 판매량도 완전신형답지는 않지만 6,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6대 많다. 중형 세단(말리부) 역시 1만2,571대에서 1만9,700대로 7,129대 판매가 늘었다. 말리부의 경우 주력인 1.5T 모델이 1만3,978대 팔리면서 SM6 2.0 GDe(1만1,894대)를 추월했다. 마이너스 성장한 부문은 미니밴(올란도)과 중형 SUV(캡티바), 준대형 세단(임팔라) 등 월평균 판매량이 200~800여대 미만인 ‘큰 기대 없는’ 모델들뿐이었다.

내수 시장만 봐선 제법 건강한 판매 분포지만 지금의 한국지엠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유럽 수출의 핵심이던 오펠-복스홀은 PSA로 넘어갔고, 오는 10월이면 산업은행이 품고 있던 지분매각거부권(비토권)이 소멸된다. 적자경영은 호전될 기미가 없고 생산성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지엠 철수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배경이다. 방법은 내수시장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GM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한국지엠 주력 제품들(크루즈, 말리부)은 생산단가가 높고 상품성 개선 작업도 더디다. 시장 대응 능력이 떨어져 기본기 탄탄하다는 장점만으로는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꼴찌보다 더 아슬아슬해 보이는 국내 승용차시장 ‘넘버 쓰리’의 현재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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