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의 낯설게 만드는 전략 통했다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요즘 사고 싶은 현대차가 생겼다. 소형 SUV 코나다. ‘사고 싶다’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현대차는 ‘사고 싶은’ 차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 산다는 뜻은 아니다. 마음에서 우러나 사고 싶다기보다는 ‘이성적 선택지’였다.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일단, 현대차부터. 게다가 점조직처럼 깔린 서비스센터는 매력적이다. 되팔 것까지 생각하면 안 살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성적으론 명확하다. 하지만 몇몇 요소가 걸린다. 기업의 태도는 차지하자. 상품 자체로 봐도, 감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의외로 감성이 중요하다. 많은 이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다가 결국 감성에 휘둘려 결정하니까. 디자인이, 그래서 중요하다. 현대차는 개체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긴 한다. 외국에서 쏘나타를 보면 디자인이 꿇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택시와 함께 달리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무튼 한국에서 살아가니, 좋은데 특색 없는 차로 머문다.



코나는 다르다. 그동안 현대차가 선보인 생김새와 사뭇 달랐다. 특이하면서도 자꾸 보게 한다. 특이한 차는 예전에도 있었다. 감각을 투여했다고 자랑한 벨로스터를 보자. 특이한 건 알겠지만, 소유욕을 부르진 않았다. YF 쏘나타도 특이하기로는 만만치 않다. 완벽하게 특이하기만 했다. 눈에는 띄지만, 자꾸 고개를 돌리게 했다. 코나는 그 지점에서 줄을 꽤 잘 탔다.

코나를 보면 두 가지가 도드라진다. 분리형 전조등과 휠 하우스와 연결된 사이드 범퍼다. 그동안 현대차에서 보여주지 않은 시도다. 호불호가 발생할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점점 매끈하게 뽑아내는 데 주력해 심심하던 차였다. 디자인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흥미는 좀 떨어졌달까. 물론 기아차처럼 이런저런 시도로 괴상한 쪽으로 진화하는 것보단 낫지만. 그런 차에 생김새만으로도 혹하는 모델이 등장한 거다. 기아차가 아니라 현대차여서 더 흥미로웠다.



분리형 전조등은 익숙하지 않아도, 안면이 있다. 닛산 주크부터 시트로엥 C4 칵투스까지 경험치가 쌓였다. 처음엔 낯설었다. 지금도 낯설지만, 이젠 몇 번 눈에 담긴 이후이기에 터부가 적다. 오히려 현대차는 이 낯선 디자인 언어를 꽤 세련되게 뽑아냈다. 현대차는 혈기방장한 디자인에서 방향을 선회하던 중이었다. 이젠 완숙미란 단어를 붙일 때쯤 새로 시도한 셈이다. 정제된 와중에 발랄한 요소를 더해 매끈하게 뽑아냈다. 소형 SUV라는 장르에도 알맞다.

휠 하우스와 연결된 플라스틱 범퍼도 흥미롭다. 하키 헬멧이 모티브란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세련된 상단과 대비되게 투박하게 뽑아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대차는 있어 보이는 거 좋아한다. 의외의 선택이다. 해서 코나가 더 재밌달까. 기존 현대차와 표현 방식이 다르다. 혹자는 플라스틱이 차체 밖으로 드러나는 걸 싫어한다. 오래되면 변색되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이젠 잘 안 하는 옛날 방식이라, 오히려 더 감성을 자극한다.



매끈한 위쪽과 상충하는 아래쪽의 조합이 신선하다. 좋고 나쁜 걸 떠나 취향을 건드린다. 현대차에 그런 차가 있었나?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드물어서 반갑다. 앞으로 현대차 SUV 디자인에 분리형 전조등이 도입된다는 얘기가 있다(신형 싼타페 스파이샷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각 모델이 어떤 식으로 변모할지 궁금해진다. 역시 현대차 후속모델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었나? 가격 대비 효율적이어서 궁금한 적 말고는 별로.

코나는 취향을 건드린다. 그냥 예산 정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는 이성의 영역과는 다른 범위다. 원래 이성 영역은 현대차가 잘해왔다. 소형 SUV 시장은 경쟁 차종도 꽤 많다. 해서 더 취향이 중요하다. 현대차가 코나를 통해 다른 영역을 고려하기 시작한 걸까? 코나가 그 신호라고 해도 무방하다. 코나는 매끈하면서도 투박한, 설왕설래를 유발하는 요소를 간직했다. 현대차에게 지금까지 없던 요소인 건 분명하다.



소유하고 싶다는 건 자신과 접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냥 도구로서 필요해서 구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코나는 그 접점을 낯선 형태에서 촉발시킨다. 어둠이 살짝 깔리는 도심에서 코나의 분리형 램프가 빛낼 때, 왠지 뿌듯할 듯하다. 작은 체구지만 몇몇 요소가 당돌하게 보이게 한다. 그 요소들이 탐나기 시작했다. 자동차 브랜드 엠블럼 떼고 보면 더 탐날 거다. 그만큼 현대차에서 코나는 전략적이다. 그 전략이 효과적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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