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엔진룸 누수, 걱정할 필요 없는 까닭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요즘 현대 코나의 품질 문제로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습니다. 새 차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 모델은 일년, 아니면 최소한 반년이라도 지켜본 다음에 구입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지요. 코나에 대해서는 풍절음이나 듀얼 클러치 차량에서 자주 보이는 출발시나 저속 주행시 헌팅 현상, 즉 꿀렁거리는 현상 등이 주로 거론되곤 하더군요. 아직까지는 심각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고객들에게는 다행인 소식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바로 ‘엔진룸 누수’입니다. 차 밖에서 물을 붓거나 고압 세차기로 물을 뿌리면 보닛의 틈새 등으로 물이 유입된다는 것입니다. 엔진룸에는 정교한 전기 전자 부품들이 많이 있는데 물에 젖으면 고장 날 위험이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당장은 아니라도 부식이 일어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엔진룸에 물 튀는 것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차가 아닙니다. 보닛의 틈새로 들어오는 물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웅덩이에 고인 물을 바퀴로 밟아서 엔진룸 아래로부터 쳐들어오는 드센 물살에 견디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홍수에 침수된 상태에서도 전조등이 켜져 있고 와이퍼가 계속 작동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의 전기 회로는 방수 처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실내가 아닌 엔진룸에 있는 컨트롤 유닛들과 같은 정밀한 전자 장치들은 밀폐 케이스에 들어있는 것도 모자라서 회로 기판과 소자들을 모두 방수 실리콘 안에 담가버리는 정도로 완벽을 기합니다.

물론 엔진룸 안에 물이 좋을 리는 없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물이 고이면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실내로 공기가 들어오는 앞유리 앞의 엔진룸 격벽 근처의 공간에 물이 고이기 쉽습니다. 먼지나 낙엽으로 배수로가 막혀서 물이 고이면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이 곳에는 실내로 공기가 들어오는 흡기구와 함께 물에 민감한 컨트롤 유닛들이 장착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은 물이 직접 닿지 않도록 커버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고 엔진룸에서 가장 높은 위치라는 점이 물에서 가장 잘 보호되어야 하는 위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엔진이 숨을 쉬는 공기 흡입구로 물이 들어가면 엔진이 망가진다는 것은 상식일 겁니다. 자기 차의 엔진 흡기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두어야 괜히 실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어떤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들이 최대한 낮은 곳에서 밀도가 높은 공기를 흡입하면 엔진 성능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범퍼 아래에 엔진 흡기구를 두었다가 대수롭지 않은 물에도 엔진이 깨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사실 자동차에서 물조심을 해야 할 부분은 물을 잘 내보내는 것입니다. 선루프가 달린 차는 선루프 레일에 고인 빗물을 배수하기 위한 배수 파이프가 차체의 기둥을 따라서 차 바닥까지 길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루프 레일을 가끔 청소해 주세요. 비가 많이 오거나 세차장에서 스며든 물이 선루프 레일 부근의 먼지를 덩어리지게 만들고 파이프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선루프 레일의 물이 천정을 적시고 실내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에어컨디셔너의 증발기 응축수 배수 호스입니다. 이 호스가 제자리에서 빠지면 실내로 증발기 응축수가 흘러듭니다. 실내가 홍수가 납니다. 그리고 실내에 있는 전자 부품들은 엔진룸의 그것들과는 달리 방수 대책이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젖으면 큰일이 난다는 뜻입니다.



사실 엔진룸은 물이 안 들어오는 것보다 공기가 잘 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은 자동차의 엔진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고성능을 냅니다. 힘을 많이 쓰는 만큼 열도 많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들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점점 유선형으로 바뀌고 공기가 들어올 틈을 없애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공기가 덜 들어오는 엔진룸 안에서 공기들이 최대한 잘 흐르면서 열을 빼앗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기 유동 설계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엔진룸은 방수가 아닙니다. 부품들은 방수입니다. 그리고 엔진룸의 가장 큰 적은 열입니다. 이제는 엔진룸이 물에 젖는 것보다 열을 잘 빼 주는 데에 신경쓰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