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1) - 전문기업의 중요성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오늘은 예고편 성격의 글을 한 편 드립니다. 저는 다음주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하러 금요일에 출국합니다. 전에는 직장의 일이었고, 취재를 위한 출장인 적도 있었지만, 저에게 모터쇼는 공부하고 흐름을 읽는 중요한 깨달음의 장소입니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유럽의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쇼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독일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는 자동차 기술 전문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기술의 거인인 보쉬와 컨티넨털을 비롯한 세계적 자동차 전문 기업들이 대거 참가합니다.
자동차 기술 전문 기업들을 보면 자동차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시하는 모델은 월드 프리미어로 세계 최초 공개하는 모델까지도 이미 현재의 모델입니다. 콘셉트 카들은 미래에 나올 모델의 힌트를 제공할 뿐 아직 정확한 그림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 기업들이 소개하는 신기술들은 이미 개발이 거의 완료되어 향후 3~5년 이내에 도로 위의 자동차에 적용될 것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업종의 전문 기업이 유사한 기술을 동시에 내놓는다면 틀림없이 실용화될 기술입니다. 아마도 저는 6관과 8관을 중심으로 분포한 전문 기업들 사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흥미로운 전시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것은 3.1관(우리 식으로는 3관 2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뉴 모빌리티 월드 New Mobility World’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자동차 산업의 영역으로 새롭게 간주된 분야들, 즉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도심형 이동 수단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곳입니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부스를 차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전시 체험, 유력한 인사들의 강연 등 새로운 시각들이 엄청나게 제시될 예정입니다. 저는 이 곳의 세미나 여러 개에 이미 등록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연합 및 합병이 매우 활발합니다. 따라서 자동차 브랜드들과 기존의 자동차 기술 전문 기업들, 그리고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는 IT 기업들의 연합의 최신판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연합에서는 자동차 브랜드와 IT 기업들 사이의 움직임이 주로 대두되었지만 이번 모터쇼를 통하여 기존의 기술 강자들이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자 밑그림을 그려왔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왜냐 하면 그들이 없이는 새로운 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양한 – 심지어는 적대적 또는 경쟁 관계에 있는 – 연합에 동시에 참가하고 있는 일부 자동차 브랜드들의 최신 입장을 확인하면서 기술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다임러 벤츠 그룹, BMW 그룹, 폭스바겐 그룹 등 독일 3사를 중심으로 브랜드들의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전히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 있습니다. 디젤 게이트입니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구설에 올랐고 보쉬는 여전히 의혹 어린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살피는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훨씬 중요한 정보인 ‘앞으로 디젤차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의 보도들 가운데에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디젤의 고향이기도 한 독일 현지에서 유럽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모터쇼에는 역시 재미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자동차의 황금기였던 1970년대를 추억하는 올드 타이머들의 전시가 기획되어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아웃도어 체험을 통하여 지난 몇 해 사이에 유럽의 자동차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가볍게나마 경험하고자 합니다.
제가 순수하게 사비를 들여 모터쇼를 가는 이유는 철저하게 중립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사는 한두 개 정도만 쓸 예정입니다. 다만 느낀 점이 있으면 이곳 다음 칼럼 등의 채널을 통하여 그 인사이트를 여러분과 나눌 예정입니다.
요즘처럼 정신없이 세상이 흘러갈 때 잠시 넋을 놓았다가는 자칫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는 해와 느긋하게 있다가 떠오르는 샛별을 놓치고 구시대의 끝자락을 잡고 함께 가라앉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도 공부해야 합니다. 정확한 소식을 다음 주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