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차는 왜 대체부품 인증제도 동참하지 않는가?
소비자들이 차를 더 싸게 고칠 수 있는 제도에 정작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대체부품 인증제도라는 게 있다. 자동차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판매한 자동차 부품이 파손됐을 때 순정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물론 자동차 부품의 규격과 재료의 화학적 특성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만든 순정품과 같거나 유사할 경우에만 인증기관에서 성능과 품질을 인증해 주는 제도다.
대체부품 인증제가 도입된 계기는 수입차의 높은 부품값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수입차의 순정부품 공급가가 국산차에 비해 훨씬 높아 소비자 부담이 클뿐더러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높아졌다고 판단해 지난 2015년 1월부터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소비자 부담이 줄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으니 좋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더불어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정착되면 영세한 자동차부품 제조사들의 성장도 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부품사는 자동차 제조사에 OEM 형식으로 납품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하청 구조에서는 아무래도 경영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파업이 잦다. 공장 가동이 수시로 멈추니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심이다. 그렇다고 하소연도 못 한다. 그냥 숨죽이고 어서 빨리 공장이 돌아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게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의 숙명이다.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도입으로 여러 수입 브랜드의 부품을 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잘만하면 독자적인 브랜드도 구축해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수출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들의 눈치만 보면 눈치만 봐왔던 국내 부품 제조사들에게는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좋은 제도가 활성화가 되지 않는 데 있다. 애초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6개월간 인증을 통과한 제품이 단 한 개밖에 없었다. 인증 통과를 위한 준비 기간이었으니 당연하다. 제도가 시행된 지 2년 8월이 지난 지금은 대체부품이 239개 품목에 이른다. 벤츠 S 클래스 후드를 비롯해서 BMW X5 범퍼, 토요타 프리우스 펜더 등 국내 부품제조사가 생산한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 부품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지식경제부 산하기술표준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보험개발원의 80가지에 달하는 시험을 통과한 제품이다. 순정품에 비해 기능과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순정품보다 인장강도나 열변형 등에서 더 뛰어난 제품도 있다고 한다.

2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 대체부품 판매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수입차 서비스센터에서 대체부품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대체부품을 취급하거나 유통하는 채널도 찾기 어려우니 대체부품 제도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안다고 해도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를 하기 때문에 부품가격을 따지지 않고 순정품을 쓰게 된다.
그런데 그동안 대체부품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대, 기아, 쉐보레, 쌍용, 르노삼성은 차체 안정성과 외장부품은 디자인권(보호 기간 20년)을 들어 대체부품 인증에 동참하지 않았다. 범퍼와 펜더, 램프 등 자동차 외장부품은 자동차 수리에 수요가 많은 부품이다. 차체 안전성에서도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디자인권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안전성을 들면서 대체부품 제도에 동참하지 않은 건 순정품 판매량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몰라도 지난 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한국자동차부품협회와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해 공동 조사와 연구를 하고 디자인권 보호 수준에 대한 당사자들의 협의를 이뤄내자는 것이다. 국산차 제조사들이 지금 당장 대체부품 인증제도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국산차 점유율이 80퍼센트가 넘는다. 국산차에 대체부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대체부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2013년 외장부품 시장 규모가 560억 달러인데 대체부품 시장이 52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이 제도로 소비자들이 얻은 이익이 23억 달러라는 통계도 나왔다.
소비자들이 차를 더 싸게 고칠 수 있는 제도에 수입사들은 동참하는데 정작 국산차 제조사들은 아직 참여를 꺼리고 있다. 그들에겐 국내 소비자를 배려하려고 국내 부품업체들과 상생하려는 마음이 없는 걸까?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하니 어서 빨리 국산차에도 대체부품을 사용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자동차 칼럼리스트 이진우(<모터 트렌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