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에쿠스는 왜 제네시스처럼 브랜드가 못됐을까
‘공범자들’ 이명박 전 대통령 vs 에쿠스 (2)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우리는 자동차를 보며 그 차를 타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대충은 짐작하고 또 알아맞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게 가능한 건, 자동차가 그저 기능이나 디자인 등으로 선택되는 것만이 아니라 특정 직업이나 부유함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선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벤츠가 성공한 대기업의 사장을 떠올리게 한다면, 체어맨은 중소기업 사장의 차를 생각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대자동차 에쿠스는 그 이미지가 이중적이다. 조폭들의 차로 이미지화 되어 실제로 그렇게 소비되던 모습과 함께, 대통령 같은 최고 권력자들이 타는 차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 영화 <공범자들>에는 이 중 후자의 이미지를 가진 에쿠스가 등장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 처음으로 대통령 의전차로 등장해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어진 에쿠스. 영화 <공범자들> 이야기와 그 속에 등장한 에쿠스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1부에서 계속)

정덕현(이하 정) : 최근 다큐 영화들을 ‘무비 저널리즘’이라고 얘기하는데, 영화가 영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언론의 역할을 해내는데서 붙은 지칭이다. 실제로 <공범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MBC, KBS 사태의 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대중들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다큐 영화로서는 놀라운 성적인 26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건 영화를 보는 것으로서 영화가 추구하는 언론 정상화의 길에 많은 대중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범자들>도 그렇고 <저수지 게임>도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많은 문제들을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조만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때는 불도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제는 그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강희수(이하 강)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영원한 권력이 없듯이 에쿠스라는 이름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 : 에쿠스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뜻인가.

강 : 그렇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를 스핀오프 하면서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다시피 ‘제네시스’는 2008년 처음 출시 된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 이름이다. 이왕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출범할 거면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의 이름을 따 ‘에쿠스 브랜드’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현대자동차는 새 프리미엄 브랜드가 제네시스가 된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한다. 1세대 제네시스가 처음부터 후륜기반의 프리미엄 차로 개발 됐으며, 현대차의 수직 라인업과는 별도의 엠블럼을 사용했고, 국내외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평가 받은 차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쿠스는 국내에서는 최고의 포지션이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제네시스 만한 브랜드 가치를 갖지 못했다.



정 :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의전차로 들어갔던 에쿠스가 이제 시대가 바뀌어 더 이상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 그 상황은 지금 현재 각종 무비 저널리즘 영화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황과 기묘하게 맞물리는 것 같다. 물론 무비 저널리즘 영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스타나 다름없다. 등장하기만 하면 대박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방영됐던 [MB의 추억]도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었다. 정산 코미디를 표방하며 과거 공약들과 그 결과들을 비교하는 이 다큐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을 빵빵 터트렸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만 나오면 영화가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린다. 물론 그건 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비판적 조소가 더 많이 들어간 이야기지만.

강 : 시대는 바뀌었지만 다큐 영화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계속 끄집어내고 있는 것처럼, 에쿠스도 제네시스라는 새 고급차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업으로 흡수됐지만 그 새 이름에는 여전히 그 잔상이 남겨져 있다. ‘EQ900’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거다. 제네시스 라인업은 G70, G80으로 이어지지만 G90은 수출용에만 쓰이고 국내에서는 EQ900으로 팔린다. EQ는 에쿠스에서 따온 머리글자임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16년을 다져온 에쿠스의 상징성을 한 번에 버리기는 아까웠기 때문이다.



정 : 에쿠스가 어떤 권력을 상징하는 면이 있지만, 영화 <공범자들>에서 나왔던 것처럼 어딘가 그 권력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덧씌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에쿠스라는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은 어두워진 면이 있다. 권력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리의 지난 두 정권의 권력들은 그 사용이 온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사람의 지위를 자동차가 드러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자동차도 타는 사람들에 의해 그 이미지가 영향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 : 영화 <공범자들>에서 집요하게 언론의 장악하려던 보수정권의 권력자들(하나같이 에쿠스를 타고 등장한)은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주범으로 질시를 받고 있다. “언론이 질문을 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가진다”는 영화 속 최승호 기자의 말처럼 권력에 의해 조정 되는 방송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의 사실조차 사실대로 전하지 못하는 처지가 돼 있었다. <공범자들>은 정권이 얼마나 집요하게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못 된 권력을 행사했고, 그 속에서 언론인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저항 했는지를 보여준다. 에쿠스(Equus)는 본래 말(馬)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차 이름으로서의 에쿠스는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자동차 모델로서의 에쿠스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국내용이라는 색채 탓에 이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단종 모델이 됐다. 영화 <공범자들>에서의 에쿠스는 언론을 장악하려던 절대 권력과 그 대리인들의 상징으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 적폐세력을 대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당한 에쿠스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흡수 된 상황은 영화 ‘공범자들’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묘하게 오버랩 된다.



epilogue. 권력과 권위는 제대로 했을 때 지켜진다

사실 권력과 권위는 팔로워십을 이끌어내야 하는 리더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그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걸 가진 자들이 이를 대중들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의 의전차가 방탄 기능을 탑재하고 두 다리를 쭉 뻗고 탈 수 있을 만큼 편안하며 기름을 도로에 뿌리고 다니고 심지어 외제차라고 해도 그건 국민이라면 누구나 허용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안전과 편의가 주어져야 그만한 국가의 중대사들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권력자들이 타는 에쿠스는 잘못이 없다. 다만 그걸 타는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에쿠스에조차 부정적 이미지가 깃들게 됐을 뿐.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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