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예비 아빠입니다. 10월에 아기가 태어나서 차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결혼할 때 모아둔 돈을 써서 목돈은 없습니다. 연봉은 4,800만원이고, 매달 대출과 생활비 등등 빠지면 100만원 정도 남습니다. 이중에서 매달 50만~70만원 정도는 자동차 할부 비용으로 쓰려고 합니다. 5년 할부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디자인, 성능 등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기와 아내와 같이 탈 자동차이니 안전이 중요합니다. 튼튼했으면 합니다. 트렁크 구조도 유모차 넣고 빼기 편했으면 합니다. SUV를 선호합니다. 아, 운전을 잘 못합니다. 10년 전에 면허 따고 지금까지 소유한 차가 없었습니다. 가끔 여행가면서 렌탈해서 운전한 게 다 입니다. 운전하기 편하고 안전한 자동차 추천 부탁합니다.
* 부탁의 말씀 : 자동차 브랜드는 잘 모르지만 쉐보레는 정이 안 갑니다. 쉐보레 제외하고 추천 부탁합니다.

Q1. 생애 첫차다. 게다가 신생아가 있는 가족이고. 먼저 고려해봐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미혼의 사회초년생이라면 선택이 쉽다. 본인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경제력이 충분한 사람이 개인용 세컨드카나 레저 등의 특수한 목적에 맞는 차를 고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의뢰인과 같은 경우다. 맞다. 생애 첫차를 구매하는 사람인데 가정을 꾸린지 얼마 되지 않았고 조만간 새로운 가족까지 맞이하게 된다. 한마디로 인생의 대전환기에 서 있는 사람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성인 남녀의 인생은 결혼하면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고 아이가 태어날 때 또다시 새로운 인생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다른 건 ‘내 욕심’보다는 ‘가족의 쓸모나 만족’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그중 대표적인 물건이다. 자녀가 없다면 그나마 낫지만 자녀가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의 가짓수가 성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사용자나 용도에 따라 여러 대의 차를 구비하는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도 있지만 대부분은 출퇴근이나 자녀의 등하교, 쇼핑이나 여행 등 가족 구성원의 모든 생활을 차량 하나로 해결해야 한다. 가족용 차 혹은 패밀리카로 분류되는 자동차가 ‘보편 타당한’ 범용 성격을 띠게 되는 까닭이다.

여기에 의뢰인처럼 첫아이가 태어나는 가정은 흔히 이런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가 클 때까지 잠깐만 탈 차를 살 것인지, 아니면 두고두고 오래 탈 만한 차를 고를 것인지의 고민이다. 이 경우 의뢰인 가정의 자녀 양육 계획에 따라 선택 가능한 차종이 달라진다. 자녀 한 명으로 만족한다면 소형이나 준중형 세단 혹은 SUV로 충분하지만 두 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고자 계획을 세웠다면 아무래도 공간이 넉넉한 중형 이상 SUV나 미니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형편에 맞는 자동차를 장만해 타다가 둘째, 셋째가 태어나면 더 큰 차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자동차는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인 동시에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다. 그런데 주택이나 아파트와 달리 자동차는 재물의 가치가 상승할 거란 기대가 ‘1’도 없다. 오히려 계약서에 사인해 내 것이 되는 순간 구매가에서 10% 이상 값어치가 떨어진다. 자녀 양육비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생활비의 절반가량은 순수하게 자녀 양육비로 쓰인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자녀가 성장한다고 해서 줄어드는 법이 없다. 자녀가 늘 때마다 덩달아 증가할 양육비를 생각하면 ‘그때 가봐서 더 큰 차로 바꾸지’ 같은 철부지 같은 말은 하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중고 가격의 방어가 가능한 3년 미만에 차를 되팔아 최소 비용만 들여 더 큰 차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그러자면 애초에 감가가 적은 무채색 계열의 베스트셀링 패밀리카를 구입해 매우 정성껏 관리해야 한다. 차에 그 정도로 공들일 자신이 없다면 최소 6~7년, 길면 10년쯤 탄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자동차를 골라야 두고두고 후회가 없다.
<모터 트렌드> 편집장 김형준

Q2. 의뢰인의 형편에 맞춘다면 얼마짜리 차가 적당할까?
의로인이 한 이야기에 근거해서 차량 가격대를 예상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매달 100만원 정도이고 그 중에 50만~70만원을 자동차 할부 비용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 비용은 ‘할부금+차량 유지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할부금은 30만~50만원 수준이 된다. 나라면 할부금이 40만원을 넘기지 않도록 하겠다. 차량 유지비로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의뢰인이 처음 사는 차라고 한 만큼 아마 차량에 꾸미고 싶은 부분도 많고, 가족과 함께 차로 다니고 싶은 곳도 많을 것이다. 매달 그런 명목으로 나가는 돈을 계산해보면 깜짝 놀랄 거다.
구매 가능한 차량 가격대를 좀더 상세하게 산출해보자. 의뢰인이 1000만원 정도의 예비 자금을 갖고 있다면 500만원가량은 선수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500만원은 등록비 및 보험료 등의 초기 비용 몫으로 지불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차량 할부구매의 연 이자율을 신용카드사 오토할부와 자동차 제작사의 캐피털회사 할부 중간인 4%로 가정하면 2,000만원을 60개월(5년) 할부로 납입할 경우 월 납입금이 36만원 정도다. 즉, 의뢰인은 2,500만원짜리 차를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등록비와 보험료를 너무 높게 설정한 것 아니냐고? 차량을 소유한 이력이 없기 때문에 보험료는 비쌀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새차를 사면 들어가는 비용이 꽤 있다. 틴팅이나 블랙박스, 또는 옵션에 따라서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매립 등 기본 지급품이나 영업사원 서비스보다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차량 가격이 2,500만원 정도라면 소형 SUV의 상급 트림에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해 장만할 수 있다. 또는 준중형 SUV의 중저가 트림도 구매가 가능하다. 의뢰인이 유모차 얘기를 했는데 만약 프리미엄급 대형 유모차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뒷자리 등받이를 접지 않고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소형 SUV는 쉐보레 트랙스가 유일하다. 한쪽 뒤 시트만 접으면 모든 소형 SUV가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아기 옆에 엄마가 탈 수 없다. 게다가 유모차를 고정하지 않으면 아기도 위험해 뒷자리를 접고 유모차를 싣는 건 권장할 만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준중형 SUV라면 이런 고민이 사라진다. 차종을 불문하고 뒷자리 등받이를 접지 않고 유모차를 싣기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의뢰인에게 추천하는 자동차로 소형 SUV는 전부 탈락이다. 쌍용 티볼리 에어는 트렁크가 크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유모차‘는’ 들어간다. 능동적 주행안전 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소형 SUV의 뒷부분을 길게 만들어 공간을 넓힌 차보다는 아예 준중형 SUV를 구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가격도 별 차이가 없고, 차량의 주행 품질은 체급에 따른 차이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컨설턴트 나윤석
(2부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