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길었던 추석 연휴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드라이브 하기 좋은 날씨에 걸맞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꼽아봤다.

◆ 경남 남해 삼동 동부대로
남해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이곳은 바다색이 정말 아름답다. 햇살이 눈부신 날엔 바다가 녹색 또는 옥빛을 띈다. 특히나 이곳은 도로가 바다와 아주 근접해 있어 바다를 한아름 안고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계속 달리다보면 조약돌들이 파도에 몸서리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몽돌해변에 닿는다. 창을 열고 달리면 조약도의 귀여운 아우성(?)이 들린다. 더 진행하면 바다 깊숙이 들어가는 방파제까지 차를 올릴 수 있어 드라이빙의 운치를 더한다. 대한민국에는 굉장히 멋진 드라이브코스가 많지만 특히나 이곳은 드라이브의 만족감과 충족감이 높은 곳이다.

◆ 강원 홍천 구룡령로
‘구룡령’은 한국을 사는 와인딩로드꾼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헤어핀이 연이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도 있다. 그리고 빠르게 질주하면서 차체 무게 이동을 느낄 수 있는 고속코너까지 있으니 고성능 스포츠카를 가졌다면 한번쯤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짜릿하면서 흥미진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사실 드라이브라고 호젓하고 낭만적인 것만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차와 농밀하게 교감하면서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새벽녘엔 물안개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신비로운 경관도 만날 수 있지 모른다.
◆ 강원 태백 화방재 31번 국도
바람을 느끼며 깊이 있는 사색을 원한다면 이만한 드라이브 코스가 없다. 해발 500~600미터의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이 도로는 하늘과 맞닿은 곳이 많이 시야가 넓다. 특히나 날씨 좋은 날엔 하늘로 달리는 느낌도 준다. 깊은 산골짜기를 흐르는 물길도 호젓한 드라이브 정취를 더한다. 산세가 깊음에도 꼬부랑길이 많지 않다. 가속과 감속에 신경을 덜 쓰는 것도 좋다. 더욱이 자동차 통행량도 많지 않고 신호등도 거의 없다. 그저 바람과 평온을 즐길 수 있는 도로다. 이곳을 지날 때는 꼭 창문을 열고 달리길. 고산지의 시원한 바람과 달달한 공기를 놓치면 안 된다.

◆ 경북 문경 경천호 금천로
경천호를 끼고 도는 59번 도로는 특별한 구경거리나 먹거리가 없다. 그저 호젓한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 될 것이다. 도로 양 옆으로 굉장히 굵은 아름드리 가로수가 서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낸다. 우측으로 살랑살랑 보이는 경천호 경치도 좋다. 잠시 차를 세우고 물소리와 바람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것이다.

◆ 경남 의령 자굴산로
인터넷에서 병따개처럼 생긴 도로를 봤을지 모르겠다. 바로 경남 의령에 있는 자굴산이다. 산새가 험해 도로를 꼬불꼬불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 모습을 위에서 보면 마치 병따개 두 개를 포개놓은 것처럼 보인다. 경사가 심해 출력이 낮은 차들은 제대로 달리지 못할 정도이고 보는 것처럼 코너도 예리하다. 다행히 자동차 통행량이 많지 않고 노면도 깨끗하다. 자굴산은 굳이 와인딩을 즐기지 않더라도 경치 구경을 위해 다녀오면 좋을 것이다. 차가 정상까지 가니 온 동네가 한 눈에 다 보인다. 다만 산을 내려올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경사가 급해 브레이크 스트레스가 많다. 엔진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하는 게 좋다.
◆ 경기 시흥 시화방조제
서울과 가까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곳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다. 시원하게 바다 위를 달리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노을이 짙게 드리우는 시간엔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에서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다. 다만 수도권이어서 주말엔 자동차 통행량이 많다. 주변에 횟집이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모터 트렌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