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타이어를 예약합시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아직 낮 기온이 20도를 넘는데 무슨 윈터 타이어 타령이냐고요?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보겠습니다. 스키장 시즌권이나 추석 연휴의 항공권은 예약하시지 않냐고요. 스키장 시즌권은 미리 사면 할인폭이 크기 때문이고 추석 연휴의 항공권은 미리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표가 없기 때문이라고요? 맞습니다. 윈터 터이어도 예약하면 조금 싸게 살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겨울철에는 자기 차에 맞는 사이즈가 이미 품절된 뒷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제게 하실 겁니다.
‘윈터 타이어를 꼭 껴야 하나요? 요즘은 겨울에 눈도 별로 안 오고 혹시 눈이 오더라도 저는 도시에 사니까 제설차가 다 치워주는데요, 뭐. 아 그리고 아무리 윈터 타이어가 좋아도 어디에다가 보관하나요? 저 아파트 살아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일리는 있지만 틀렸어요.’

윈터 타이어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예를 먼저 들겠습니다. 이제는 모두 기본 장비가 되었지만 십여 년 전에는 ‘ABS와 에어백 가운데 무엇이 우선일까?’에 대한 토론이 많았습니다. 제 선택은 ABS였습니다. 에어백은 사고가 났을 때 부상을 줄여주는 수동적 안전 장비입니다. 그것도 안전벨트는 보조하는 보조적 안전 장비라고 해서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라는 말이 앞에 붙기도 했었죠. 이에 비하여 ABS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능동적 안전 장비입니다. 사고는 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ABS 덕분에 사고 한 번만 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본전은 다 뽑은’ 셈입니다. 수리비, 중고차 가격 하락, 그리고 혹시 모르는 부상과 그에 따른 생활의 타격 등 교통사고의 대가는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ABS와 같은 이유로 겨울철에 윈터 타이어를 꼭 사용하시라는 겁니다. 사실 윈터 타이어는 ABS보다도 더 효과적입니다. 사실 아무리 최첨단 안전 장비로 무장된 자동차라고 할 지라도 결국 자동차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을 제공하는 것은 손바닥만한 면적으로 노면과 맞닿아 있는 타이어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손바닥 네 개가 1톤이 넘는 여러분의 승용차와 여러분과 가족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윈터 타이어의 효과에 대하여 확실히 할 것이 있습니다. 윈터 타이어는 단순히 스노 타이어가 아닙니다. 윈터 타이어는 눈길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깨끗한 노면에서도 날씨가 차가울 때는 접지력을 향상시킵니다. 윈터 타이어에 사용된 합성 고무, 즉 컴파운드가 겨울철 기온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는 제설이 잘 되는 도시에 살기 때문에 겨울용 타이어가 필요 없다’는 말은 틀린 것입니다. 열상 7도 이하의 기온에는 윈터 타이어가 섬머 타이어보다 마른 노면에서 접지력이 우수하다고 합니다.

윈터 타이어가 겨울에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굳이 돈을 더 써가며 윈터 타이어를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추가 비용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알았습니다. 사고 한 번만 피하면 본전을 뽑고 남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유는 보관의 번거로움 입니다. 특히 아파트가 주된 거주 형태인 우리나라는 개인 창고가 없다시피 합니다.
하지만 보관에 관해서도 이제는 해결책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타이어 호텔 서비스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윈터 (또는 섬머) 타이어를 보관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은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지만 타이어 전문 대리점 등에서도 한 해에 5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보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외국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개인 창고 서비스가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보급되고 있습니다. 작게는 큰 박스만한 공간부터 크게는 컨테이너 크기의 공간을 대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안 쓰는 물건들이 좁은 집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 현실을 개선하는 좋은 방안인데 여기에 사용하지 않는 타이어를 함께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습니다. 윈터 타이어 비용을 왜 사용자들이 모두 지불해야 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지금까지는 타이어를 사용하는 고객과 타이어를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타이어 관련 업체 - 대리점 및 자동차 정비 업체 – 들이 모든 비용을 내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윈터 타이어가 사고를 방지하면 보험료 지급이 줄어드는 자동차 보험사를 시작으로 결국은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어 국가 단위의 생산성까지 향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한 해에 지불하는 교통사고 직접 비용만 해도 1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인력 및 기회의 손실 등 간접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수혜자들이 공평하게 부담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보험사는 에어백이나 ABS 할인처럼 윈터 타이어 사용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합시다. 정부는 윈터 타이어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추거나 대중교통 수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여 장착을 촉진하는 등의 채찍과 당근 시스템을 만듭시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은 겨울에 두툼한 옷을 입듯이 겨울에는 윈터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작년 11월에 구입한 차에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지 못했습니다. 차량 출고 시기가 이미 윈터 타이어 예약 시기를 지났고 경차인 제 새 차의 윈터 타이어는 많이 만들지 않아서 재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윈터 타이어를 예약하러 갑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