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박하지만 은근히 끌리는 링컨 컨티넨탈의 양면성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자동차 브랜드는 각자 방향성이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한다. 때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킨다. 그 방향성에 맞춰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그 사이에 브랜드 특유의 인장이 새겨지기도 한다. 디자인 요소일 수도, 제품 성격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재원 대비 가치를 생산하긴 하지만. 그 가치가 딱 한 가지일까? 다양하기에 고유한 특성이 형성된다. 소비자는 그 특성에 반응한다. 파장이 같으면 동조하고, 다르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링컨이란 브랜드가 있다. 예전에는 들으면 눈을 빛냈겠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21세기 한국에서 링컨은 사실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 지금 링컨 자동차를 얘기한다면, 열에 아홉은 왕년의 스타쯤 여길 거다. 화려하던 과거에서 박제된 어떤 브랜드. 링컨 대통령처럼 역사 속에서만 빛나는 그런. 과장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만큼 링컨은 독일과 일본 브랜드 사이에서 (심지어 캐딜락과 비교해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래서일까. 링컨은 매우 독특한 방향성을 고수한다.

링컨 컨티넨탈은 링컨이 내놓은 기함이다. 역시 과거 후광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1950-1960년대 링컨 컨티넨탈을 보면 풍채에 일단 기가 죽는다. 지금 링컨 컨티넨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링컨의 기함이지만, 다른 브랜드 기함과 직접 비교하긴 꺼려진다. 링컨의 지금 위치를 대변하는 모습이려나. 말들이 넘쳐도, 결국 링컨 컨티넨탈은 링컨이 지금 내놓은 최선이자 최고다. 언제나 기함은 각 브랜드의 꼭짓점이니까. 해서 링컨 컨티넨탈에는 지금 링컨이 보인다.
지금 링컨은 꽤 흥미롭다. 과거 영광을 어떻게든 복기하면서 의외로 신문물을 녹여낸다. 링컨 컨티넨탈에는 기어노브가 없다. 버튼식이다. 알파벳을 툭툭, 누르면 기어가 바뀐다. 어떻게 더 고풍스럽게 보일지 고민할 법한 링컨이 버튼식이라니. 컨티넨탈뿐 아니라 다른 링컨 차들도 마찬가지다. 컨티넨탈은 아니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아 만든 점도 같은 맥락이다. 시트 역시 기술을 과시한다. 무려 서른 방향으로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필요 있을까 싶지만, 열다섯 방향보다는 서른 방향이 더 첨단처럼 보이긴 한다.

외관에서도 남들과 다른 색다른 시도가 엿보인다. 문손잡이가 문 상단에 붙어 있다. 창문과 문 사이 가로지르는 선에 숨겼다. 별 거 아닌 듯 보이지만 획기적이다. 뭐가 달라진지 모르다가 문 열 때 새삼 깨닫는다. 변화했지만 스며들었고, 중요할 때 확연히 도드라진다. 문손잡이 하나만으로도 기존 관념을 비튼다. 기어노브와 비슷한 이치랄까. 전통을 고수하는, 대놓고 말하면 고루할 법한 링컨이 어떤 브랜드보다 신선하게 시도했다. 반전은 기억에 남는 법이다.
그럼에도 링컨 컨티넨탈은 과거를 잊지 못한다. 보이는 면에서 화려함을 좇는다. 외관과 실내 곳곳을 화려하게 보이려고 장식한다. 과거 영광을 잊지 못해 재해석하기보다 복각하는 느낌이랄까. 화려하게 보이려고 크롬을 많이 쓴다든가. 다분히 노골적이다. 해서 몇몇 참신한 시도와 온도차가 생긴다. 전통과 첨단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뒤섞인다. 섞이지 않은 채 각자 그 특성대로 컨티넨탈 각 부분을 채운다. 기묘하게 공존하며 나름의 개성을 드러낸다.

보통 두 요소가 잘 섞이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완성도 혹은 성숙도 면에서 호응을 얻기 힘드니까. 결국 이도저도 아닌 과시용이 되고 만다. 하지만 링컨 컨티넨탈은 두 요소가 뒤섞여 오히려 요즘 자동차와는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좋고 나쁜 걸 떠나 독특하다. 두 간극이 만들어내는 묘한 불협화음이 링컨 컨티넨탈의 매력이랄까.
그러고 보면 꼭 링컨 컨티넨탈만 그렇진 않았다. 링컨이라는 브랜드가 21세기에 취한 방향성이 그래왔다. 다른 모델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양 극단을 품었다. 고상한 외관 속에 버튼식 기어로 낯설게 하게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IT 제품 같은 느낌을 풍긴다든가. 고풍스런 한옥에 들어갔는데 최신 가전제품으로 채운 느낌. 방식이 노골적이어서 도리어 색달랐다.

링컨 컨티넨탈은 그 방향성에 화려함까지 더한 셈이다. 화려함도 세련된 느낌보다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옛 이름까지 가져왔으니 대놓고 옛 화려함을 복각한다. 과거와 현대, 전통과 첨단이 뒤섞인 채 화려함으로 포장한 자동차. 상충하는 요소들이 섞이며 독특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스팀펑크처럼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다고 하면 비약일까. 이런 차를 최근에 못 봐서 더 또렷하다. 링컨 컨티넨탈의 양면성이, 투박하지만 끌리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