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브랜드의 초조함은 소비자들 불안하게 한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왜 이리 안절부절이야?’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미처 알지 못했었는데 이런 지적을 받고 나면 초조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너 때문에 내가 불안하잖아’와 같은 말을 이어서 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조바심의 원인은 초조함이고 초조함의 원인은 불안감입니다. 또한 불안감은 매우 전염성이 강한 감정입니다. 주변을 모두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기 일쑤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자동차 시장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은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고 해외 브랜드 소속인 다른 브랜드들도 철수설이나 대표이사 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 대라도 더 팔아야 된다는 초조함, 시장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불안감과 초조감이 호들갑에 가까운 행동을 가져오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출시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모델들이, 그것도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긴급 대책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활동들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예는 마케팅 활동입니다. 얼마 전 현대 코나에 대한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7~9월의 개인 고객 분포를 분석한 결과 쌍용 티볼리는 여성 고객이 60% 수준인 것에 비하여 현대 코나는 반대로 남성 고객이 60% 이상이었고 연령 분포에서도 코나가 50대가 가장 많이 찾은 반면 티볼리는 30대 고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상하게도 코나와 여성이 동시에 등장하는 기사와 콘텐츠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관통하는 것은 코나가 여성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모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카 쉐어링 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무료 시승 이벤트입니다. 카 쉐어링 서비스는 20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행보들은 여성과 젊은이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습니다. 코나의 초기 판매 데이터 분석에서 취약점으로 파악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물론 자신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게다가 소형 SUV라는 모델의 목적이 운전에 부담이 없는 소형이면서도 존재감이 강점인 SUV라는 점에서 여전히 잠재성이 높은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좋다는 점, 그리고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이미지로 젊은이들을 자동차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한다는 장기 전략적 목표를 동시에 갖는 매우 전략적인 모델입니다. 따라서 여성과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 및 마케팅 활동에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코나는 출시된 지 넉 달이 조금 지난 신모델입니다. 게다가 티볼리를 제치고 9월에는 소형 SU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판매 실적도 아주 좋습니다. 물론 초기에 비하여 신규 계약이 줄어들었을 수는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세운 계획에 비하여 그 둔화세가 더 급격해서 당황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료 시승 이벤트나 타깃 홍보는 아주 싱싱한 모델에 사용하기에는 다소 조급한 행보입니다. 특히 무료 시승 이벤트는 출시 아주 초기이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모델들이 사용하는 급진적인 판촉 마케팅입니다. 즉 글 첫 머리에서 말했던 불안간 – 초조함 – 안절부절함의 연결고리가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출시된 지 얼마도 되지 않은 모델의 상품성을 개선하거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쉐보레 말리부가 뒷좌석 시트 열선을 부랴부랴 추가하고 가격을 인상했던 것, 올해에는 역시 쉐보레의 크루즈가 출시 직후에 가격을 200만원 낮춘 것, 그리고 기아 스팅어가 출시 넉 달 만에 4기통 모델들에 드림 에디션이라는 매력적인 패키지를 추가한 것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물론 시장은 전쟁터입니다. 판매 신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특히 초기 고객과 지금 해당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유망 고객에 입장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첫째는 모델 자체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로 초기 고객들이 자신의 선택이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배신감을 가질 우려가, 그리고 실적에 직결되는 가망 고객들이 다른 경쟁 모델들을 고려하거나 구입을 연기하는 실질적 손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품성 개선 이전 모델을 구입한 고객들은 향후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바심은 옆 사람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불안감은 몸 사림으로 연결됩니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몸 사림은 실적 하락으로 귀결됩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고객에게 확신을 줘야 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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