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서울시에게 포뮬러 E 참가와 서울 개최를 권하는 이유
경주장이 필요 없는 포뮬러 E는 서울시에서 경주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국제 자동차 경주다
[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지금 세계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주가 있다. 바로 포뮬러 E(FORMULA E)다. 포뮬러 E는 엔진이 없는 순수 전기차 레이스로 2014년부터 시작됐다. 경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팀이 10개나 될 정도로 참여율이 높을뿐더러 메인스트림에 있는 제조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아우디와 재규어가 참가하고 있고 BMW도 이미 참가 의사를 밝혔다. 포르쉐는 참가 중인 WEC(내구레이스)를 접고 포뮬러 E에 출전할 것이라 밝혔고 메르세데스 벤츠도 내년을 끝으로 DTM(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십)을 떠나 포뮬러 E에 합류한다. BMW도 이미 참가 의사를 밝혔으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가 포뮬러 E에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F1보다 출전팀이 많아지는 것이다.

신생 모터스포츠인 포뮬러 E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심도다. 모터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관중이 없으면 존재의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레이스를 뒤로하고 엔진이 없는 순수 전기 레이스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포뮬러 E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포뮬러 E에 참가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브랜드 가치와 미래상을 보여주기에 좋은 환경을 지닌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전기차는 현재 그리고 미래 자동차 시장의 절대적인 키워드다. 지금도 전기차는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속도와 점유율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큰돈을 들여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는 전기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시장에서 더 큰 역량을 갖게 될 것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전기차 레이스에 참가하는 이유도 앞으로 올 미래 시장에 대한 대비의 일환이다. ‘전기차로 자동차 경주를 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톡톡한 홍보 효과를 얻는 셈이다.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는 경주이니만큼 친환경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미래 발전상과 친환경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원하는 이미지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으로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는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선 친환경 브랜드를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지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포뮬러 E에 출전하면 어떨까? 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지 않을까? 더불어 친환경과 고성능 이미지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포뮬러 E는 자동차 경주장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경주가 열린다. 이미 로마, 뉴욕, 파리, 홍콩, 베이징, 상파울루 등 거대 도시의 시가지에서 경주가 열렸거나 예정돼 있다.
현재 인구 1,000만 명 내외의 메가시티 대부분은 자동차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기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메가시티에게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등 큰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즉 현재 포뮬러 E가 열리고 있는 도시들이 현대차가 생산하는 친환경 모델의 주요 시장이 될 것이란 뜻이다.

현대차가 포뮬러 E에 참가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포뮬러 E는 서울시에서 경주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국제 레이스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포뮬러 E는 경주가 시가지에서 열리는 방식이다.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 통행을 막고 경주를 펼친다. 따라서 자동차 경주장을 건립할 필요가 없다. 엔진이 없는 경주차의 특성상 소음과 배기가스가 없는 덕분이다.
포뮬러 E 서울 개최는 서울시에게도 어는 정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성능을 지닌 전기차들이 서울시를 질주하는 모습만으로도 시민들은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전기차에 더 관심을 갖게 될 테니 전기차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홍보 효과도 있다. 서울시는 국제 자동차 경주가 열린 단 한 번도 없었다. 대규모 스포츠 행사도 2002년 월드컵 이후 없었다. 포뮬러 E는 경주가 열리는 3~4일 동안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서울시 고층 건물 사이로 경주차가 달리는 모습만으로도 톡톡한 도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곳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라고 예상해보자. 이곳은 도로 폭이 넓어 자동차 경주가 충분히 열릴 수 있다. 이미 2008년 F1 데모런이 있었다. 근처에 큰 호텔이 많고 대형 쇼핑몰도 있다. 더불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지역으로 선정돼 한국판 타임스퀘어가 될 예정이다. 잠실야구장 30배 크기의 지하 공간도 마련된다. 박물관, 홍보·전시장, 내·외국인 행정지원센터 등 공공시설과 대형서점, 쇼핑몰, 편의점, 카페 같은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경주 관람객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 및 위락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지는 셈이다.

그리고 코엑스 맞은편은 현대차의 새로운 본사가 들어설 예정 아닌가. 현대차는 이미 롯데타워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빌딩을 지을 것이라 밝혔다. 500미터가 훌쩍 넘는 현대차 본사 건물 바로 앞 도로에서 세계인이 주목하는 자동차 경주가 열리는 것이다. 현대차에게 이보다 더 좋은 홍보의 장이 또 있을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 (<모터 트렌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