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의 BMW 뉴5시리즈, 김재욱이 탄 까닭
‘사랑의 온도’ vs BMW 뉴5시리즈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자동차는 어쨌든 생명체일 수는 없지만, 그 차를 타는 우리들은 거기에 생명체 같은 어떤 느낌을 부여한다. 그래서 어떤 차는 따뜻하게 느껴지고 어떤 차는 강인하게 느껴지며 어떤 차는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그 종류에 따라 어떤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자동차 이야기에 뜬금없이 온도를 이야기하는 건,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차량 협찬을 하고 있는 BMW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BMW는 우리에게는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요즘은 도로에서 발견하는 일이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닐 정도로 그 저변이 넓어졌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의 여파 때문인지 최근 들어 BMW에도 가솔린차에 대한 은근한 지지가 엿보인다.

<사랑의 온도>에서 김재욱이 타고 나오는 BMW 뉴5시리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BMW가 디젤과 가솔린 사이에서 취하고 있는 위치에 있어서 과거와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드라마 <사랑의 온도>와 거기 등장한 BMW, 특히 그중에서도 뉴5시리즈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
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사랑의 온도>는 불행한 가족 때문에 타인과 선을 그으며 살아가는 셰프 온정선(양세종)이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이현수(서현진)와 불꽃같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진 사랑의 온도차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하는데, 사업에 있어서는 냉철한 승부사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박정우(김재욱)가 두 사람 사이에 들어오면서 생겨나는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겉보기엔 뻔해 보이는 삼각 멜로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 <닥터스> 등을 쓴 하명희 작가의 작품답게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정덕현(이하 정) : 요즘 ‘온도’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띈다.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도 그렇지만,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도 화제다. 이렇게 ‘온도’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 걸 보면 요즘 우리 사회가 가진 온도가 느껴진다. 어딘지 냉랭한 사회의 분위기가 어딘지 ‘따뜻한 온도’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걸 찾게 만드는 것 같다.

<사랑의 온도>라는 드라마는 그런 점에서 보면 그 섬세한 연출이나 대본이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어떤 느낌 같은 걸 강하게 남기는 드라마다. 왜 같은 드라마라고 해도 그저 스토리만 줄줄 이어나가는 드라마도 있지만, <사랑의 온도>처럼 어떤 틀에 박힌 장면처럼 보이는 것들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도 있다. 그건 다름 아닌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을 담은 멜로의 경우 그 사랑이라는 소재가 주는 다양한 느낌들이 작품에 묻어나기 마련인데 <사랑의 온도>는 그걸 온도로 표현해도 될 만큼 캐릭터가 잘 보이는 작품이다.

강희수(이하 강) : 모르는 남녀가 처음 만나 이성으로서 급격하게 호감을 키워갈 때 우리는 “사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말한다. 연애의 시간이 흘러 서로의 세계관이 맞지 않는다고 깨달아 사이가 멀어지면 “사랑이 차갑게 식었다”고 말한다. 뜨겁다는 건 얼마나 뜨겁고, 차갑다는 건 또 얼마나 차가운 걸까? 한번쯤 이런 ‘계량화’의 고민을 해 본 이들이라면 최근 인기리에 방영 되고 있는 <사랑의 온도>, 이 드라마의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낯설지 않을 듯하다. 어떤 이는 매우 격정적인 사랑을 하지만 또 어떤 이는 매우 이성적인 사랑을 한다. 주인공 이현수를 향한 두 남자, 스타 셰프 온정선은 뜨거운 사랑을, 기획사 대표 박정우는 매우 이성적인 사랑은 한다. 운명적인 삼각관계는 최근 들어 점점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 : 이름부터가 그 성격을 가늠하게 한다. 온정선은 정말 온 정성을 다해 이현수를 사랑한다. 반면 박정우는 때론 박정할 정도로 이성적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본격적으로 사랑을 하겠다 마음먹으면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지만.

강 : 사랑에 있어서도 그렇게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보여주지만, 자동차도 두 가지 상반 된 성질을 갖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때로는 거센 파도처럼 몰아치는 격정이, 때로는 내 집 안방 같은 안락함이 구매자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정 : <사랑의 온도>에는 BMW 브랜드 차들이 자주 보이던데.



강 : <사랑의 온도>에는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BMW가 차량 협찬을 한다. 현수는 BMW 전기차인 i3를 타고 등장한 적이 있고, 부잣집 딸 지홍아(조보아)는 BMW의 스포츠카 Z4 컨버터블을 몇 차례 이용했으며, 다정다감한 셰프 온정선은 SUV X5를 타고 여수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BMW가 이 드라마에서 힘을 싣고자 한 차는 앞에 언급 되지 않았다. 삼각사랑의 대척점, 박정우가 타는 ‘뉴 5시리즈’다.

정 : 그러고 보니 초반에 지홍아가 이현수와 함께 타는 컨버터블도 인상 깊었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되는 차는 확실히 박정우가 타는 차였던 것 같다. 물론 사업가이기 때문에 그런 직업적인 면들을 보여줄 수 있는 면이 있어서였겠지만 어딘지 다른 캐릭터들보다 박정우의 차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5시리즈는 꽤 오래 전부터 나오던 세단 아닌가.

강 : 5시리즈는 BMW를 대표하는 중형세단이다. 1972년 첫 선을 보인 이후 7세대까지 진화했고, 우리나라에는 지난 2월 ‘뉴 5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왜 이 새로운 차를 협찬하면서 BMW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정선이 아닌 정우를 선택했던 걸까.



정 : 그건 아무래도 직업적으로 잘 어울려서가 아닐까.

강 : PPL 담당자의 설명은 이랬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는 정우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차분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돌직구처럼 저돌적이다. 5시리즈가 지향하는 이미지 역시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이면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다면성이다.”

정 : 그러고 보니 최근 방영분에서 정우는 본격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현수에게도 또 정선에게도 항상 좋은 사람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자신이 현수를 사랑하니 정선에게 포기하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PPL 담당자 말을 빌리면 ‘돌직구’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강 : 굳이 뉴 5시리즈를 모는 인물로 정우를 선택한 데는 또한 현재 달라진 자동차 시장의 사정도 들어있다. 지난 몇 년 동안 BMW 5시리즈는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중형세단의 대명사처럼 군림해왔다. 디젤엔진이 파워 넘치고 경제적일 뿐 아니라 ‘친환경적’이라는 당시의 트렌드에 따라 5시리즈의 디젤 모델인 ‘520d’는 국내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의 위치를 다년간 누렸다. 지난 몇 년간은 5시리즈의 대명사도 520d였다. 그러던 것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여파로 디젤 모델에 대한 선호도에 이상 징후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기는 하지만 분위기가 ‘디젤 게이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BMW로서는 더 이상 ‘다이내믹한 퍼포먼스’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게 됐다.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디젤 모델이 잘 팔리긴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차고 넘치는 가솔린 모델의 장점도 부각시킬 필요가 생겼다. 정우처럼 ‘부드럽고 차분한’ 성정은 가솔린 엔진이 미덕으로 삼는 요소다. 상대적으로 ‘돌직구’는 디젤 모델의 특성으로 이해하면 구도가 잡힌다.

정 : 그러니까 BMW가 한 때 잘 나가던 디젤 모델이 디젤 게이트로 인해 지금은 가솔린 쪽으로 기울고 있고, 그런 면들이 정우라는 캐릭터 안에 함께 들어 있다는 뜻인가. 그렇게 보면 정우라는 인물이 BMW 뉴5 시리즈를 타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강하거나 합리적인 면만을 강조하던 디젤 호황 시절에서 조금 지나와 이제는 부드럽고 차분한 가솔린차의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는 건데, PPL의 전략적 선택이 꽤 정교했다고 보인다.

(2부로 이어집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