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vs BMW 뉴 5시리즈 (2)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자동차는 어쨌든 생명체일 수는 없지만, 그 차를 타는 우리들은 거기에 생명체 같은 어떤 느낌을 부여한다. 그래서 어떤 차는 따뜻하게 느껴지고 어떤 차는 강인하게 느껴지며 어떤 차는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그 종류에 따라 어떤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자동차 이야기에 뜬금없이 온도를 이야기하는 건,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차량 협찬을 하고 있는 BMW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BMW는 우리에게는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요즘은 도로에서 발견하는 일이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닐 정도로 그 저변이 넓어졌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의 여파 때문인지 최근 들어 BMW에도 가솔린차에 대한 은근한 지지가 엿보인다.

<사랑의 온도>에서 김재욱이 타고 나오는 BMW 뉴5시리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BMW가 디젤과 가솔린 사이에서 취하고 있는 위치에 있어서 과거와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드라마 <사랑의 온도>와 거기 등장한 BMW, 특히 그중에서도 뉴5시리즈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1부에서 계속됩니다)

정덕현(이하 정) : 디젤 게이트가 가져온 여파는 독일 차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변화를 일으켰다. 사실 아우디 같은 우리에게는 프리미엄으로만 여겨지던 차들이 어쩌다 재고처리를 위해 세일 이야기가 나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런 영향이 고스란히 BMW에도 미쳤을 수밖에 없다. <사랑의 온도>에서 뉴 5시리즈가 정우(김재욱)의 차로 선택된 것에도 그 영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엔진으로 표현하면 정우에게서는 어쨌든 디젤의 느낌보다는 가솔린의 느낌이 더 강하다. 물론 때론 두 가지를 다 가진 듯 보이기도 하지만.

강희수(이하 강) : 두 가지 상반 된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디젤 게이트’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가 강조해야 할 미덕도 눈에 뻔히 보인다. 품격 있는 비즈니스 세단의 모습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정우의 차는 흑단 같은 밤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는 범선이며, 차분한 사색의 공간이자 조용한 대화의 공간이다.



정 : 요즘은 드라마에서 차량 운전하는 모습이 거의 SF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이를 테면 <태양의 후예>에서 차를 운전하는 도중에 운전대를 놓고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자동 주행되는 차 같은 모습이 그렇다.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어딘지 과한 느낌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사랑의 온도>에 등장하는 차량 주행 모습은 첨단 기술을 보여주면서도 어딘지 현실감이 느껴지는 면이 있다.

강 : 간간이 카메라는 정우의 손가락을 클로즈업 한다. 운전 중에도 정우는 센터페시아 쪽으로 손가락을 뻗어 전화를 받거나 음악의 볼륨을 높이거나 한다. ‘뉴 5시리즈’는 종전 7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인 ‘제스처 컨트롤’이 탑재 돼 있다. 제스처 컨트롤은 센서가 차가 운전자의 손동작을 인식해 허공에 하는 손짓만으로 볼륨을 높이거나 전화를 받으라는 명령을 수행한다.



정 : 드라마에서는 슬쩍 지나가서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실제 주행에서 그런 기술은 상당히 쓸모 있어 보인다.

강 : 드라마에서 구체적으로 소개 되지는 않았지만 반자율 주행 기술도 상당 수준 진화 했다. ‘뉴 5시리즈’는 운전대에 손만 얹고 있으면 차가 알아서 차선을 지켜주고 앞차와의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주며 위급 상황에서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을 줄 안다. 완전 자율주행 전 단계의 기술을 BMW는 뉴 5시리즈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했다. 또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가 충돌이 예상 되면 후방 비상등을 켜고 시트벨트를 잡아 당겨 충돌에 대비하도록 하기도 한다. 만약 창문이 열려 있다면 차가 알아서 창문을 닫아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2차사고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한다.



정 : 그런데 흔히 디젤은 힘이 좋지만 시끄럽고 가솔린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조용하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

강 : 굳이 디젤과 가솔린을 상대적으로 구분하다 보니 한 쪽은 다이내믹을, 한 쪽은 부드러움을 맡았지만 가솔린 엔진이 조용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대부분 가솔린 엔진으로 폭발적인 파워를 만들어낸다. 5시리즈도 경제적인 2000cc 디젤 엔진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리다 보니 520d가 대표주자가 됐지만 배기량에서 여유가 있는 가솔린 엔진이야 말로 부드러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정 : 뉴 5시리즈의 가솔린 엔진의 경우는 어떤가.

강 : BMW는 ‘뉴 5시리즈’를 내면서 엔진의 출력에 더 신경을 썼다. 종전 528i 모델을 ‘뉴 530i’로 대체하면서 신형 2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의 출력을 7마력 높였다. 최대출력 252마력과 35.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6.2초(xDrive 모델은 6.0초)면 도달할 수 있게 했다. 최고 속도는 250km/h이다. 이 정도 스펙을 도로에서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차량 통행이 뜸한 시간대, 도시 외곽의 고속도로를 찾아야 겨우 가능하다.



정 : 찾아보니 가격대가 6천만 원 대에서부터 1억이 훌쩍 넘는 가격대까지 있더라.

강 : 통칭 5시리즈로 불리지만 그 세부 트림은 대단히 다양하다. 엔진에 따라 가솔린과 디젤로 나뉘어지고, 고출력 스포츠 패키지를 달았을 경우에는 M 트림으로 세분 된다. 또한 사륜구동 여부에 따라 xDrive 트림이 추가 된다. 이렇게 세분 된 뉴 520d, 뉴 530d, 530i는 9가지의 트림이나 되고 가장 저렴한 뉴 520d M 스포츠 패키지가 6,630만원이다.

정 : 디젤이냐 가솔린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BMW 뉴5시리즈가 내게 주는 온도는 느낌은 ‘냉정과 열정 사이’ 같다. 실제로 퍼포먼스에 있어서 굉장히 차분하게 품격을 보이는 냉정함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어느 순간 폭발력을 내는 열정이 숨겨진 냉정 같다. 물론 운전자들에 따라 차량이 주는 저마다의 온도차는 그 사람의 성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epilogue. 온도는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물론 그 날의 온도는 분명한 수치로 나와 있다. 또 그 사람의 체온 또한 체온계를 대기만 하면 정확하게 나온다. 하지만 그런 수치가 과연 우리가 느끼는 온도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뜨거운 물이 어떤 사람에게는 미지근하게도 느껴지고 어떤 사람은 아주 차가운 물에서조차 별다른 한기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똑같은 온도도 느끼는 사람에 따라 그 온도차는 생겨난다. ‘디젤 게이트’가 대부분의 디젤 차량들에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디젤 차량이 가진 이점을 찾는 이들이 있는 건 그래서다.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저마다의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그걸 느끼는 온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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