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유통 및 판매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온다
포털사이트가 자동차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폭스바겐 코리아가 최근 재인증을 완료하고 판매 재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판매 방식에 큰 변화가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카카오그룹과 함께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넘게 차를 팔지 못하면서 오프라인 판매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차를 팔 수 없으니 문을 닫은 전시장이 생겼고 영업사원들도 빠져나갔다.

오프라인 판매망을 재구축하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1년 넘게 차를 팔지 못한 폭스바겐 코리아로서는 이 또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한 온라인 자동차 판매다.
사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이미 세계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이미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팔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곧 온라인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 밝혔다. 월마트도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과 접촉하고 있다. 현대차도 이미 미국과 유럽, 인도 등에서 온라인으로 차를 팔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중동에서 온라인 판매를 추진 중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유통 채널의 확장과 판매 효율에 있다. 온라인은 판매 시설 및 설비 투자비용이 낮다. 영업사원이 없기 때문에 인력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오프라인보다 유통채널이 단조로워 유통에 따른 자동차 가격 상승 요인도 낮다. 더불어 24시간 쉬지 않고 차를 팔 수 있으니 제조사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차를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식이 된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온라인 판매는 오랫동안 준비되고 있었다. 다음과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들의 자동차 페이지를 보자.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의 상세한 제원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세한 옵션을 리스트와 여러 모델의 비교도 할 수 있다. 다음 자동차 페이지에서 특정 모델을 검색하면 트림별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그에 따른 견적과 정확한 세금도 낼 수 있다. 경쟁 모델도 보여주고 전문가들의 상세한 리뷰도 딸려 나온다. 앉은 자리에서 자동차 전시장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음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자동차 페이지를 만든 이유를 단지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있다. 현대차는 서울과 고양시 등에 ‘모터스튜디오’를 세우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역에 ‘현대차 커피빈 카페’를 운영한다. 르노삼성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QM3 팝업스토어를 차렸다. 렉서스는 롯데월드몰에 ‘커넥트 투’ 카페를 만들어 차를 전시한다. 이외에 볼보, 재규어, 푸조, 캐딜락 등 여러 수입차 업체들이 스타필드 하남 등의 복합문화공간과 홍대, 논현동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다. 이곳들은 차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쉽고 편하게 자동차를 보고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이전까지 소비자들이 차를 보기 위해선 보기 위해선 전시장을 방문해야 했다. 그런데 사실 전시장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차만 보고 싶은데 영업사원들이 접촉해 오는 게 부담스러웠고 계약하지 않고 나가는 것도 미안스러웠다. 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간에선 한결 마음이 편하다. 내 돈 내고 커피도 마시니 차를 보고 만지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제조사들이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차를 전시하는 이유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의 가장 큰 맹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판매는 소비자가 직접 차를 볼 수 없다. 그러니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차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차를 직접 보고 만지며 스마트폰으로 검색과 비교를 하고 그 자리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세상인 지금은 온라인 자동차 판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미 한국은 온라인으로 차를 팔기 위한 준비가 빠르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만약 폭스바겐이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판매 대박을 터트린다면 막힌 물꼬가 트인 것처럼 여러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다만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제조사들의 수익성을 위한 방식이 아닌 소비자들이 좀 더 싸게 차를 사는 방법이 되길 바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 (<모터 트렌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