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 출석한 자동차 업체 대표들을 위한 변명
[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지난 몇 년 사이에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 국내 주요 자동차 업계 관계자가 얼굴을 비추는 일이 잦아졌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입법 외에 행정과 사업 등 국가 운영과 관련 있는 기관의 운영과 활동을 감사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국정감사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여러 국가기관과 업무상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과 관련 있는 해당 기관의 활동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국회는 국정감사 때 관계자를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당사자는 요구에 응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국정감사 출석이 잦은 이유는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자동차를 둘러싼 문제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 중에는 세 명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산업은행 국정감사에는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는 혼다코리아 정우영 대표와 현대자동차그룹 품질총괄담당 여승동 사장이 출석해 서로 다른 사안에 대해 증언했다. 그리고 대부분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감사대상 기관 관계자뿐 아니라 증인까지 소위 ‘혼쭐’이 나는 모습은 국정감사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형식적으로는 증인이지만, 실제로는 감사 때 지적되는 문제의 ‘공범’ 취급을 받는 셈이다.

우선 한국지엠 카젬 사장이 산업은행 감사에 나온 이유는 한국지엠의 거취와 경영 문제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17일로 GM과 산업은행 사이의 계약에 정해진 산업은행의 경영행위 거부권 행사 가능기간이 끝나,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주주인 산업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영악화로 한국 시장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한국지엠의 국내 사업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그와 관련한 일종의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카젬 사장의 답변은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의 증언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실내 부품 부식 문제에 대한 대응이 문제가 되자 ‘본사 시험 결과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며 원인은 조사 중’이라며 ‘포괄적으로 혼다 고객에게 불편함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현대차 여승동 사장은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해 제품 문제에 대한 대응이 미국과 국내가 다르다는 지적에 ‘미국과 국내의 문제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리콜은 시장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국내 고객 만족을 위해 보증기간은 연장하겠다’고 했다. 리콜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도 그동안 현대차가 해온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일각에서는 그런 태도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실제로 속 시원한 답변이 아닌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해당 증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애초부터 원론 수준의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증인들은 원론적 답변만 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증인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발언은 개인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회사의 법적인 책임이나 권한을 대표한다. 자칫 회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발언의 수위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익을 중시하는 기관들과 달리, 기업은 이익을 무엇보다도 중시한다. 기업을 대표하는 사장이나 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감사를 진행하는 국회의원들은 물론 감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대부분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가 없음에 분개하지만, 정작 그들의 해명과 사과는 형식적인 선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 때문에 증인석에 선 기업 대표들은 국회의원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다 정해져 있는 과정이다.
기업 활동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것이 고용이든 소비든 국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이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인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가 나서서 제도와 행정을 통해 부적절한 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정감사의 목적도 거기에 있다. 기업 대표들이 감사 증인석에 나와 혼쭐이 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은 기업에게도 문제가 있고, 제도와 행정에도 아직 빈틈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제에 관해 기업 대표로부터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받아야할 대상은 소수의 국회의원이 전부가 아니라 소비자로 대변되는 국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