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 과연 옳은 길인가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1. 몇 해 전, 국내 어떤 브랜드의 관계자와 테스트 드라이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인간이 받는 느낌을 엔지니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확하게 ‘통역’할 수 있는 테스트 드라이버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맡겨야 브랜드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응이 이랬습니다. ‘이제는 계측기가 좋아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2. 주행 성능이 우수하기로 유명한 외국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야기입니다. 신모델들이 엔진 성능도 우수하고 승차감도 좋지만 언젠가부터 차량의 조종 감각이 이전처럼 깔끔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동력이나 각종 전자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은 차체 고유의 주행 감각을 느껴보기 위해서 엔진의 동력을 끊은 채 코너를 관성 주행해 봤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의외로 언더스티어가 큰 평범한 차의 느낌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지금은 브랜드 이름에 걸맞은 주행 감각을 섀시의 정교한 설계가 아니라 각종 전자 장비와 4륜 구동의 구동력 분배 등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지금 열리고 있는 도쿄 모터쇼에서도 주제는 단연 전기차 – 자율주행차 – 커넥티드카 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 전문가’. 이들은 수익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익성이 높은 업종에 투자하도록 자본을 유도하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미래의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 더 높은 수익성을 거두려면 스마트 폰을 닮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부 기술적인 면은 접어두더라도 스마트 폰은 수시로 업데이트를 통해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할 수 있고, 앱을 통하여 다양하면서도 오너가 필요한 기능들로 커스터마이징이 쉽고, 단연 오락적 요소가 강점입니다.



이런 스마트 폰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큰 돈을 들여서 구입해도 얼마 안 가서 구형이 되는 자동차가 고리타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가장 큰 적이 바로 스마트폰이라고 하지요. 실질적 이유도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젋은이들이 비싸고 주차장에 잠자는 시간이 더 많은 자동차에 목돈을 쓰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기 때문이랍니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자동차의 미래는 기존 고객들의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운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그래서 자동차가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스마트폰의 또 다른 형태가 되어야만 그들이 자동차를 사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즉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 즉 투자 대상을 발굴해서 자본가들의 돈을 유혹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21세기의 가장 큰 자본은 IT 기업들입니다. 이번 달 기준으로 시가 총액 세계 1위인 애플은 시가 총액이 가장 큰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세계 41위)보다 4.7배나 큽니다. 그리고 세계 1위부터 5위까지가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모두 IT 기업들입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11위)의 시가 총액도 토요타의 거의 두 배입니다.

따라서 투자 전문가들은 거대 자본인 IT 기업들을 끌어들여야 시쳇말로 ‘판을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거대한 IT 기업의 자본이 새롭게 유입되면 자동차 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 투자 전문가들에게도 큰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동차처럼 일상생활에 밀접하고 산업 자체도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파급효과가 큰 분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은 투자 전문가들과 거대 자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투자 대상을 변화시키고 싶을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사업을 자신들이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사업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도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템포가 매우 빠른 IT 산업의 투자자들은 당연히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성격으로 변화시키고 싶을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동차에 수많은 전자 장비가 달려 있고 앞으로는 더할 것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이 자동차를 훨씬 다채롭고 화려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글 첫 머리에서 말씀드렸던 저의 두 가지 경험이 자동차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길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기 어렵게 만듭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자동차의 모델 수명은 7~1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3~5년으로 짧아졌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동차는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신제품의 주기가 짧아지다 보니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미 다음 모델의 개발이 시작됩니다. 즉 이전 모델의 단점이나 문제점이 신제품에 피드백 될 기회가 점점 줄어듭니다. 외부에서 모듈을 통째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대규모 리콜이 많아지는 것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동차는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제품이라는 근본적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다가 진짜로 스마트 폰에 바퀴를 단 것 같은 차가 될 까봐 걱정인 것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제조사들은 손님이 원하는 만큼만, 좀 더 직설적으로는 손님의 수준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IT 산업의 수익률은 자동차 산업보다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IT 자본이 유입된 새로운 자동차 산업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할 것이 자명합니다. 가격이 오르거나 원가를 더 낮추거나 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 실제로 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최우선으로 원가 절감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조짐을 글 첫머리의 예에서 저는 이미 겪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 여러분들이 정말 좋은 차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자동차의 수준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산업의 격변기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우리 주변에 괜찮은 차들이 꽤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제조사들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고 소비자들의 수준에 딱 맞는 제품만 만듭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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