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무진 개조가 인기다. 그런데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리무진 자동차가 시장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현대 쏠라티나 기아 카니발 리무진처럼 양산차 회사에서 정식으로 내놓은 모델도 있고,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처럼 공식 수입사가 특정 전장 부품을 조립해서 파는 경우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엔 애프터마켓 튜닝 중 하나의 장르로 리무진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리무진을 탈 때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안전에 문제가 없을까?
개조 리무진이란, 본래 형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구성으로 튜닝된 것을 말한다. “구조 변경을 했으니까 문제없어요.” 많은 리무진 개조업체가 입을 모아 말한다. 법에 접촉되지 않는 선에서 개조하고 신고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안전 문제는 별개다. 다시 말해 개조 부품의 변수는 많고, 안전 검사가 세부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칫 소비자가 안전에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자동차 실내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테이블을 설치했다고 가정하자. 자동차 구조법상 문제가 되지 않게 만들어 설치한다면 구조변경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튜닝에 속한다. 같은 내용을 보험 회사에 신고했다면 사고가 났을 때 보상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조한 테이블이 진짜 안전한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사고 시 테이블이 충격에 부서지며 승객에게 파편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이것은 분명 법규와는 별도의 문제다.
달리던 자동차가 충돌할 때 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크다. 고정된 기구가 아니라면 실내에 있는 물건들도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차가 급정거할 때 발사체로 변해서 승객에게 날아든다. 그러니 뒷좌석이나 뒷창문 아래에 고정되지 않은 물건(노트북, 카메라, 만년필 등)을 두지 말아야 한다. 자신과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뒷좌석 승객이 안전벨트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 개조된 리무진의 경우는 어떨까?
일부 리무진 모델은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격벽이 설치되기도 하고, 커다란 모니터와 실내 장식 등도 추가된다. 그래서 안전을 확인하지 않으면 자칫 승객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수납공간의 안전성이다. 자동차가 외부에서 강하게 충격을 받으면 실내에 수납공간이 열릴 수 있다. 이럴 때 물건들이 쏟아지면 문제가 된다. 이런 이유로 개조된 리무진은 안전 검사가 필요하다. 곳곳에 마련된 수납함에 뚜껑이 외부 충격에서 열리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사고 상황을 가정한 전문 실험을 통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개조 리무진의 안전 인증은 기업이 자발적으로도 시행하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그래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안전 인증을 거쳐야 하죠. 실제로 내부 격실 안전 인증을 받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총 6~7개 안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시트를 바꿨을 때는 시트의 안전뿐 아니라 레일의 강도도 중요합니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시트에 쇠사슬을 걸어서 일정한 장력으로 당기며 안전성을 확인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트가 움직이거나 레일이 파괴되면 안 되거든요. 그밖에 내장재를 바꿔서 작업하는 경우에도 연소성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실제로 미니밴을 리무진으로 개조하는 모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참고로 이 회사는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제품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의뢰해 안전을 인증 마친 상태다.

일부 리무진 개조 업체의 경우 과도하게 개조된 시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승합차나 밴을 리무진으로 개조할 때 3~4열을 평평하게 펼칠 수 있도록 개조하는 식이다. 양산차 업체에서 나온 시트 프레임과 레일(고정 부위)을 활용하기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것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보인다. 예컨대 평평한 시트에 누워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을 때 정면충돌 사고가 나면 어떨까? 당연히 안전벨트가 승객의 몸을 안전하게 잡아둘 수 없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가 시트를 평평하게 펼쳐지지 못하게 설계하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나, BMW 7시리즈처럼 아무리 뒷좌석 승객의 편의를 고려하더라도 비행기 일등석처럼 시트가 완전히 평평하게 펼쳐지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그렇다고 리무진 개조가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생각해서 작업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자동차 회사가 제시한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소재나 편의장비를 추가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작업이든 소비자가 안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동차 개조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예쁘고, 편해서 리무진으로 개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승객 여러 명을 위한 투자인 만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