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얼마 전 공개된 메르세데스 신형 A클래스 실내 모습이 화제다. 화려함과 디지털로 무장한 인테리어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벤츠가 작심하고 덤벼든 게 분명했다. 바로 직전 공개된 CLS 신형 실내도 A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앞으로 메르세데스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이 콤팩트 해치백의 변화 폭은 예상 밖이었다.

◆ 거대한 두 개의 디스플레이와 거대한 5개의 통풍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길게 이어진 두 개의 디스플레이다. 이미 S클래스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A클래스의 경우 7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기본 적용되며, 7인치+10.25인치, 10.25인치+10.25인치 디스플레이 조합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또 눈에 띄는 변화는 최대 64가지나 제공되는 색채와 여기에 조합을 이룬 통풍구 디자인과 콘셉트였다. 항공기 터빈 모양의 통풍구는 온도에 따라 붉은색과 푸른색 등으로 컬러가 바뀐다. 거기에 거대한 디스플레이 색상과 조명 색상을 일치시키는 세심함도 담아냈다. 인포테인먼트 조절 다이얼은 터치 패드로 바뀌었는데, 스티어링 휠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소재와 스타일 등에서 이전보다 고급스러워진 게 한눈에 느껴진다.
벤츠 관계자는 실내 변화의 이유를 작은 차에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적용되는 것을 소비자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A클래스 변화 속에는 공격적인 두 가지 메시지가 더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더 젊은 고객을 원하는 벤츠
벤츠 고객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0년 독일의 한 언론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니의 평균 구매 연령이 44.7세, 아우디가 50.9세인데 반해 벤츠는 56.1세로 재규어(56.5세) 다음으로 높았다. 독일 뒤센부르크 에센 대학교 조사에서 2013년 독일 신차 평균 구매 연령이 52.2세였으니 평균을 훌쩍 넘는다.
그나마 벤츠에 다행인 것은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6년 독일 가격비교사이트의 조사에서는 벤츠 신차 구매자 평균 연령이 47.4세로 내려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모델별로 봤을 때 B클래스나 GLK 등의 평균 구매 연령은 55세를 넘고 있다. 직접적 라이벌 관계에 있는 BMW나 아우디와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벤츠는 성공한 장년층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로 인해 젊은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1,2세대 A클래스와 B클래스는 은퇴한 연금생활자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2,30대, 더 나아가 미래 고객을 잡기에서 실패할 게 뻔했다.
다임러는 계열사 트럭 디자인팀을 이끌던 고든 바그너와 같은 젊은 디자이너에게 그룹 디자인실을 맡겼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3세대 A클래스였다. 미니밴 형태를 버리고 핫해치 느낌을 담기 위해 소형 전륜 구동 노하우가 있는 르노와 협력해 A클래스(W176)를 내놓았다.
이후 CLA와 GLA 같은 모델들이 연이어 등장했고 스타일은 젊어졌다. 실내 역시 지루함(독일인들이 많이 쓰는 표현)을 거둬내기 위해 통풍구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바꿨다. 변화가 주효했던 걸까? A클래스의 유럽 구매자 평균 연령은 무려 13세나 낮아졌다. 중국의 경우 A클래스 구매자의 30% 이상이 서른 살 이하였다.
벤츠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젊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4세대 A클래스를 변화시켰다. 디지털 세대를 향한 구애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디스플레이와 터치에 익숙하고, 색상에 민감한 젊은 고객의 취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
A클래스와 CLS 등, 이번에 거의 동시에 공개된 신모델 실내 디자인은 이전과 비교하면 단순해졌지만 고급스러워졌다.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버튼과 다이얼 등을 최소화하고 색상과 소재,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A클래스의 경우 가죽이나 나무 등, 소재 면에서 상위급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다임러 측의 주장이다. ‘모던 럭셔리’라는 콘셉트를 잡고 이를 세그먼트 상관없이 전체 라인업에 적용했다.
메르세데스 판매량은 이런 노력 끝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장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이제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고급화를 모든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동안 메르세데스의 아쉬운 점으로 자주 거론하던 것이 실내 디자인이었다. 독일에서도 인테리어가 경쟁 브랜드에 뒤진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인테리어는 그런 불만을 한 번에 털어낼 만하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모두 고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게 됐다.
이쯤 되면 BMW와 아우디는 벤츠의 화려한 도발(?)에 답을 줘야 한다. 더 젊어지고 싶고 더 럭셔리해지고 싶다는 메르세데스 벤츠. 지루했던 독일 자동차 디자인 흐름에 어떤 형태로든 자극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