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세련된 터치패널, 한편으론 불편하고 위험하다

자동차 실내의 터치패널은 디자인만큼이나 기능성이나 안전성을 고려하고 만들어야 한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자동차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는 범위가 늘어난다. 그만큼 기능이 많아지고, 기능과 기능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등장한 기술이 이전엔 통합 컨트롤러였고, 현재는 물리적 버튼을 대신하는 터치패널이다. 터치패널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뿐 아니라, 기어 레버 주변의 조작 버튼과 스티어링휠 다목적 스위치까지도 터치 방식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런 구성은 보기에 멋지고 고급스럽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환영받는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물건의 특성상 터치패널이 무조건 좋은 기술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부는 주행 중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가 될 수 있어서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현금 입출금기 등 터치 패드는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든 기술로 발전했다. 이렇게 특정 사물을 가볍게 터치하는 조작법은 직관적일 뿐 아니라 여러 기능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특정 기능을 순식간에 넘나들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이런 장점 덕분에 터치 패드가 자동차에 사용된 것도 꽤 오래전이다. 초기에 터치 패드는 아주 간단한 형태였다. 차 문을 열거나(비밀번호), 오디오 볼륨 제어, 글러브 박스 열림 같은 단순한 기능을 제어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태블릿 PC의 발전과 함께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근엔 차의 거의 모든 버튼을 터치 형태로 바꾼 디자인도 종종 쓰인다.



터치스크린의 경우 조작이 직관적이고 동시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주로 운전자가 손을 뻗어서 닿을 거리에 장치를 두고 사용하도록 디자인된다. 센터페시아 중심에 위치한 경우 차의 각종 기능과 멀티미디어를 제어하는 데 유용하다. 이 부분에서는 테슬라 모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모델 S의 경우 중앙에 달린 터치스크린의 크기가 17인치에 달한다. 스크린의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여기서 제어한다. 오디오, 내비게이션, 인터넷 검색뿐만이 아니라 공조장치, 헤드라이트, 심지어 선루프 열림도 스크린을 눌러 작동시킨다.



물론 차의 모든 기능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안전장치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주행 중 스크린이 다운되거나 터치스크린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도 자동차가 주행하는 데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차의 주행을 제어하는 컴퓨터와 기능을 제어하는 유닛이 모두 별도로 작동하기 때문. 그렇다고 운전 중 위험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행 중 운전자가 특정 기능을 제어하려면 스크린으로 시선을 내려야 한다. 스크린의 위치가 센터페시아 상단이 아니라 아래로 길게 뻗어있어서 시선을 떨어트리는 각도가 크다. 따라서 시선이 내려가고 올라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스크린을 손으로 누르는 방식이라 별도의 피드백이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눈으로 보지 않고는 정확하게 제어하기가 어렵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인컨트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모델에 달린 터치스크린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반면 새롭게 추가된 ‘터치 프로 듀오’는 다르다. 이 기능은 블랙 패널과 디스플레이를 조합한 형태로 공조장치와 시트 조절, 자동차 세팅과 지형 반응 시스템을 제어한다. 여기서 물리적인 버튼은 좌우에 달린 아날로그 다이얼(온도, 지형반응 모드 제어)과 오디오 볼륨이 전부. 기능을 실행했을 때 패널 중심에 터치 모드가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패널 속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터치에 반응하는 감각도 정확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전방을 살피며 기능을 마음대로 조작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정확하게 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선을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다.



2세대로 진화한 신형 포르쉐 파나메라도 비슷한 패널 디자인을 선택했다. 블랙 패널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기어 레버 주변으로 아날로그 버튼과 터치 버튼이 조화를 이룬다. 소스, 미디어, 주행과 공조장치 등 일부 기능을 제어할 때는 운전자가 시선을 내려서 확인해야 한다. 반면 파나메라는 교묘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예컨대 서스펜션 감쇠력 변화와 자세 제어장치 비활성화 버튼의 경우 겉보기엔 터치식 블랙 패널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패널 전체가 눌리는 아날로그 구성이다. 버튼을 눌렀을 때 ‘딸깍’ 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버튼이 눌리는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빠르게 달리면서 갑자기 조작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똑똑한 디자인이다. 게다가 자주 사용하는 오디오 볼륨과 공조장치 온도 제어 버튼은 아날로그 버튼으로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편하게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해서 운전자의 시선이 최대한 전방에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다.



물론 터치패널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운전자의 안전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전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게 보인다. 2016년 애플은 아이폰 7을 출시하면서 물리적 홈 버튼을 없애고 감압식으로 작동하는 터치패널을 사용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애플은 홈 버튼의 정확한 피드백을 유지하는 방향을 고집했다. 그래서 패널을 누를 때 손가락 근처가 진동하는 햅틱 피드(모터 이용)를 추가해 실제로 아날로그 버튼을 누른 것처럼 구현했다. 이처럼 결국 아날로그 버튼이나 터치식 패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눈으로 인지하지 않는 터치패널의 경우 버튼에 정확한 위치와 분명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캐딜락이 이 부분에서 근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캐딜락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큐(CUE, Comprehensive In-vehicle Experience)가 돋보이는 이유다. 큐는 거의 모든 조작을 터치로 방식으로 제어한다. 센터페시아 상단 8인치 모니터는 여느 터치스크린과 비슷한 구성. 그 아래로 공조장치, 오디오 등 모든 조작 버튼을 터치패널로 통합했다. 흥미롭게도 여기엔 터치 감각이 존재한다. 예컨대 공조장치에 ‘+’ 버튼을 지그시 누르면 패널에서 ‘윙~’하는 햅틱 피드백이 손끝에 느껴진다.



마치 버튼이 ‘딸깍’하고 눌리는 느낌과 비슷하다. 물론 이 기능도 운전자의 시선을 완전히 전방에 묶어 두진 못한다. 터치 버튼이 연달아 붙어있는 디자인이라 눈으로 보지 않고 정확하게 원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눌렸다’, 혹은 ‘안 눌렸다’만 알더라도 운전 중 시선을 전방에 고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자동차에 사용되는 터치 패드 기술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아직은 분명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한층 직관적이고 안전한 형태로 발전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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