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니발의 다양한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요새 ‘차박’이란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차박은 야외에 나가 차에서 자는 걸 뜻한다. 오토캠핑이 보편화되면서 파생된 캠핑 방법이겠다. 자동차는 캠핑용품을 싣고 이동하는 수단이었다. 싣기만 해야 할까? 보다 간편하게 혹은 효율적으로 캠핑을 즐기고픈 마음이 차박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에 맞춰 차박용 용품도 생겼다. 바닥을 평평하게 해주는 에어매트를 비롯해 무시동히터, 트렁크 문을 지붕 삼은 방충망 등이다. 덕분에 자동차를 아지트처럼 활용하는 데 유용해졌다.
이쯤 되면 욕심이 생긴다. 더 그럴듯한 공간을 원하게 마련이다. 캠핑카 같은. 캠핑카는 오토캠핑의 로망이 극대화한 형태다. 원래 따지고 보면 차박도 캠핑카에서 파생된 거 아닌가. 저 멀리 존재하는 캠핑카 대신 차박을 선택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갈망은 곧 수요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절로 따른다. 때마침 개조 법규도 완화됐다. 바람이 불었다.

승합차를 주목했다. 캠핑카로 만들든, 캠핑카에 준하게 바꾸든 공간이 큰 차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 대열에 카니발이 빠질 수 없다. 카니발은 미니밴의 절대 강자다. 어깨 견줄 다른 모델이 없다. 압도적이다. 이것저것 다 따지면 결국 카니발에 안착한다. 외관 당당하고, 실내 넉넉하니까. 가족과 함께 레저를 즐기고픈 사람이 그만큼 많이 선택했다. 그 말은 더 그럴듯한 공간을 바랄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다. 카니발이 변신할 조건이 성립된다.
카니발의 변신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11인승 카니발의 대변신. 2014년에 법규가 바뀌었다. 이제 11인승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됐다. 최대 운전석과 동승석만 남겨놓고 나머지 공간을 각종 설비로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체별로 특장점을 내세워 카니발을 꾸미기 시작했다. 생활의 지혜처럼 카니발에 캠핑 설비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캠핑카의 기본은 그 안에서 조리할 수 있느냐다. 카니발 캠핑카에는 기본적으로 각종 수납장과 싱크대 및 조리시설이 장착돼 있다. 물을 저장할 물탱크도 있다. 지붕에는 팝업 텐트를 연결해 공간을 확장하기도 한다. 난방도 문제없다. 무시동히터라는 기특한 장치가 있다. 덕분에 기온이 떨어져도 야외로 향할 수 있다. 외부 전기를 실내로 연결하는 장치도 있다. 실내 모니터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필요에 따라 설치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다 들어간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이 정도면 우리가 꿈꾸던 캠핑카와 흡사하다. 영화에서 보던 캠핑카보다 오밀조밀할 뿐이지만.
변형 모델도 있다. 아무래도 카니발의 공간은 커다란 카라반이나 대형 캠핑카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공간도 활용하면서 캠핑카 설비도 이용하고 싶은 바람이 생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뒤편에 슬라이딩 방식으로 캠핑 설비를 장착한 모델도 있다. 덕분에 2열, 3열 좌석을 보존할 수 있다. 좌석 가운데엔 테이블도 설치해 응접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대신 트렁크 공간에 장착된 설비를 슬라이딩해 외부에서 취사를 해결한다. 뒤쪽 공간을 따로 격리하는 전용 텐트를 설치하는 지혜도 발휘한다. 또 다른 독립된 공간을 확보했다. 자동차 안에서 다 해결하진 못하지만, 그만큼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는 셈이다. 역시 도구는 필요에 따라 발전한다.

또 다른 변신 형태는 모든 카니발에 해당된다. 카니발 11인승 캠핑카는 장점만큼 단점도 있다. 승합차이기에 시속 110km 속도 제한에 걸린다. 그리고 캠핑카로만 쓰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상용 다른 차가 필요할 테니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캠핑할 때도 적극 활용할 순 없을까? 양쪽 다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마음. 이런 바람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동수단으로서 카니발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해서 차박의 안락함을 극대화한 변신이 등장했다.
차박의 고급화 개조랄까. 카니발 고유의 실내를 최대한 보존하며 공간을 활용한다. 업무용 리무진으로 개조한 카니발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거다. 업무용 리무진이 공간을 고급스럽게 치장했다면, 캠핑용 카니발은 팝업 텐트를 얹은 형태다. 이런 형태는 신차를 작업해 인증받고 출고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특장차 개념으로 접근한 셈이다.

카니발 팝업이란 모델이 대표적이다. 평상시에는 승용으로 타고 다니면서 주말에 레저를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도록 고안했다. 차박과 비슷하겠지만, 관건은 얼마나 편안하게, 때론 운치 있게 잘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체형 팝업 텐트로 해결했다. 루프탑 텐트를 그냥 얹는 수준은 아니다. 팝업 텐트와 지붕을 연결하고 보강해 일체감을 높였다. 선루프 위치에 철판을 오려내고 바닥판을 보강해 통로도 만들었다. 다락방처럼 활용하는 재미가 있다. 보통 루프탑 텐트는 외부에서 들어가야 하니 개념이 다르다. 일체형으로 만들었기에 소음도 적다.
팝업 텐트만 있는 건 아니다. 캠핑에 유용한 몇몇 장치도 장착했다. 차박 필수 장비로 꼽히는 무시동히터나 외부 전기 연결 장치 같은. 차량을 기둥 삼아 설치하는 어닝도 있다. 에어매트를 장착하면 4인 가족이 차안에서 잘 수 있다. 싱크대 같은 거창한 장치는 없어도 캠핑 아지트로 삼기에 손색없는 구색이다. 본격 캠핑카와 차박 장비의 중간쯤 위치하는 셈이다. 캠핑카가 2단 변신이라면 이런 형태는 1단 변신쯤 되려나.

카니발은 한국에서 독보적인 미니밴으로 군림한다. 기본 공간 구성만으로도 그렇다. 이제 카니발이 변신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튜닝 관련 규제도 점점 풀릴 예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더 기발한 기술이 등장할 거다.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게 장비는 언제나 갈증을 일으키는 법이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차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카니발의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