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공유·류현진...마세라티의 남자들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기술은 ‘어떤 원리나 지식을 자연적 대상에 적용하여 인간생활에 유용하도록 만드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수단’을 말한다. 반면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말한다. 그래서 기술이 만들어내는 건 상품 혹은 물품이지만, 예술이 만들어내는 건 작품이 된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어떤 상품을 보면서 “예술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상품이 단지 기술적 차원만이 아니라 미적인 추구를 통한 예술적 차원에 도달했다는 걸 표현하는 말이다. 자동차 중에도 ‘예술’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들이 있다. 이태리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마세라티가 그 중 하나다. 마세라티와 이 차를 탄 스타들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강희수(이하 강) : “이거 미제(美製)야.” 우리나라 제조업이 걸음마 단계에 있을 때 ‘품질’을 보증하는 의미로 쓰인 말이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이 한마디는 고장이 없고,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말과 동의어였다.

정덕현(이하 정) : 미제에 대한 우리의 선망은 어렸을 때부터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다. 초콜릿 하나를 얻기 위해 미군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미군들이 쓰는 레이션 박스 하나를 마치 보물 상자나 되는 듯 열고는 가슴 설레 하던 기억들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게다. 물론 지금은 과거만큼의 미제에 대한 선망은 거의 사라졌지만.

강 : 그런데 “이거 이태리제야.”라는 말은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지금도 통용 되는 이 말은 ‘품질은 물론, 그 가치가 예술적 경지에 오른 명품’을 뜻한다. ‘미제’라는 말은 그 빛을 잃은 지 오래지만 ‘이태리제’가 지금도 통용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제조업의 정점은 곧 예술에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는 수공업을 대를 이어 가업처럼 이어가는 가문이 많았고,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적 기질이 예술로 제품에 녹아들면서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보고(寶庫)가 됐다.



정 : 그건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 특유의 가내수공업 방식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드라마 같은 데 보면 자주 나오는 대사 중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같은 표현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태리제에 대한 예술적 성취나 완성도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다. 실제로 명품들 하면 이탈리아를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일 게다. 그런데 자동차에서도 이태리제의 그 이미지가 그대로인가.

강 :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이태리제’의 상징은 그대로 통용 되고 있다. 도로 위의 예술품, 마세라티(Maserati)도 그 중의 하나다. 이탈리아가 탄생시킨 많은 명품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마세라티도 레이싱카에 매료 된 마세라티 가문의 여섯 형제들에 의해 시작된다. 6형제 중 넷째인 알피에리 마세라티(Alfieri Maserati)가 이탈리아 볼로냐에 작은 가게를 연 게 1914년 12월 1일이니 브랜드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

정 : 마세라티는 가끔 도로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엠블럼으로 들어있는 삼지창이 특이하더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것이잖나. 최근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에서 아쿠아맨이 삼지창을 쓰는 걸 봤을 때도 마세라티 엠블럼이 떠올랐던 기억이 있다.



강 : 그 유명한 마세라티의 엠블럼 ‘삼지창’은 1926년 마세라티 기술로 탄생한 ‘티포 26(Tipo 26)’이 출시되면서 마세라티의 문장으로 달려 나왔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던 삼지창에서 영감을 받은 이 엠블럼은 지금은 레이더 반사판을 가리는 커버 구실까지 더하게 됐지만 여전히 마세라티의 맨 앞자리에서 당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정 :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마세라티는 좀 낯선 자동차 브랜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훨씬 친근해진 면이 있다.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고.

강 : 이 명품 반열에 오른 마세라티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TV광고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가하면, 스포츠스타를 내세우는 스타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도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삼지창’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정 : 최근 수입차 수요가 부쩍 늘면서 마세라티도 더 많이 보이게 됐던 것 같다.

강 : 2003년 국내에 정식 수입되기 시작한 마세라티는 10년을 넘기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4년 동안 판매량이 15배나 증가해 대한민국이 마세라티의 최다 판매국가 톱5에 꼽힐 정도가 됐다.



정 : 마세라티는 디자인적으로 봤을 때 독일 차가 가진 견고함의 느낌보다는 훨씬 아름답다는 느낌을 더 준다. 이런 면들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남다른 이미지 전략을 썼을 것 같다.

강 : 마세라티의 국내 시장 성장 과정에는 몇 명의 선 굵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레이싱카 DNA, 우렁찬 배기음, 예술적 경지의 디자인에 어울리는 인물들을 찾다보니 아무래도 모델 포스를 풍기는 남성 배우가 먼저 떠오른다.

정 : 어떤 배우인가.



강 : 차승원이다. 배우 겸 모델 차승원이 마세라티와 인연을 맺은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차승원은 2012년 2월 마세라티 홍보대사로 위촉 돼 ‘콰트로포르테 스포츠 GT S’를 지원받았다. 차승원과 마세라티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 돼 올해 4월의 서울모터쇼까지 5년간 마세라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차승원은 마세라티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던 2015년 커다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 tvN의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요리 잘하는 ‘차줌마’의 매력을 듬뿍 발산한다.

정 : 차승원은 본래 좀 강한 인상의 배우로 시작했다. <아테나> 같은 작품에서 보였던 선굵은 액션 연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다 2011년 <최고의 사랑>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역할도 잘 수행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 후로는 액션과 코믹, 멜로, 휴먼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연기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차승원이 훨씬 더 친숙하게 대중들에게 다가온 건 2016년 <삼시세끼> 어촌편에 나오면서부터다. 연기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요리도 예술적으로 하고, 또 같이 나온 유해진과 부부 케미를 보이면서 훈훈한 인간미까지 더해졌다. 그 후로 차승원은 강한 면과 부드러운 면, 또 거친 면과 섬세한 면이 잘 어우러진 캐릭터가 되었다.



강 : 사실 마세라티가 ‘도로 위의 예술품’으로 불리길 원하는 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마세라티가 갖고 있는 대표 이미지 ‘스포츠카’가 마세라티의 전부가 아님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마세라티는 ‘빨리만 달리는 차’에 머무르기를 거부한다. 마세라티가 품고 있는 예술적 감성이 빨리 달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 : 그런 점에서 보면 차승원이 가진 다재다능한 면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강 : 마세라티는 배기음이 요란하다. 차를 잘 모르는 이들에겐 단순히 ’시끄러운 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세라티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견주어지는 배기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술적 감성이란 게 본디 알아주는 사람 앞에서라야 제 가치를 발한다. 강하고 직선적 매력의 차승원이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차줌마’로 다가올 수 있었던 데는 차승원의 인간미를 알아준 나영석 PD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정 :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상 차승원의 그런 면들을 끄집어내줄 수 있었던 건 나영석 PD가 가진 남다른 심미안이 있어서다. 나 PD는 그런 점에서 보면 원석에서 보석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 같다. 사실 이서진도 그렇고 윤여정, 정유미도 그렇고 그의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런 매력적인 면을 갖고 있는지 잘 몰랐었다.

강 : 마세라티의 예술적 감성은 디자인과 배기음, 그리고 감촉에서 확인 된다. 오감(五感)을 다 동원할 필요가 있는 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SUV 열풍은 스포츠세단 위주의 마세라티 라인업에도 변화를 줬다.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르반떼를 보면 SUV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마세라티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완성시킨 르반떼는 ‘키 높은 세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정 : 실로 예술적 감성이라는 것이 굉장한 걸 보태서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런 감각을 갖고 들여다보게 해주는 그런 관점 제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세라티의 배기음을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비교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강 : 마세라티의 배기음은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도 곧잘 비유되기도 한다. 파바로티는 생전에 ‘마세라티 세브링’을 애마로 삼아 즐겨탔다. 마세라티는 1948년 본사를 모데나로 옮겼는데 이 곳은 바로 파바로티의 고향이다. 마세라티와 파바로티의 결코 우연하지 않은 인연을 귀히 여기는 이들은 “마세라티의 배기음과 파바로티의 우렁차면서도 맑은 음색이 꼭 닮았다”고 표현하곤 한다. 또한 운전자들이 가장 가까이 접하는 실내는 장인의 손길을 그대로 느껴지도록 맞춤식으로 제작 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알면 알수록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마세라티의 예술적 가치들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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