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건 서울모터쇼는 계속돼야 한다

서울모터쇼 규모가 작아 부끄러우니 그만하자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부끄러워하는 게 먼저다



올해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열흘간 서울모터쇼가 열렸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터쇼다. 늘 그랬지만 올해 모터쇼 앞뒤로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먼저 완성차 업체 중 서울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은 브랜드가 질타를 받았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판매가 중단된 상태니 모터쇼에 나오지 않은 걸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FCA(크라이슬러, 피아트, 지프)와 볼보는 지난해 부산모터쇼에도, 올해 서울모터쇼에도 볼 수 없었다. 그들이 내세운 불참 이유는 비용이었다.



사실 모터쇼는 돈이 많이 든다. 참가비, 부스 제작비, 각종 물류비 등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부담스러운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러 수입차 브랜드가 부담을 떠안으면서 국내 모터쇼에 나오는 이유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 또한 국내 시장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FCA와 볼보는 2년 연속 모터쇼에서 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돈만 벌고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2018년 부산모터쇼에선 풀모델 체인지 된 지프 랭글러와 볼보 XC40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모터쇼가 끝난 후에도 말이 많았다. 몇몇 언론이 ‘규모면에서 국제모터쇼에 미치지 못해 부끄럽다’고 평했다. 2017년 서울모터쇼는 국내 9개, 수입 18개 등 총 27개 완성차업체가 참가해 모두 300여 대의 차를 전시됐다. 2015년보다 브랜드가 7개 적고 전시차도 50대나 빠졌다. 월드프리미어(그랜저 하이브리드, 쌍용 G4 렉스턴)도 단 두 대뿐이었다. 규모만 놓고 보면 국제모터쇼로는 부족해 보일수도 있다. 어쩌면 서울모터쇼 앞뒤로 열린 대형 모터쇼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서울모터쇼 2주전 제네바모터쇼엔 900대가 넘는 차가 전시됐고 월드프리미어도 120대에 달했다. 서울모터쇼가 끝나고 2주 뒤엔 상하이모터쇼가 열렸다. 올해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쇼였다.



몇몇 국내 언론들은 서울모터쇼를 제네바와 상하이모터쇼에 비유했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87회째를 맞는 제네바모터쇼와 11회째인 서울모터쇼가 같은 순 없다. 더불어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과 등 유럽의 자동차 강국 사이에 인접한 지정학적 이점이 있다. 중국도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시장 규모에서 한국은 유럽과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부 언론이 지적한대로 서울모터쇼를 그만해야 할까? 올해 서울모터쇼엔 수입차뿐 아니라 200개 가까운 부품 및 용품, 튜닝, 캠핑카 업체가 참가했다. 그들은 돈이 많아서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건 아니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그들 제품을 관련 업계 종사자와 관람객에게 홍보하기 위해 큰돈을 들여 모터쇼에 나온 것이다. 올해뿐 아니다. 매번 서울모터쇼는 완성차업체보다 훨씬 더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가했다. 서울모터쇼가 없어지면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홍보의 장이 없어지는 셈이다.



2017년 서울모터쇼는 10일간 총 61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제네바(80만 명), 프랑크푸르트(90만 명), 파리(120만 명)에 비하면 관람객이 적지만 모터쇼 규모에 따른 관람객 수로 따지면 서울모터쇼가 가장 알찬 모터쇼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전국 중고등, 대학교에서 1만3,000여 명의 학생들이 서울모터쇼를 단체 관람했다. 자동차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모터쇼만큼 훌륭한 학습장이 또 있을까?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율주행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상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고, 여러 부품업체들이 선보인 신기술과 자동차부품연구원의 기술연구 자료 등은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이끌 주역들에게 매우 훌륭한 교보재다.



서울모터쇼는 경제적 가치도 작지 않다. 61만 명의 입장료만해도 61억 원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준비하는 데만도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50억 원 이상 든다. 해외수송과 물류, 모터쇼 관람객과 관계자 운송 그리고 그들이 쓰고 가는 돈까지 계산하면 모터쇼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수조원이 움직이는 아주 큰 행사다. 이런데도 서울모터쇼를 그만해야 할까?



서울모터쇼는 존폐의 논쟁거리가 아니다. 규모가 작다고, 월드 프리미어가 적다고 모터쇼 존폐를 논하는 건 1차원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각이다. 서울모터쇼 규모가 국제 모터쇼에 미치지 못해 부끄럽다고? 나는 자료 조사는 하지 않고 얕은 생각과 지식만으로 서울모터쇼의 존폐를 논하는 그들의 기사가 더 부끄럽다. 서울모터쇼는 계속돼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 (<모터 트렌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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