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의 이상향에 가장 근접한,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
매력적인 관점에서 본 2017년 올해의 차 - 볼보 V90 CC

한 해를 대표하는 차의 기준은 뭘까? 가장 빠르게 달리는 차를 꼽아야 하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빨리 도달하는 차가 최고일까? 달리기로 줄 세울 수 없다면 가장 잘 팔리는 차는 어떨까? 한 해 가장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자동차를 살 때 꼭 좋아서 사는 것만은 아니다. 한정된 재화에서 가장 무난하기에 고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 어려워진다. 올해의 차는 숫자나 결과로 꼽기엔 어딘가 김이 빠진다.

이런 기준은 어떨까. 자동차라는 관점, 한국이라는 시장을 자극한 모델. 사람들의 시야를 넓힌 존재라는 점에서 ‘올해의 스타’ 같은 위치를 차지한다. 한 해 동안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도가 높으니까. 다른 무엇보다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기에 인정할 수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가 어떤 모델보다 눈에 띈다.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는, 그러니까 크로스오버에 속한다. 왜건과 SUV의 중간. 왜건의 실용성과 SUV의 험로 주파성을 적절히 품었다. 그러면서 세단의 주행 품질도 놓치지 않는다. 그동안 크로스오버 모델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했다. 각 브랜드마다 장르 뒤섞어 독특한 차종을 선보였으니까. 그럴 때마다 호기심이 동했다. 단,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다종을 조합한 만큼 생김새가 괴상했다. 크로스오버는 이상하게 생긴 차의 다른 말이기도 했다.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는 확실히 다른 평가를 이끌어냈다. 크로스오버인데 괴상하게 생기지 않았다. 중요한 지점이다. 수많은 크로스오버 자동차가 외모를 극복하지 못하고 외면 받았다. 볼보는 지금 디자인으로 세상 시선 다 잡아끄는 중이다. XC90부터 확연히 변한 디자인은 더 뉴 크로스컨트리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볼보답게 면을 잘 쓰면서도 고루하지 않게 마감했다. 단정하고 세련됐다. 괴상한 게 아니라 특별했다. 크로스오버라는 말을 잊을 정도로.



보기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시각적으로 낯설게 한 만큼 운전할 때 감각도 새로웠다. 왜건도, SUV도 아닌 독특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시야가 남다르다. SUV보다 낮고 세단보다 높다. 해서 기존 운전 감각과 다른 편안함을 제시한다. 세단보다 덜 답답하고, SUV보다 더 안정적이니까. 좀 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지만, 문득문득 독특한 시야가 새롭게 한다. 차체도 큼직하기에 공간이 한결 쾌적하다. 공간과 그 안의 감각은 다른 어떤 차보다 특별하다.

이상하기보다 특별한 자동차. 숱한 크로스오버가 도달하고자 한 이상향이다. 더 뉴 크로스컨트리는 지금 가장 근접한 지점에 도달했다. 특별하다는 건 그만큼 희소성을 담보한다. 특별한 걸 싫어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 남과 다른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자동차라면 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면서 라이프스타일의 한 단초이기도 하니까. 그럴 때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는 명확한 화술을 구사한다.



특별한 차라는 점이 꼭 내세우기 위한 요소만은 아니다. 특별하기에 그만큼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 한 차를 오래 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매번 차 살 때마다 생기는 바람이다. 꼭 내구성 문제를 떠나 그러고 싶은 자동차가 드물다. 매년 새 모델이 던지는 유혹에 당해내기 힘들다. 하지만 특별한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체성을 뾰족하게 벼리며 더욱 특별해지기도 한다.

더 뉴 크로스컨트리는 XC70의 후속 모델이다. XC70이 이룬 성과를 살펴보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XC70은 전 세계에서 흥행했다. 가족과 레저라는 양대 가치를 품고, 지루하지 않은 독특한 위치를 선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XC70의 효율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재창조됐다. 유행과 한참 무관한 상태로 자기 성향이 분명한 누군가를 나타내는 자동차. 국내에서도 나온 지 한참 지났지만 언젠가 갖고 싶은 자동차로 꼽는 사람이 꽤 있다.



더 뉴 크로스컨트리 또한 XC70이 쌓은 유산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XC70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최신 볼보 디자인의 수혜까지 입었으니까. 볼수록 참하고 탈수록 특별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 차. 그러면서 오래 타도 고유의 가치가 더욱 확고해지는 차. 매력적인 올해의 차가 평생의 차가 될 확률이 얼마일까?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는 그 확률을 높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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