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전동화와 자율 주행, 기존 기술의 발전 속에서 길을 찾다

[이동희의 자동차 잡학(雜學)] 2017년 말을 장식한 자동차 관련 뉴스 중 대부분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미래 계획 발표였고, 그 내용의 대부분은 전기 모터를 활용한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이었다. 사실 2003년에 설립된 테슬라가 2008년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를 내놓을 때만해도 지금처럼 전기차가 세상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그리고 2012년 모델 S를 내놓고 2년 후인 2014년 가을부터 최초의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 파일럿을 선보일 때도 그랬다. 2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파란을 일으킨 모델 S가 먼저 날린 펀치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휘청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테슬라가 주춤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GM이나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그룹, 토요타, 르노-닛산 등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차근차근 준비한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완성된 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올드 스쿨의 반란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2025년과 2030년을 기점으로 그룹 안에서 판매되는 차들에 이런 미래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전통적인 내연기관만을 쓰는 자동차가 아니라 전동화(Electrified)된, 그러니까 파워 트레인에 어떤 형태라도 전기모터가 사용된 차들의 증가가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자율주행도 비슷한 시기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 기술이 실용화되더라도 값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동화만큼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환경 규제 등으로 전동화는 법적 규제는커녕 각 국가에서 권장까지 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에 과연 운전대를 맡길 수 있으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도덕적 딜레마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자율 주행 보다는 전동화 기술이 더 빠르게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



◆ 전동화, 자율주행과 전통적인 엔진 기술의 발전이 어우러져

이런 방향에 먼저 포문을 연 회사는 BMW였다. 지난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12종 이상의 새로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종과 11 차종의 순수 전기차(BEV)를 내놓을 예정이다. 2020년부터 시작할 이런 친환경차 러시는 2024년에 5개, 2025년에 6개로 정점을 찍겠다는 포부다. BMW는 2013년 11월에 첫 전기차인 i3를 내놓고 4년이 막 지난 2017년 말까지 18만 대 이상의 전동화(하이브리드 자동차 포함) 모델을 팔았고, 2017년에만 10만대가 도로에 굴러나갈 전망이 틀린 말이 아닌 것에 이 계획의 현실성이 있다.

이런 전동화 계획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든 회사는 토요타다. 그간 하이브리드(HEV)의 원조 모델격인 토요타 프리우스부터 시작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왔지만,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2025년까지 그룹에서 판매하는 모든 모델에 내연 기관과 친환경 파워트레인(순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포함)을 함께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내연 기관만이 달린 모델이 없다는 뜻으로 가격 때문에 소형차 이하에 적용하지 못하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양한 차에 적용한다는 말이다.

또 2030년이 되면 최근 토요타 그룹 세계 판매의 약 10%인 100만 대의 순수 전기차(BEV)와 연료전지차(FCEV)를 포함한 무공해차(ZEV)를 팔고, 이를 모두 합쳐 전체의 50% 이상인 550만 대를 친환경 차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파나소닉과 손잡고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를 재활용하는 비즈니스도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또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은 물론 수소 충전소의 보급까지 참여하겠다고 나서 전방위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GM은 자율 주행과 라이드 쉐어링을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로 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차를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 사용하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우버를 비롯해 카 쉐어링을 주 수익 모델로 내세운 기업들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물론 미국의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지만, 완전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로보 택시를 대량으로 생산해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GM 회장인 댄 암만은 현재 차 한 대를 팔아 폐차할 때까지 자동차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평균 3만 달러인데, 완전 자율 주행차를 만들어 라이드 쉐어링 사업에 사용할 경우 수십만 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자율 주행에 쓰일 장비들의 값이 싸졌을 때 가능한 일로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교통 환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의 실수를 줄여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물론 기존의 내연기관 기술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닛산이 발표한 가변 압축비 터보 엔진(Variable Compression Turbo)은 1876년 니콜라우스 오토가 최초의 현대적인 내연기관을 발표한 이래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손꼽힌다. 크랭크 사프트에 달린 멀티 링크 구조를 활용해 피스톤의 상사점을 조절, 엔진 부하과 주행 상황에 맞춰 엔진 압축비를 8.0~14.0까지 조절한다. 저부하 저속 주행에서는 압축비를 높여 최고의 효율을 만들고, 고부하 고속 상황에서는 압축비를 낮춰 높은 토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한 연료 분사 기술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조건 높은 출력을 내는 것보다 충분한 출력과 환경 보호를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더 의미가 크다. 여기에 벤츠가 먼저 사용하게 시작한 48V 전기 시스템은 물론이고 수퍼캐퍼시터를 활용한 전동식 터보차저 등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자동차의 기술은, 더 깨끗한 환경과 더 안전한 주행을 위해 발전한다는 면에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방향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가 내연기관의 효율 향상과 경량화에 집중하던 시절이었다면, 관련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오른 지금에는 다른 곳에서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자동차 기술은 지난 130년 동안 꾸준하게 발전해왔지만, 앞으로 10년의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화려하고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따라갈 것인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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