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관점에서 본 2017년 올해의 차 - 테슬라 모델 S 90D
ELECTRIC SHOCK,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 시대

이젠 전기 자동차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대상이다. 동시에 친환경 부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현존하는 전기차는 더는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아주 이상적인 ‘현실’이다. 올해 등장한 많은 좋은 자동차 중에서 테슬라 모델 S 90D를 기꺼이 ‘올해의 차’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모델 S 90D는 전기차라는 구조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멀리, 빠르게 달린다. S 90D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378km를 달릴 수 있다(공식 인증). 처음부터 끝까지 배터리 효율성에 초점을 주행이라면 430km 이상도 충분히 달린다. 따라서 도심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때라면 평균 3~4일 이상 추가 충전이 필요하지 않다. 장거리 주행도 어렵지 않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한 번의 추가 충전만 필요할 뿐. 배터리 용량이 크니까 충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데스트네이션(저속 충전기)의 경우 약 8시간이 필요하지만, 슈퍼차저(고속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의 80%까지 충전하는데 단 40분이면 된다.



실제로 천안 종합휴양 관광지 근처에 위치한 슈퍼차저를 이용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려봤다. 여유 있게 달려서, 약 4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어렵지 않았다. 남은 배터리 수치를 보면서 불안에 떨지 않았다. 오히려 배터리가 충분해서 속도를 높였다. 한편 충전이라는 과정으로 경로를 약간 돌아가면서 오히려 여행의 본질도 알게 됐다. 충전하는 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커피를 마시며 쉼표를 찍었다. 꼭 모든 풍경을 빠르게 지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면서 고속도로 표지판만 기억에 남는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테슬라는 좋든 싫든 잠깐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줬다. 이것은 충분히 즐길만한 과정이었다.

반대로 배터리가 충분할 때 테슬라 모델 S는 절대 따분한 차가 아니었다. 이 차는 앞뒤 바퀴에 독립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약 420마력, 시스템 최대 토크는 66.8kg·m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4.4초 만에 마친다. 차가 맹렬하게 가속하는 동안 고막을 자극하는 소음이나 진동은 없다. 이 정도 가속력이면 출발 후 웬만한 스포츠카를 뒤로 보낸다. 물론 그들에게 시커먼 배출가스가 아닌 깨끗한 공기를 선물하는 매너도 선보인다. 달리기는 편하다. 가속하는 동안 바쁘게 변속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그저 TV 스위치를 켜듯이 페달을 꽉 밟으면 끝이다.



모델 S 90D는 네바퀴굴림이다. 모델명은 배터리 크기와 구동 방식을 구분한다. 75, 90, 100 등 이름 앞의 숫자는 배터리 크기다(kWh). 숫자가 클수록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주행 성능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개의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뒷바퀴굴림 구조지만, 듀얼모터(D)가 달린 모델은 앞뒤 두 개의 모터로 네바퀴굴림 방식이다. 모델명 앞에 ‘P’가 붙은 것은 퍼포먼스를 강조한 모델이다.

차의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덩치는 포르쉐 파나메라와 비슷하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 구조지만 기존 자동차 디자인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앞뒤 트렁크 공간 확보와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블 존 등이 디자인에 영향을 줬다고 풀이된다. 이 차는 새로운 형태의 하이테크 이동 수단을 강조한다. 센터패시아에 달린 17인치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이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차의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문을 잠그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라디오나 공조 장치, 심지어 시트 열선 조작까지 디스플레이로 구현했다. 재미있는 것은 선루프다. 단지 닫힘과 열림뿐이 아니라 열리는 범위를 퍼센티지로 세밀하게 표시한다.




S 90D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징을 장점으로 잘 부각한다. 차 무게는 2200kg이다. 이 중 절반을 배터리가 차지한다. 하지만 무거운 배터리를 자동차 중심, 가장 아래쪽에 달아 균형을 효과적으로 실현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수십 년간 고민해온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셈이다. 이건 플랫폼의 혁신으로 볼만하다. 실제로 주행 성능도 놀랍도록 안정적이다. 정교한 운전 감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코너를 돌파하는 속도가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빠르다. 서스펜션은 타이어를 노면으로 부드럽게 밀착시켰다. 무게 2t이 넘는 4도어 세단치고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달콤한 반응의 앞머리 움직임과 풍부한 타이어 접지력을 바탕으로 S 90D는 운전자에게 짜릿한 달리기 감각을 선사했다.



테슬라를 설명하며 자율주행 보조장치인 오토파일럿도 빼놓을 수 없겠다. S 90D, 최고 옵션의 경우 8개의 서라운드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달린다. 그리고 자동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고 주변 흐름에 맞춰 스스로 차를 운전한다. 물론 한국에선 법규상 완전한 자율주행이 불가능하기에 아직 오토파일럿도 자율주행 보조 장치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고속도로에서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지만, 돌발 상황을 대비해서 운전자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운전자가 통제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됐는지 오토파일럿이 확인도 한다. 일정 시간(혹은 자동 차선변경 실행)마다 운전자에게 스티어링휠을 잡으라고 요구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오토파일럿이 현존하는 자율주행 보조 기능 자동차 중에 가장 정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만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기능을 추가하고 계속해서 개선할 수 있다. 주행 성능과 배터리 효율성뿐 아니라 아직은 제한적인 자율 주행 기능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바로 테슬라의 방식이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바퀴 달린 전자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운전자가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본격적인 자동차이다. 그만큼 모든 것이 진지하다. 테슬라 S 90D가 올해의 자동차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이유다.

<제원> ------------------------------------------------------
2017 테슬라 모델 S 90D
전기모터 앞뒤 듀얼 전동 모터(AWD)
시스템 최고 출력 420마력
시스템 최대 토크 66.8kg·m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378km
무게 2200kg
공인 연비 4.2km/kWh
기본 가격 1억2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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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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