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를 성장시키는 자동차, BMW M2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서킷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면 즐겁다. 성능은 둘째 문제다. 고성능일수록 아드레날린이 솟겠지만, 고성능이 아니라도 재미 느낄 부분은 많다. 서킷이라는 공간이 자동차에 더욱 집중시키니까. 공도에선 아무래도 자동차 자체보다는 교통 흐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서킷에선 다각도로 분산된 감각을 자동차에만 쏟을 수 있다. 돋보기 들여다보듯 자동차를 제대로 본다. 서킷이 자동차든, 운전자든 발가벗긴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BMW M2를 서킷에서 탔다. M2의 출력을 즐겼다는 말이자 M2의 성격을 파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로든, M2와 보다 친해졌다. 거듭되는 코너를 돌 때마다 진지한 얘기가 오간 까닭이다. 서킷이기에 둘 사이 거리가 금세 줄어들었다. 친해지고 나니 M2가 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M2는 내게 제대로 운전해보자고 권유했다. 운전 실력 높이는 트레이너처럼.

타기 전에는 조금 달랐다. 풍성한 출력에 취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경험한 BMW M 모델들은 그렇게 기분을 고양시켰으니까. 뒷바퀴에 쏟아지는 고출력은 판단하기에 앞서 환호성을 먼저 이끌어내기 일쑤였다. 어쩌면 이 출력을 제대로 부리기엔 내 실력이 모자랐을 수도 있다. 세대 바뀔수록 몸집과 근육 키운 M의 근력은 그만큼 강렬했다.
M2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출력이 만만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300마력이 훌쩍 넘는 출력이 부족할 리 없다. M4의 450마력보다 낮아도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운전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코너를 빠져나가 다음 코너까지 마냥 아드레날린에 취하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적당히 자극하면서도 차분하게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이게 최선이야? 하면서 다음 코너를 준비하게 했다. 더불어 M2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다음 코너를 준비하는 나를 발견했다.

M2가 선명하게 달려서다. 운전할 때 느끼는 감각이 명료하다. 자극하기 위해 과장된 몸짓을 보이지 않는다. 운전자가 입력한 신호만큼 달린다는 점을 확실히 전달한다. 활달하게 자신을 과시할 줄 알았는데 차분하게 운전자에게 반응하니 달리 보였다. 그 위급 M 패밀리는 그보다 화려하다. 고출력을 은근히 과시하고 달린다. 그 화려함이 매력적이긴 하다. 누구나 편하게 고출력의 파도를 타게 하니까. 해서 운전자를 스스로 돌아보게 하기보다 짜릿함에 취하게 한다.
형들과 다른 M2의 성격은 제원에서 짐작할 수 있다. M4에 비해 M2는 전장이 20cm가량 짧다. 중량도 120kg 덜 나간다. 반면 폭은 비슷하다. 아무래도 M2가 민첩할 수밖에 없다. 보다 작고 가벼우면서, 안정적인 자세도 취하니까. M2는 군더더기 없이 달린다. 반면 출력은 M2가 M4보다 경차 한 대 정도 적다. 해서 쏟아지는 출력에 휩쓸리기보다 그 출력을 잘 부려보고 싶어진다. 이런 요소들이 서로 조합되며 M2는 운전자에게 자기 실력을 바라보게 한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달까. M4는 놀이기구 탄 듯 짜릿했다고 느끼며 털고 내려오게 한다.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했으니 만족해한다. 반면 M2는 내릴 때 아쉬움이 먼저 든다. 조금 더 타고 싶어서. 조금 더 레코드 라인을 수정하고 싶어서. 특히 운전에 막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명료한 감각을 토대로 연습하고 싶어진다. M2라면 단계를 밟아가며 실력을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M2가 수족처럼 느껴질 때면 내 실력이 얼마나 늘게 될까? M2는 훈련을 유도한다.
이런 자동차가 몇 있다. 운전자를 성장시키는 자동차랄까. 여러 속도 영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출력은 기본이다. 그러면서 감각이 명료하고 거동에 군더더기가 없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움 대신 오직 달리는 데 집중한다. 운전자는 그 안에서 조금씩 실력을 쌓아나간다. 어떤 점에서 고집스러운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운동 능력 외에는 많은 지점에서 소박(?)하니까.

그런 이유로 M2를 좋아하는 사람은 적을 거다. 자동차를 이동수단, 혹은 고급스런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에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다. 고성능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M2보다 더 강렬하고 화려한 모델이 먼저 눈에 들어올 거다. 그나마 가격이 낮은 엔트리 고성능 자동차로 목록에 오르려나. 그러든지 말든지 M2는 그 틈에서 고유한 가치를 빛낸다. 아케이드 게임처럼 공략하고 싶은 차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