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리 점친 될성부른 신차들

모든 차가 성공을 꿈꾸지만 성적표가 같을 수는 없다. 올해 출시 대기 중인 신차 중에도 잘 될 차들과 그렇지 않은 차들은 나뉘기 마련이다.



연말에는 자동차 업계에 희비가 교차한다. 한 해 동안 올린 성과에 대한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잘 팔릴 줄 알았는데 망했으면 눈물을 흘릴 테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잘 팔리면 기뻐하기 마련이다. 희비가 교차하는 연말에 비교하면 연초는 모두가 희망에 부푼다. 각자 준비한 신차가 올해는 잘 팔리겠지 하는 기대감에 빠진다. 물론 1년 뒤에는 또다시 희비가 갈리겠지만.

모두가 희망을 품지만 모두가 잘은 안 된다. 모델에 따라 잘 팔리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는 나뉜다. 애초에 대량 판매 특성을 보인 차는 많이 팔리고, 소수를 겨냥한 틈새 모델은 판매 대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판매 대수보다는 예상보다 얼마만큼 잘 했느냐가 성공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올해 출시를 앞둔 신차 중에 좋은 성과를 거둘 차를 미리 점찍었다.

개점휴업 상태인 폭스바겐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디젤 게이트로 이미지를 구겼지만 한국 시장 특성상 과거는 쉽게 잊힌다. 품질 괜찮고 가격만 적절하게 나온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갑을 연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기본기에 대한 평이 좋다. 명성에 오점은 남겼지만 이전에 쌓아 놓은 좋은 이미지가 오점을 상당 부분 덮어 버린다.



폭스바겐이 판매를 재개하며 들여오는 모델은 세 가지. 아테온과 파사트, 티구안이다. 이 중에서 대중성이 높은 파사트와 티구안이 주력 모델이다. 티구안은 판매 중단 이전에 수입 SUV 시장 1위였고 전체 시장에서도 1위를 비롯해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미지가 좋게 박혀 있어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티구안급은 가장 대중적인 세그먼트인데도, 딱히 시선을 잡아끄는 모델이 없다. 푸조 3008이나 포드 쿠가 정도인데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크지 않다. 비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리를 티구안이 차지할 게 분명하다.



파사트는 이전과 달리 미국형이 아닌 유럽형이 들어온다. 미국형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고급스럽고 완성도가 높다. 파사트가 속한 수입 중형 세단은 유독 독일 대중차의 빈자리가 크다. 유럽산 모델이라고 해봐야 포드 몬데오와 푸조 508 정도다. 이들 역시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파사트가 나오면 독일 대중차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흡수한다. 디젤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해도 여전히 디젤 세단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 특히 독일산 디젤 세단의 수요는 여전히 크다.



소리소문 없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차종이 일본산 중형 세단이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가 각축을 벌인다. 그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차는 어코드다. 최근 신형 캠리 등장으로 캠리에 관심이 쏠리기는 했지만, 어코드는 여전히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신형 어코드는 크기를 키우고 상품성을 높였다. 어코드의 강점은 튼실한 기본기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면모다. 캠리처럼 너무 파격적이지도 않고, 알티마처럼 무난하지도 않은 적절한 매력을 풍긴다. 신형 역시 그러하다.



포르쉐 카이엔은 이전 세대까지는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벤츠와 BMW SUV에 질린 사람들이 포르쉐 카이엔으로 몰렸다. 지금은 레인지로버 브랜드가 흥하고 다른 럭셔리 브랜드의 SUV 신모델이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져서 카이엔의 인기도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약발은 여전하다. 포르쉐 브랜드 이름값은 여전하고, 카이엔의 명확한 스포츠 SUV 성격은 다른 SUV와는 차별화되는 요소다. 다만, 이전 세대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스타일은 약점이다. 그래도 SUV 인기가 여전한 트렌드 속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 신형 싼타페는 국산차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둘 차다. 싼타페 이름값 하나만으로도 기본 이상은 한다. 전면부 스타일은 코나와 비슷하게 나온다.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있지만, 상품성이나 완성도로 평가받는 차급이라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현대차가 가격을 엄청나게 올린다든가 중대 결함이 발견된다든가 하는 일만 없다면 이전 싼타페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SUV의 인기가 여전한데, 나온 지 좀 지난 국산 SUV가 식상해지는 때라 신형 모델이 등장하면 금세 주목 받는다. 시기도 적절하게 잘 맞췄다.



르노삼성 클리오는 나온다는 소문만 몇 년째다. 2018년에는 꼭 나온다고 하니 믿어볼 수밖에. 국내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으로 통하지만 예외는 있어서 팔릴 차는 팔린다. 폭스바겐 골프는 해치백이고 수입차인데도 꽤 많이 팔렸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이 팔지만 실질적으로는 르노차다. QM3이 그랬듯이 무늬만 국산차인 수입차다. 국산차 인프라 혜택을 누리는 수입차의 이점은 꽤 크다. 클리오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콘다운 면모다. 국산 해치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 해치백은 실용성으로 접근하면 인기를 끌지 못한다. 클리오는 귀여운 스타일 덕분에 일반 해치백이라기보다는 패션카에 가깝다. 가격이 어떻게 책정될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반 국산 해치백보다 조금 높더라도 동급 수입차보다 싸다면 살 만하다고 여기게 된다.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는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차다. 국산 픽업 시장은 유일하게 쌍용차만 모델을 내놓는다. 현재는 코란도 스포츠 한 종류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금 더 크고 고급스러운 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렉스턴 스포츠가 제격이다. 밑바탕이 된 G4 렉스턴은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대형 SUV 시장에서 한 달에 2000대 선을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다. 이 인기가 렉스턴 스포츠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눈에 띄게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잘 될 차들도 대기 중이다. 폭스바겐 아테온, 쉐보레 에퀴녹스, 볼보 XC40, 지프 신형 컴패스 등도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한 차들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evo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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