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시장, 갈수록 경쟁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
20,000. 지난해 국내 제조사는 내수 시장에서 155만여 대의 신차를 판매했다. 전년도(2016년)와 비교하면 약 3만8,000대 줄어든 실적이다. 제조사마다 실적도 썩 좋지 못했다. 기아자동차는 2016년 53만5,000대에서 지난해 52만1,550대로 1만3,450대 줄었고, 한국지엠은 18만여 대에서 13만2,300여 대 판매로 4만8,000대 가까이 떨어지며 가장 많은 물량이 빠졌다. 르노삼성 역시 16년 11만1,100여대였던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 10만500여대로 1만대 이상 떨어졌다. 판매실적이 오른 곳은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두 곳으로 각각 3만297대(총 68만8,939대), 3,123대(총 10만6,677대)씩 늘었지만 국산 승용차 전체 실적의 하락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2018년 전망도 썩 밝지 않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지난해 말 ‘2018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수시장 전체 규모는 지난해 수준인 182만대를 유지하지만 국내 제조사 내수판매는 3만대 가까이 감소한 153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내외적 상황은 여럿이다. 통상임금 소송과 노조 파업 등 노사관계 불안에 따른 경영불확실성, 강화된 디젤 승용차 인증 기준 시행에 따른 차값 인상,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위축, 국제유가 상승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지난해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의 약 10%를 차지했던 그랜저 IG의 신차효과 감소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KAMA 보고서는 ‘전망’에 지나지 않는다. 2017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의 경우 국산차 내수판매 148만대, 전체 내수시장 175만대로 예측했지만 실제 판매량(국산 155만대, 전체 약 180만대)과 차이가 적지 않았다. 싼타페와 파생 대형 SUV, K3와 K9 등의 풀 체인지 모델과 르노 클리오, 쉐보레 에퀴녹스 같은 OEM 수입 신모델이 대기 중이고 차령(車齡) 10년이 넘은 노후차(약 723만대)도 많아 올해 역시 보고서 전망치를 훌쩍 웃도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새 디젤 엔진 개발 부담으로 소형 SUV 시장이 타격을 입어 전체 시장 규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전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지지 않는 이상 달성될 거라 장담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친환경자동차 보급과 관련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1만4,000대 보급을 목표로 했고 지난 3분기에 일찌감치 골에 도달했다. 올해 보급 목표는 지난해보다 6,000대 늘어난 2만대다. 정부 지원 보조금이 대당 1,4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200만원 줄지만 개별소비세(200만원→최대 300만원)와 교육세(60만원→90만원) 감면 혜택이 늘어 구매자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지난해와 큰 차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 액수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이 없진 않다. 지난해 9월 환경부가 고시한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담긴 새로운 평가 기준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승용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상온(영상 23도)에서 60km 이상, 저온(영하 7도)에서 상온주행거리의 70% 이상을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임에도 정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차종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전기차 시장 성장에 제약이 된다며 힐난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전기차 이용자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자동차업체의 기술개발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이다.

지난해 9월 15일자 고시 내용에 따라 1,200만원으로 확정된 정부 보조금의 지급 기준도 달라진다. 평가 결과(전비, 배터리 용량 등의 성능)에 근거해 지원받을 수 있는 보조금의 액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1,200만원 전액 지원 대상인 전기차와 그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받는 전기차가 생겨난다는 얘기다(1,200만원을 초과하는 보조금 지급은 없다). 보조금 차등 지급은 이미 확정된 사항으로 환경부는 그 대상과 기준 등과 관련해 1월 말 상세한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새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과 무관하게 전기차 시장은 올해도 (제조사와 구매자 모두의) 경쟁이 뜨거울 듯하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볼트 EV(1회 충전 주행거리 383km)를 지난해보다 넉넉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고, 르노삼성은 주행거리가 213km까지 늘어난 SM3 Z.E. 2018년형을 지난해 말 출시했다. 현대와 기아는 각각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코나 EV와 니로 EV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두 차는 아이오닉 EV보다 넉넉한 1회 충전 주행거리(380km 이상 예상)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차 시장에는 94Ah 배터리로 성능을 보강한 BMW i3(주행거리 203km)가 건재한 가운데 크로스오버 형태의 재규어 i페이스(유럽 기준 500km 주행거리 목표)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미국 공장이 차질 없이 양산 일정만 맞춘다면 연말께 국내 상륙이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 올해 전기자동차 보급대상(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