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함께 주목할 만한 국내 자동차 이슈 세 가지를 짚어본다.

◆ 현대 기아의 독주, 이어질 것인가?
2017년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5개 브랜드는 모두 합쳐 155만 80대를 판매했다.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현대 44.4퍼센트(제네시스 포함), 기아 33.6퍼센트, 한국지엠 8.5퍼센트, 쌍용 6.9퍼센트, 르노삼성 6.5퍼센트로 정리됐다. 같은 그룹사 소속인 현대와 기아의 점유율을 합치면 무려 78퍼센트에 이른다. 이와 같은 시장상황은 2018년에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큼 많이 팔릴 새 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브랜드가 현대와 기아뿐이기 때문이다.
올해 나올 현대 싼타페와 기아 K3은 시장에서 비교적 수요가 큰 중형 SUV와 중소형(준중형)차다. 각각 현재 동급 베스트셀러인 기아 쏘렌토와 현대 아반떼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떨어진 판매를 어느 정도 선까지 올려놓을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현대 투싼과 아반떼, 기아 스포티지의 부분 변경 모델도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어서, 현대 기아는 시장 몫에서 최소한 크게 잃을 것이 없다.
반면 다른 업체들이 내놓기로 예정된 새 모델 가운데에는 소위 대박을 터뜨릴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캡티바를 대신할 쉐보레 에퀴녹스는 출시 초기에 어느 정도 새차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구성과 가격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 클리오 역시 소형차와 해치백이라는 점 때문에 틈새 모델 이상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쌍용은 코란도 스포츠를 대신할 렉스턴 스포츠가 도움을 주겠지만, 티볼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이 전체 판매증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따라서 현대 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올해 안에 핵심 모델의 판매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현상유지 이상의 결과는 얻기 어렵다.

◆ 친환경차 판매 전망은?
세계 핵심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친환경차 소비의 상당 부분은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올해 우리나라 친환경차 판매에는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뒤섞여 있다.
우선 1월 1일부로 하이브리드 차(HEV)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 액수가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나아가 전기차(EV)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도 1,400만 원에서 1,200만 원(고속전기차 기준)으로 바뀌었다. 대신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전기차 보급대수는 1만 4,000대에서 2만 대로 늘어났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에 지원되는 보조금 500만 원으로 유지된다. 아직 올해 환경부 업무처리지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FCEV) 보조금도 작년과 같은 대당 2,750만 원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HEV 보조금을 줄인 것은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내연기관 차와의 값 차이도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HEV는 30종(PHEV 포함), 수는 약 7만 5,300대에 이른다. 차 값을 고려하면 보조금이 판매에 큰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 나아가 정부는 2019년에는 HEV 보조금을 완전히 없앨 계획이다. 다만 정부 보급계획을 크게 밑도는 PHEV는 EV 보급 확대, FCEV는 지지부진한 충전인프라 구축의 영향으로 올해에도 큰 성장은 어렵다. 또한, 두 종류의 친환경차 모두 판매되는 모델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고, 현대 차세대 FCEV를 빼면 추가될 모델도 없다.
따라서 EV를 제외한 나머지 장르의 친환경차는 전반적으로 소폭 성장에 그칠 듯하다. 관건은 EV인데, 이 역시 정부 보조금 지원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보조금 액수가 워낙 크고, 충전인프라가 꾸준히 확충되고는 있지만 내연기관 차에 익숙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새로 출시될 EV는 대부분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으로 실용성이 이전보다 좋아지므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 수입차 판매증가 계속될까?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18년 전망 자료에서 올해 수입차 예상 등록대수를 지난해보다 약 9퍼센트 늘어난 25만 6,000대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등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늘어나리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전반에 관한 전망은 발표기관에 따라 소폭 감소와 증가가 엇갈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같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디젤게이트 여파로 지난해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던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우디는 지난해 말 스포츠카 R8 판매를 시작하며 시장 복귀를 알린 바 있고, 폭스바겐과 더불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고를 내보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아테온, 파사트 GT, 신형 티구안 등 새 모델을 내놓으며 본격 판매를 시작한다. 일시 판매중단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했던 두 브랜드가 다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물론 두 브랜드가 짧은 시간 안에 과거 판매량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디젤게이트로 악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중단 기간에 약해진 영업망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대체 수요가 볼보 등 다른 브랜드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폭스바겐 그룹은 디젤게이트 이후에도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나는 등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제품경쟁력을 갖고 있다. 기타 수입차 브랜드의 새 모델 가운데 많이 팔릴 모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체 수입차 판매 증가는 폭발적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겠지만, 두 브랜드 판매가 재개되면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이다.
그밖에도 소비자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반발심리, 국내 브랜드 차의 전반적 제품경쟁력 약화,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양극화 심화 등 영향으로 국내 브랜드 차 판매 감소분의 일부를 수입차가 가져갈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