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들이 럭셔리 브랜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이유
2017 대중문화 속 자동차들과 2018 전망 (2)

2018년 무술년 새해, 올해는 어떤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나올 것이며 그 안에는 또 어떤 자동차들이 등장할까. 사실 이런 전망은 쉬운 일이 아니고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과거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새롭게 기획할 수는 있다. 따라서 2017년 주목받았던 드라마와 예능, 영화 속 자동차들의 좋은 예, 나쁜 예를 들여다보는 일은 새해 한번쯤 곱씹어야 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부터 6개월 간 <스타카톡> 코너를 연재하며 들여다본 영화, 드라마 속 자동차들은 어떤 시대적 분위기와 어울렸고, 또 콘텐츠를 통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또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게 하는가.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머리를 맞댄 결과 나온 이야기와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총 다섯 가지였다.

Q1. 유독 성과 보인 볼보자동차, 무술년에도 종횡무진할까
Q2. 검사님, 경찰관님, 현대·기아차 말고 안 타세요?
Q3. 재벌가 럭셔리카의 향연, 올해도 계속 될까?
Q4. 예능에서 빛난 자동차들, 올해도 계속 이어질까?
Q5. 복고와 추억 속으로 되살아난 옛 자동차들 올해는 어떨까?



(1부에서 계속됩니다)

◆ 재벌가 럭셔리카의 향연, 올해도 계속 될까?

강희수(이하 강) : 빈부격차로 현상화 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는 ‘그들만의 세상’을 한층 더 이질적인 시선으로 힐끔거리게 만들었다. 부유층의 추악한 욕망의 군상들을 여과 없이 드러낸 <품위있는 그녀>는 단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더 크게 놀라게 했다. 도무지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의 빈부격차는 <죽어야 사는 남자>라는 코믹극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1970년대 중동으로 건너가 억만장자이자 보두안티아 공화국이 백작이 된 사내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 버려 둔 딸을 찾아온다는 설정은 그 자체가 넌센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빈부 차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정덕현(이하 정) : 실제로 <품위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에게 들으니 이 작품을 위해 실제 강남 부유층들의 이야기들을 취재했다고 하더라. 우리 같은 서민들이 “설마 그러겠어?”하는 것들이 정말 벌어진다고 했다.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 ‘허위의식’을 드러낸 작품으로 <품위있는 그녀>는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다. 또 말한 대로 <죽어야 사는 남자>는 상상 초월의 중동 재벌이 주인공이다. 다소 과장된 면들이 있지만 직접 아부다비나 두바이에 가보니 그들의 재력이 실감나더라. 출퇴근을 헬기로 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흔히들 드라마는 서민층 이야기보다 부유층의 이야기가 더 먹힌다는 말이 있는데 <품위있는 그녀>나 <죽어야 사는 남자>가 그런 작품이다. 부유층이 사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물론 그 럭셔리한 삶이 주는 막연한 로망도 빼놓을 수 없다.



강 : 상상을 초월하는 럭셔리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국내 럭셔리카 시장도 덩달아 신이 났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페라리, 렉서스 같은 호화 브랜드들이 애들 장난감처럼 흔하게 노출 돼 눈요기를 시켰다. 1000살을 바라보는 도깨비와 인간 도깨비 신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도깨비>에서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마세라티’가 등장해 럭셔리 라이프의 환상을 보여줬다.

정 : 사실 최근 드라마들은 좀 더 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의 삶을 담은 작품들을 내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럭셔리한 부유층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다고 보인다. 그래서 <품위있는 그녀>처럼 부유층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면서도 그들의 허위의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은 동시에 서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한다고 보인다. 이런 작품들은 올해도 역시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강 :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현실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그들만의 세상’은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다. PPL 시장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들의 유혹은 제작자들이 쉽게 뿌리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럭셔리카 시장은 올해도 맛깔스러운 환상을 좇을 것이 틀림없다.



◆ 예능에서 빛난 자동차들, 올해도 계속 이어질까?

강 :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동차 PPL이 활기를 펼친 것도 새로운 현상의 하나다. PPL의 주력 시장이 여전히 드라마임은 틀림이 없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누린 틈새시장도 지난 해 만만치 않게 성장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 스타의 아이콘 이효리와 그의 자상한 남편 이상순, 그리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여행과 만남 이라는 낭만적인 설정이 버무려진 <효리네 민박>은 예능에서도 드라마 못지않은 PPL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 : 실제로도 볼보를 타는 이상순이어서 더 리얼함이 있었다고 보인다. <효리네 민박>에서 볼보는 럭셔리한 느낌을 주면서도 제주라는 자연과 잘 어우러졌고 또 이효리가 반려견들과 함께 산책을 나갈 때도 동승하는 장면을 통해 친자연적인 느낌을 주었다. 볼보하면 그냥 튼튼한 차로만 여겨졌던 이미지가 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보인다.



강 :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XC90’은 자상한 남편 이상순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오버랩 돼 새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에 등장한 쉐보레 스파크는 숫제 자동차가 아니라 하나의 출연자였다. 스파크가 바닷가를 따라 달리거나, 염소 목장을 향할 때의 모습은 그 안에 탄 사람들의 기분을 나타내는 표정이었다. 때로는 설레었고, 때로는 걱정스러웠으며 때로는 평화로운 휴식이 스파크의 싱그러운 질주에 담겨 있었다. 스튜디오 보다는 현장 촬영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볼 때 새해에는 특정 예능 프로그램의 애마 하나쯤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정 : 요즘 예능 프로그램이 드라마만큼 재미있어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건 과거처럼 대본으로 짜여진 캐릭터쇼 형식의 예능에서 이제는 리얼한 진짜 일상으로 들어온 리얼리티 예능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최근 방영된 <강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그저 제주도에 식당을 열고 영업을 한다는 간단한 콘셉트이지만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당연히 자동차 협찬도 드라마만큼 예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건 실제 현실 속에 자동차를 담는다는 점에서 효과도 좋을 것이다.



◆ 복고와 추억 속으로 되살아난 옛 자동차들 올해는 어떨까?

정 : 지난해 최고 흥행작 영화 <택시운전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시대사적인 의미도 있었지만 복고적인 감성도 빼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거기 나왔던 택시들이 주는 푸근함 같은 게 있었다고 할까.

강 : 영화 <택시 운전사>는 광주 5.18의 비극을 다뤄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시대적 사명과 동시에 37년 시간여행의 감성도 같이 담고 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브리사’ 택시의 아련한 추억은 현대사의 비극이 아로새겨지면서 더 큰 격정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자동차 번호판 도입이 최초로 의무화 됐던 1915년 이후 한국자동차 문화도 100년이 넘었다. 이제 어느 시대 어느 차는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벼리가 되고 있다. <택시 운전자>는 ‘브리사 택시’라는 시대적 아이콘이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동질감을 일깨워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회적 가치로 승화 됐다.

정 : 복고나 추억 트렌드는 지난해 드라마 <고백부부> 같은 작품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복고 트렌드를 똑같이 갖고 있던 <란제리 소녀시대>나 <20세기소년소녀> 같은 작품들은 실패했다. 그 이유는 과거를 다루더라도 그것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 두 작품이 놓쳤기 때문이다. 아마 자동차 협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복고 속에 들어가는 자동차 그 자체의 추억도 좋지만 그것이 현재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따져봐야 효과적일 것이라 보인다.



epilogue. 길은 어디로든 열려있고 틀린 길은 없다

사람이 가는 곳이 바로 길이 된다. 그렇게 생긴 길 위에는 사람들이 다니고 그래서 더 길다워지며 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게 된다. 한 해의 대중문화를 찬찬히 되돌려 보면 무수히 많은 길들이 거기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중 어떤 길들은 넓었고 그 길 위에 많은 사람들을 오가게 했으며, 어떤 길들은 좁아도 단단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런 길의 특징은 대중문화 콘텐츠든 자동차든 마찬가지일 게다. 그래서 이들의 행보는 크고 작은 저마다의 길들을 내고 앞으로 나가는 것만으로 모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길을 행복하게 열어가기를. 길은 어디로든 열려 있고 틀린 길이란 없으니.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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