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나타와 그랜저 하이브리드 구매 시 혜택 더 큰 차는
줄어드는 친환경차 보조금, 판매에 어떤 영향을 줄까?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새해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달라집니다. 이 가운데에는 친환경 차량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지난해까지 대당 100만원 지급되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올해에는 50만원으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아예 사라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기차의 경우 중앙 정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이 지난해 1,400만원에서 올해 1,2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당 보조금은 줄어들지만 전체 보조금 규모는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하이브리드 차량용 보조금은 정부 예산이 2017년에는 모두 400억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3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는 올해 예산 규모가 지난해 2,353억원보다 늘어난 2,913억원입니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총 대수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 모두 늘어난 셈이기는 합니다.

자 여기까지는 남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부터는 ‘내’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즉, 줄어든 보조금을 감수하고도 내가 친환경차를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환경 보호가 중요하겠지만 솔직히 소비자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친환경’이 연료 경제성이나 세금으로 변신하여 내 주머니의 지출과 연결된다면 중요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의 선택 기준은 그 제품이 ‘나에게 주는 혜택’입니다. 자동차라는 기계덩어리도 아니고 그 자동차가 환경을 덜 해치는 친환경 성능도 아닙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는 혜택은 뭐니뭐니해도 경제성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세제 혜택과 보조금 가운데 보조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게는 기회입니다. 왜냐 하면 역시 연비가 가장 큰 매력이었기 때문에 돈을 더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에 저항이 없었던 디젤 자동차가 위기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차량과 디젤 차량의 가격와 연비를 비교해 보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모델이면서 동시에 같은 모델 안에서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을 샘플로 선택했습니다. 현대차의 그랜저와 쏘나타입니다. 두 모델을 샘플로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받는 모델이므로 올해부터 줄어드는 보조금이 위기일 수 있습니다.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세제 혜택은 있지만 보조금은 없는 모델입니다. 그런데도 1만8천대 이상 판매되어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에 이어 지난해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모델로 기록됐습니다. 계산 결과 만일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보조금이 없는 만큼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정숙성이나 연비 등의 상품성만으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것은 정부가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삭감하는 자신감이 합당하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만일 보조금이 없는 만큼 현대차가 가격을 낮추어 보조금을 받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동종 디젤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라면 이야기는 복잡해집니다. 왜냐 하면 남은 보조금은 물론 세제 혜택까지 사라지는 내년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스스로 가격을 낮추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하이브리드 차량들에게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쏘나타를 보겠습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기본 트림은 ‘스마트’이고 가격은 3,029만원입니다. 1.7 터보 디젤의 경우 ‘스마트’ 트림은 선택이며 가격은 2,780만원입니다. 그리고 두 모델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최상위 트림은 ‘프리미엄’이고 가격은 각각 3,313만원(하이브리드)과 3,118만원(디젤)입니다. 그런데 가격차이가 다릅니다. 스마트 트림에서는 두 모델의 가격차가 249만원인데 프리미엄에서는 195만원입니다. 하지만 사양을 살펴보면 하이브리드에만 있는 프리미엄 스페셜 트림(3,501만원)이 디젤의 프리미엄 트림과 더 가깝습니다. 이 때의 가격차는 383만원으로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의 프리미엄 플러스 트림에는 18인치 알로이 휠 (하이브리드 - 17인치 에어로 휠)이나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과 같은 사양들이 빠져 있습니다. 가격차가 이보다 작았던 스마트 트림에서는 하이브리드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와 후방 카메라가 삭제되는 등 가격차가 작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사양의 일관성이 없는 현대차의 트림 정책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므로 다음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디젤 모델에 비하여 사양이 열세입니다. 이는 표면상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위 트림간의 비교에서 하이브리드는 디젤보다 383만원이 비쌉니다. 이것을 상쇄하는 것이 차량 가격에 영향을 주는 개별소비세(최대 130만원)와 교육세(최대 30만원) 감면 혜택과 등록비 절감으로 연결되는 취득세(최대 140만원) 감면과 공채매입면제(최대 200만원, 서울 기준) 혜택입니다.

383만원이었던 가격차이가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감면으로 240만원으로 줄어들고 등록비의 취득세와 공채 면제로 다시 줄어들어 100만원 남짓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신청하면 지난해에는 두 모델이 만원 남짓의 가격차로 – 마치 미리 짜고 치는 듯하게 –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같아집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사양이 부족한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50만원 비싸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공인 연비가 디젤보다 좋고 정숙성에서도 우세이며 외관상으로도 약간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만의 상품성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비하여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그랜저 2.2 디젤과의 직접 경쟁하지 않는 색다른 접근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트림의 종류부터가 완전히 다릅니다. 하이브리드의 엔트리 트림인 프리미엄만 2.2 디젤과 경쟁할 뿐 상위인 익스클루시브 및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트림은 3.0 모델의 상위 트림과 경쟁합니다. 특히 최상위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모델에서는 19인치 휠 대신 17인치 에어로 휠이 장착된 것을 제외하고는 사양에서는 하이브리드가 3.0 모델과 동일합니다.

이것은 그랜저의 경우는 하이브리드를 단순히 디젤과 경쟁하는 또 하나의 경제 모델로 포지셔닝하는 대신 하이브리드의 정숙성을 무기로 럭셔리 세단 시장을 개척했음을 뜻합니다. 즉 하이브리드의 새로운 사용법인 겁니다. 비록 출력에서는 다소 열세이지만 3.0 대비 훨씬 조용하고 연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상품성을 갖게 된 것입니다.
3.0 모델을 경쟁 상대로 삼자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가격의 부담에서 거의 해방되었습니다. 익스클루시브 스페셜끼리 비교하면 3,900만원 대 4,138만원으로 238만원 비쌌던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세제 혜택만으로도 100만원 미만의 가격차로 줄어들고 등록비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하이브리드가 3.0보다 60만원 가까이 저렴합니다. 그것도 보조금을 받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 이렇다면 내년에 세제 혜택이 사라지더라도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미 럭셔리한 이미지를 굳힌 뒤이기 때문에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치명상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랜저는 하이브리드가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가를 보여줬습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같은 기통수의 디젤 모델과 경쟁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원가 부담이 작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30% 수준의 원가로 70%의 효율 개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면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이 없이도 디젤과 정면 대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그랬듯이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상위 가솔린 모델을 정숙성, 즉 승차감과 경제성으로 공략하면 될 것입니다.
만일 제가 쏘나타와 그랜저 (혹은 K5와 K7)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한다면 저는 그랜저나 K7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쪽이 내가 얻는 혜택이 훨씬 큽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