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컴팩트 SUV 시장에서 생존하는 법
[이동희의 자동차 상품기획 비평] 2017년 자동차 시장을 돌아볼 때 가장 뜨거웠던 세그먼트는 컴팩트 SUV다. 2013년 트랙스가 포문을 연 이 시장은 그 해 말 르노삼성 QM3가 가세하며 확장을 시작했고, 2015년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더해지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산 승용차와 1톤 이하 트럭과 승합차를 포함한 상용차 시장 점유율이 70%를 훌쩍 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런 성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사이즈에서 비슷한 SUV로는 2016년에 데뷔한 기아 니로가 있긴 했지만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어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판매가 그리 높진 않았다. 결국 2017년 하반기에 들어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이 데뷔하면서 컴팩트 SUV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는 1위 경쟁과 나머지 3인방의 3위 싸움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후발 주자의 장점을 한껏 살려 촘촘하게 상품을 구성한 코나와 회사의 사활을 걸고 모든 것을 투입한 티볼리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7월부터 12월까지의 월별 판매를 보면 코나가 데뷔한 7월을 제외하면, 8~11월까지 티볼리보다 코나의 판매가 앞서다가 12월 파업 여파로 출고가 지연되면서 판매가 반토막이 나는 바람에 결국 약 3,000여 대 차이로 티볼리에 선두를 내주었다. 결국 진정한 승부는 2018년 일 년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것은 3위 경쟁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같은 세그먼트에 차를 내놓으며 코나는 중상위 모델 중심으로, 스토닉은 중하위 모델에 집중해 가격대나 사양 등을 정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애당초 플랫폼 자체도 i30 등 준중형 섀시를 바탕으로 한 코나와 프라이브 등의 중소형차를 기반으로 한 스토닉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하반기만을 기준으로 할 때 스토닉은 9,133대가 팔리며 7,768대의 트랙스와 6,034대의 QM3를 누르고 단번에 3위 자리에 올랐다. 결국 공급 문제만 없었다면 1위 싸움에서는 코나가 티볼리를 누르는 결론이 났을 것이고, 중위권에서는 스토닉이 단번에 제자리를 잡은 셈이 되었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은 트랙스와 QM3의 판매량 변화다. 해외에서 만들어 가져오는 QM3는 재고 관리가 쉽지 않다. 특히 해외에서 모델이 변경되더라도 국내에 수입 통관 절차를 걸쳐 실제로 판매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구형 모델의 재고를 처리하는데 별도의 비용을 들여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이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 2017년 1월과 2월의 판매량이다. 나머지 기간 동안 월 평균 1,200대 정도가 판매되었지만 1월에는 192대, 2월에는 2대만 등록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7월 말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발표했지만 판매는 도리어 더 떨어져 8~10월까지 1,000 대를 밑돌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다양한 상품성과 가격대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상품 구성과 수급까지 약점이 많은 QM3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페이스 리프트의 변화 폭이 겉모습에 집중되면서 실내의 변화가 크지 않았기에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가 ‘새 차’라고 느끼기에는 부족했다는 말이다. 경쟁 모델이 선택사양으로 고를 수 있는 차선이탈 경보나 전방추돌 경보 등을 아예 선택할 수 없다는 것과 하나 밖에 없는 파워트레인 등 전반적으로 제품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소비자들 사이에 퍼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결국 12월이 되어서야 할인 등으로 실질 구매 가격이 낮아지면서 판매가 과거 수준인 1,211대로 올라갔다. 결국 상품 가치라는 면에서 공식 판매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 되므로 현실적으로 상품 구성을 바꿀 수 없다면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반면 트랙스는 연간 누적 판매로만 보면 생각보다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월 평균 1,464대가 팔렸는데 하반기 들어 전제 시장이 주춤했던 10월(959대)을 제외하면 평균 1,362대가 팔려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연간 누적 판매에서는 1만6549대를 팔아 3위를 지켰지만 사실 하반기만을 봤을 때는 7,768대가 팔려 상반기(8,781대)보다 판매량이 떨어지며 9,133대가 팔린 스토닉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역시 이런 이유에는 다양하지 못한 상품 구성이 큰 원인이다.
1,695만 원이라는 값에 140마력 터보 엔진과 6단 수동 변속기를 단 기본형을 고를 수 있지만, 비록 출력은 100마력으로 떨어지더라도 30만 원이 더 싼 1655만 원에 6단 자동변속기와 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앞뒤 디스크 브레이크, 오토 라이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포함된 스토닉이 버티고 있다. 트랙스는 기본 차 값이 2,115만 원인 LT 트림이 되어야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이 포함되는 등 동급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옵션들은 모두 중간 이상의 트림에서만 포함되어 ‘어쩔 수 없이’ 높은 등급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토닉은 85만 원을 더해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선택하면 차로 이탈 경고와 전방 추돌 경고 및 방지 기능 등을 기본형부터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트랙스는 이런 기능을 세이프티 패키지로 선택이 가능한데, 역시 LT 트림부터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역시나 결국 가격표 상의 기본 모델 값이 낮더라도, 소비자가 ‘쓸만한 차’를 고르고 났더니 가격이 올라간다면 그 모델에 대한 가격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이번에 추가된 LT 코어 모델도 마찬가지다. 고객 구매 요인 중의 하나인 디자인에서 가장 유혹적인 앞모습을 바꾸고 가죽 시트를 더하는 것으로 가격을 낮추었다고 하지만 이는 위에서 본 것처럼 스토닉 등 경쟁 모델의 값을 고려하지 않은 일이다. 현재 LT 코어에 들어간 장비가 LS 등급에 포함되어야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상품기획의 핵심은 타겟이 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경쟁 모델과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경쟁에서 밀려만 이들은 니즈 파악과 경쟁 모델 분석 모두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그것이 회사 상황에 의해 생겼거나 원가에 대한 것이건 소비자는 이해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1,2위를 다투는 모델은 가솔린/디젤 엔진과 2WD/4WD를 모두 선택할 수 있고, 1위에 오른 티볼리는 거기에 보디 크기도 결정이 가능하다. 반면 3~5위는 4WD를 고를 수 없거나(스토닉/트랙스) 디젤 엔진 한 가지(QM3) 밖에 없는 차들이다. 결국 고객의 선택 폭이 넓은 차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당연한 진리가 통용되는 것이 컴팩트 SUV 시장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