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포츠카 시장의 분위기는 가지치기 모델을 꾸준히 늘리고 패키지를 계속해서 변화시키는 데 힘쓴다. 이런 변화는 과연 합당한 것인가?”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스포츠카는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 제품 수명이 짧다. 경제성이나 합리성으로 선택하는 제품도 아니다. 멋진 이미지, 그리고 즐거운 주행 감각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그러니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얼굴을 바꾸고 편의장비를 추가한다고 언제까지나 멋진 이미지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소비자의 마음을 장시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멋지게, 그리고 더 달리기 성능이 좋아져야 한다. 스포츠카에 다양한 형태로 가지치기 모델(혹은 패키지)이 등장하는 이유다.
BMW M4를 예로 들자. M4는 부분 변경을 나타내는 LCI(Life Cycle Impulse) 외에도 컴피티션 패키지(CP), CS, GTS 등 고성능 패키지를 순차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선을 끈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모든 M4에 컴피티션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리고 있다. CS와 GTS는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컴피티션 패키지는 기본형과 비교해 뭐가 다른가?’
‘이름만 요란한 것은 아닌가?’
‘진짜 다른가?’
이런 의구심을 가지고 M4 컴피티션 패키지를 경험했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 타봤던 M4는 분명 총알처럼 빠르고, 짜릿한 운전 감각을 발휘하는 차였다. 하지만 가끔 차 스스로가 너무 잘났다는 느낌도 받았다. 운전자를 무시하려는 순간이 있다. 소통이 아니라 통보에 가깝게 반응했다. 차를 믿고 코너의 끝까지 전력으로 뛰어들기엔 부담스럽다. 움직이는 모든 행위가 내 손과 발을 다루듯 자연스럽지 않다. 화끈한 주행 성능은 대부분 직선 주행에 맞춰 강조된 느낌이었다.
반대로 M4 컴피티션 패키지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제어할 수 없는 불안함이 훨씬 줄어들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M 버튼을 누르면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자세 제어장치를 한 번에 원하는 설정으로 바뀐다. 그 반응은 즉각적이다. 배기 파이프에서 더 강렬한 포효가 터져 나온다. 변속기는 엔진과 뒷바퀴를 신경질적일 만큼 직관적으로 연결한다.

3.0L 터보 엔진은 450마력을 발휘한다. 출력은 이전보다 약 20마력 높아졌다. 수치로 볼 때 변화는 미미하다. 그러나 실제론 출력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느낌이다(최대 토크 56.1kg·m). 정확히 말하면 출력의 변화가 아니라 섀시 전체가 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휠은 20인치(이전 19인치)로 커졌고, 액티스 디퍼렌셜과 어댑티브 서스펜션도 반응이 분명 개선됐다. 이 모든 변화로 M4 컴피티션 패키지는 이전과 분명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차는 코너에서 물리적 한계와 격렬하게 싸운다. 그 한계가 이전보다 높다. 차를 다루는 감각도 훨씬 직관적으로 변했다. 그래서일까, 달리기가 훨씬 재밌다. 여전히 콧대가 높은 차지만, 이런 자신감이 M4의 매력이기도 하다.

포르쉐 911에도 완성도를 높은 패키지가 더해졌다. 바로 GTS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 그러니까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를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새로운 패키지의 핵심은 균형이다. 무작정 성능을 높이는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일반 도로를 편하고 즐겁게, 장시간을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강화했다는 뜻이다. ‘편안한 고성능’이라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상극된 두 조건의 균형을 조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911 카레라 4 GTS는 분명 기본형이나 S보다 안정적인 달리기 성능을 실현한다. 서스펜션은 모델에 따라 10~20mm가 더 낮다. 엔진 출력은 기본형보다 30마력 올라간 450마력(56.1kg·m)을 발휘한다. 포르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같은 고성능 옵션도 기본이다. 쉽게 말해 단순히 몇 가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차의 성격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 스티어링휠에 달린 다이얼로 스포츠/스포츠 플러스로 모드를 전환하면 가속 페달 반응성은 향상되고, 변속 타이밍과 엔진 허용 회전 매치 구간이 좀 더 넓어진다. 개선된 액티브 서스펜션(PASM)과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가 서스펜션을 더 단단하게, 섀시를 훨씬 안정적으로 변화시킨다.

911 GTS는 기본형보다 코너를 더 빠르게 돌고, 효율적으로 가속한다. 이런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더 안정적인 형태로 진화한 섀시 구조에 있다. 이 차는 기본형 911에서 드라이브 트레인을 개량한 4 모델(네바퀴)이다. 그리고 GTS 버전을 더해서 엔진 출력과 서스펜션 세팅도 강화했다. 그러니 기본형의 업그레이드에서 다시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GTS는 운전자에 명령에 직관적으로 반응한다. 똑똑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토크백터링 기능을 바탕으로 차를 회전시키는 능력도 뛰어나다. 뒷바퀴굴림 911의 날카로운 핸들링과 네바퀴굴림의 뛰어난 타이어 접지력을 모두 만족시킨다. 개인적으로는 GTS라는 변화가 대만족이다. 어떤 장소, 어떤 순간에서도 주행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

꼭 모든 스포츠카의 패키지 변화가 M4 컴피티션 패키지와 911 GTS처럼 극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스포츠카 업계에서도 가장 열정적인, 그리고 성공한 제품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완성도 높은 변화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언제든 환영할 만하다. 두 모델 모두 패키지의 변화에 따라 (기본 모델과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력도 끌어올렸으니까.
물론 이번 패키지의 변화는 실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신형이 출시되었을 때 기본형을 살 것인가, 아니면 신차 효과가 떨어지고 나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개선형 패키지를 살 것인가.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기에 이 고민의 정답은 없다. 사실 자동차 회사가 큰돈을 들여 개선형 패키지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가 이런 고민을 통해 꾸준히 제품에 관심 두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