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만~1,500만원 중고차, 등급 낮더라도 최근 연식을 골라라
중고차 추천을 요청받을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중고차는 이력이 어떤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골라야 한다. 사고 수리 때 보험처리를 했다면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카 히스토리(carhistory.or.kr) 서비스를 이용해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수리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보험처리하는 대신 자비로 수리했다면 카 히스토리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가급적 중고차는 사기 전에 꼼꼼히 실제 매물을 살펴보고, 인수한 뒤에도 수리나 정비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예산에 포함해야 한다. 즉, 전체 예산이 1,000만~1,500만 원이라면 100만~200만 원 정도는 따로 떼어 놓고 차값을 맞추는 것이 좋다.
당연히 국내 제조업체가 내놓은 차들 가운데에는 이 가격대에 해당하는 것이 꽤 많다. 다만 너무 오래된 차들보다는 가급적 출고된 지 2년 남짓 지나 1년 남짓 무상보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가 가장 합리적이다. 사실 요즘 나오는 국산차들도 새차 값이 만만치 않아서, 조건을 그렇게 한정하면 아무래도 중형 이상 세단이나 SUV는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따라서 취향이나 용도에 따라 차종을 달리 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장르의 차든 중소형 아랫급으로 내려가야 알맞은 차를 살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차를 혼자 쓰고 장거리보다 단거리 주행이 많다면 경차를 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낮은 등급이라면 출고 후 1년 정도 지난 ‘새차 같은 중고차’를 살 수도 있고, 2년 정도 지난 차라면 소형차 부럽지 않은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를 갖춘 모델도 고를 수 있다. 경차는 비교적 감가율이 낮은 편이어서 나중에 되팔 때에도 손해 보는 느낌이 크지 않다. 인기가 많은 기아 모닝은 1,000만~1,200만 원이면 2017년식 모델을 사기에 충분하다. 시세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낮게 형성된 쉐보레 스파크는 같은 값으로 좀 더 새것에 가까운 차를 살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소형 CUV도 고려 대상에 넣을 수 있다. 차체는 소형차 급이지만 경차보다는 실내와 적재공간이 넓고 높은 좌석 덕분에 시야가 잘 확보되어 운전이 쉽고 편하다는 장점은 중고차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데뷔 후 비교적 시간이 흐른 쉐보레 트랙스나 새차 출고가가 비교적 낮게 시작한 쌍용 티볼리는 해당 가격대면 2016년식 가솔린 모델을 살 수 있다.

현대 엑센트나 기아 프라이드 등 소형차라면 같은 값에 최근 연식인 차를 살 수 있지만, 해치백보다는 최신 유행을 따라 중고차 가치가 좀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소형 CUV 쪽을 택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다만 차가 작아도 4도어 세단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2017년식 모델을 충분히 살 수 있다. 낮은 인기가 반영되어 매물도 적고 시세도 낮은 쉐보레 아베오 세단은 출고 직후 중고차 시장에 풀린 것까지 살 수 있다.

수입차 가운데에도 1,000~1,500만 원대에 살 수 있는 중고차는 꽤 많다. 그러나 이 가격대에 속하는 차들은 보증기간이 지난 것이 거의 전부라 해도 좋다. 그래서 짧은 기간 타고 팔 생각이 아니라면 부품수급이 원활하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차를 고르는 것이 좋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