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턴’의 자동차들은 배경이 아닌 캐릭터다
‘리턴’ vs 레토나와 악벤저스의 슈퍼카들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방영 도중 주연배우가 바뀌는 내홍을 겪고 있지만 SBS 드라마 <리턴>은 꽤 잘 만든 드라마다. 장르물로서 매 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주는데다, 악당들의 저지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추적해가는 과연은 자연스럽게 가진 자들의 비뚤어진 갑질 행태를 드러냄으로써 사회적인 의미까지 더해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야기만큼 등장하는 다채로운 자동차들의 향연이 또한 마니아들의 마음을 열광케 하는 면이 있다. ‘밤톨이’라 불리는 레토나가 가진 상징적 의미에서부터 렉서스, 벤틀리, 쉐보레 카마로,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포르쉐 등등 등장하는 다양한 차들이 드라마 특유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저 PPL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자동차들. <리턴>은 본 칼럼이 지향하는 콘텐츠 속의 자동차의 포지션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처럼 보인다. 드라마 <리턴>과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차들이 가진 의미들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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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리턴>은 네 명의 상류층 자제와 연관되어 있는 염미정(한은정)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변호사 최자혜(고현정, 박진희)와 형사 독고영(이진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시작은 염미정의 살인사건이지만 사건을 파고 들어가면 과거 이 네 명의 상류층 자제들이 벌인 범죄들과 은폐된 진실, 그리고 당시 그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겪은 피해자들의 사연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범죄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범죄가 가진 권력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식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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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이하 강) : ‘악벤저스’가 안방을 뒤흔들고 있다. 누가 만든 조어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 ‘어벤저스’에 ‘악할 악(惡)’을 붙이니 드라마 <리턴>의 악동 4인방을 이 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는 낱말이 됐다. 이 악벤저스는 드라마 초반엔 ‘악동’ 수준으로 출발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악마’로 변해가고 있다. 도무지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달은 이들 악마를 구출하는 방법, 오로지 처음으로 되돌리는(리턴) 길밖에 없어 보인다.
정덕현(이하 정) : <리턴>은 지금 문제작이다. 초반부터 제기되어 왔던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문제들은 어찌 보면 악벤저스라고 불리는 악당 4인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사실 범죄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당연히 살해나 유기 같은 장면들이 나오면서 자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악역에 집중되다 보니 본래 주연의 존재감이 잘 보이지 않는 경향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갈등을 빚은 고현정이 하차하고 박진희가 대신 역할을 맡는 파행을 겪었지만 제작진은 이런 문제들을 이후 전개에서부터 바꿔나갈 거라고 말하고 있다. 악벤저스도 빼놓을 수 없지만 이들의 사건을 수사하는 최자혜 변호사와 독고영 형사의 과정을 담아 드라마의 본래 의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강 : <리턴>은 인간의 악마적 본성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는지, 또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 지를 파고든 듯하다. 제목으로 쓰인 <리턴>은 드라마의 많은 영역에서 암시를 하고 있다. 과거에 뿌린 악행의 씨앗이 복수의 화신으로 자라났음을 암시하고,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현재의 악행은 결국 순수했던 본성으로의 회귀만이 구원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이 중간에 교체 되는 최악의 내홍을 겪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바로 인간 본성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정 : 맞다. 그 본성을 들여다보고픈 욕망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아예 19금으로 만들었다면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리턴>에는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그 욕망을 건드릴 정도로 차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차들이 드라마의 내용과 부합하고 있다고 보나.

강 :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리턴’은 작품에 등장하는 자동차에도 깊이 새겨져 있다. 드라마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핵심적인 축, 독고영(이진욱 분)의 차 ‘밤톨이’에 기발한 단서가 숨겨져 있다. ‘밤톨이’는 <리턴> 8회에서 ‘악벤저스’의 사주를 받은 패거리의 습격을 받아 처참한 몰골로 부서진다. 방망이와 해머로 난타를 당한 뒤, 다른 차로부터 가장 취약한 측면 공격을 받아 도로 위에서 몇 바퀴를 구른 뒤 전복 된다. 급기야 흘러나온 연료에 불이 붙어 폭발까지 당한다. 그러나 ‘밤톨이’는 후배 형사의 도움으로 같은 모델의 중고차로 부활한다.
정 : 그잖아도 그 중고차가 인상적이긴 했다. 독고영이라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사생활 같은 건 거의 포기하고 살 정도로 질깃질깃한 그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차였다. 그 차의 부활도 그런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고.

강 : 독고영의 ‘밤톨이’가 부활이라는 무리수까지 써가며 드라마에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은 생산조차 하지 않는 단종 모델이니 PPL과 연관 됐을 리도 없다. 말썽만 피우던 아들이 마음잡고 공부 해 경찰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쌈짓돈을 털어 사준 중고차가 ‘밤톨이’라는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부활까지 해가며 살아남아야 할 이유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 보다는 ‘밤톨이'의 차 이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밤톨이의 정식 차명은 기아자동차에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민간에 판매한 ‘레토나’다. 원래 군수용으로 개발 됐으나 민간 판매까지 확대 돼 마니아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단서는 레토나의 이름에 있다. ‘Retona’라는 이름은 ‘Return To Nature’에서 첫 글자만 따서 지었다. 리턴 투 네이처, 즉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 :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이다. 이 드라마가 가진 제목 <리턴>에 담겨진 의미를 자동차에 있어서도 그 브랜드 캐릭터의 의미까지 꼼꼼하게 생각해 선정했다는 뜻이 아닌가.

강 : 그렇다. <리턴>의 공식 자동차 협찬사는 토요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다. 그런데 <리턴>은 카메라의 포커스가 렉서스로 옮겨가는 과정조차 스토리에 녹이고 있다. 본 칼럼이 주창하고 있는 ‘자동차도 캐릭터다’는 취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전개다. 배우로 치면 극 흐름에서 성격이 바뀌는 입체적 인물이 되는 셈이다.
정 : 자동차가 시신 유기 같은 목적에 의해 사용되고 그래서 버려지기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차종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된 면도 있다.
강 : 사학재벌의 아들이자 주체 못할 폭력성을 지닌 김학범(봉태규)은 드라마 도중에 자연스럽게 차를 갈아탄다. 돈 많은 부호들을 상대로 ‘상위 1%’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벤틀리에서 렉서스 RC F로 바꾸는데 그 과정이 매우 개연성이 있다. 악벤저스 일당이 염미정의 시신을 유기할 때 몰고 다니던 차가 벤틀리였고, 이 벤틀리에 장착 된 블랙박스에는 그들의 범죄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학범은 벤틀리의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고 차를 처분하는데, 그 후임을 렉서스 RC F가 맡는다. 하지만 벤틀리의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수입차 딜러에 의해 복구 돼 이후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정 : 이 드라마에서 악벤져스 그 중에서도 김학범(이라는 인물은 다양한 슈퍼카들이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로서 자신의 전담 딜러까지 있는 인물이다.
강 : 극중 김학범이 자동차 마니아로 설정 된 탓에 <리턴>은 그야말로 슈퍼카의 향연이 되고 있다. 드라마의 인물소개에 보면 김학범은 한정판 슈퍼카만 다섯 대를 소유하고 있고, 엔진 소리만 듣고도 차종을 알아맞힐 정도의 마니아다. 김학범과 함께 사건의 중요한 얼개를 엮어간 수입차 딜러는 슈퍼카 향연장의 더블 MC다. 둘이 새 차를 사고파는 수입차 매장 신에서는 억 소리가 나는 슈퍼카들이 열병식 하듯 화면을 채운다. 김학범이 타고 다닌 벤틀리를 비롯해, 람보르기니가 배경으로 서 있었고, 막 구입한 롤스로이스를 쏘나타 타듯 몰고 나가는 젊은 주부도 카메라에 잡힌다. 또한 오태석(신성록)과의 내기 포커에서 져 김학범이 내줘야 하는 ‘36번째 영숙이’는 포르쉐 파나메라였다. 오태석에게 배달 된 이 차의 트렁크에는 염미정의 시신이 실려 있어, 트렁크가 널찍한 포르쉐도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일깨웠다.
정 : 사실 슈퍼카들이 악벤저스들에 의해 마구 운전되고 또 심지어 버려지기도 하는 장면은 조금 아깝게도 느껴지더라.

강 : 악벤저스의 일원이지만 희생자가 되는 서준희(윤종훈)가 김학범과 오태석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장면(죽음 직전 구출 된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지만)에서 동원 되는 쉐보레 카마로 SS도 자동차 마니아들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카마로 SS는 슈퍼카 반열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그나마 현실에서 큰맘 먹으면 살 수 있는 가격대(5,098만 원)여서 스포츠카 입문자들에게 ‘현실의 드림카’로 통한다. 악벤저스는 애간장 녹인 이들이 탐내는 노란색 카마로를 깊은 산속 언덕 아래로 굴려 버렸고, 제작진은 급기야 차가 폭발해 불에 타는 장면까지 추후에 집어넣는다.

정 : 이 드라마의 자동차 메인 후원사가 렉서스라고 하지 않았나?
강 : 렉서스가 드라마 첫회부터 화려하게 등장한다. 재계 순위 2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대기업 태하그룹의 상속자이자 본부장으로 나오는 강인호(박기웅)는 렉서스 LS500h를,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고리 구실을 하는 염미정은 렉서스의 스포츠쿠페 RC200t를 몰고 나와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수성가한 엘리트 변호사이자 TV법정 쇼 ‘리턴’의 진행자인 최자혜(고현정, 박진희)는 화려함의 극치인 LC500h를, 벤처기업 사장이자 재벌 2세인 오태석은 하이브리드 SUV인 RX450h를, 강인호의 아내이자 남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는 금나라(정은채)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후륜 구동 세단 GS450h를 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턴>은 차를 하나의 캐릭터(등장인물)로 보고, 성격 전환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느 드라마와는 달리 <리턴>에서 자동차는 매우 주도적인 조연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강희수·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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