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페이스리프트 디자인

[송인호의 디자인 돋보기] 자동차디자인의 수명은 얼마일까? 신차가 출시되고 난 후 다음 세대의 차가 나오기까지는 일반적으로 5~6년이 걸린다. 그런데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신차효과는 길어야 2년 정도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새로움이라는 실질적인 차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이렇듯 신차의 마케팅적 효과가 소비자들로부터 쇠퇴해 갈 즈음 등장하는 모델이 있는데 바로 페이스리프트, 즉 부분 변경 모델이다.



◆ 페이스리프트의 이해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의 범위를 차의 전면부부터 살펴보면 작게는 헤드램프, 프론트 범퍼 그리고 그에 따르는 포그램프와 각종 몰딩류들이 이에 해당되고 후면부에서는 테일램프와 리어범퍼 그리고 반사경 등에 이른다. 경우에 따라 페이스리프트의 변경범위가 확대되기도 하는데 이에는 후드와 펜더 그리고 트렁크 리드 혹은 테일게이트에 이르기 까지 그 범위도 다양해진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케팅 차원에서 그 목적에 맞는 변경범위를 설정 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풀어보면 신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여전히 좋을 경우에는 최소한의 변경으로 신차의 강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그 전략을 취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 즉 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많을 때에는 최대한의 변경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개선하고 신차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음세대의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차량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의 디자인변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디자이너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이런 이유로 디자이너들이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신차개발 때 보다 오히려 더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는 차의 기본 즉, 프로파일과 바디의 볼륨 그리고 캐릭터 라인 등 차량이 가지고 있는 DNA를 손상시키지 않고 새로움을 이끌어내야 하는 까닭이다. 한 편으로는 디자이너들에게 이리저리 꼬아 놓은 어려운 퀴즈를 풀어내는 재미 또한 있을 법하다. 물론 그런 즐거움은 결과가 좋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대표적인 페이스리프트의 성공사례로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를 들 수 있는데 2003년 하이오너 세단을 컨셉으로 출시된 대형승용차 오피러스는 부담스러운 프론트 그릴과 중형급으로 보이는 테일램프로 인해 고급차다움을 발산하지 못했고 이런 소비자의 불만은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2006년 출시된 풀모델체인지급의 페이스리프트로 소비자의 요구에 응답하게 되는데 그릴은 가로가 넓은 비례로 웅장하게 처리하고 테일 램프는 세로타입에 LED를 적용, 고급차다운 자태를 더했고 디자인적으로 세밀한 고급감을 더해 신차에 가까운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됐고 이후 몇 년간 고급차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그러나 원작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때에는 페이스리프트의 명암이 달라지기도 한다. 흔히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원작만한 후속 작이 없다’ 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딱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억지스러운 연출과 함께 이미 전반적인 줄거리를 원작을 통해서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2015년 출시된 3세대 투싼이 3년 만에 선보이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2018 뉴욕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다. 투싼 페이스 리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캐스캐이딩 그릴의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헤드램프를 포함해 그릴, 프론트 범퍼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였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단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이다.

우선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함으로써 현대 SUV 라인업 전반에 걸쳐 패밀리 룩을 완성하고 있고 그릴을 중심으로 새로운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으로 이어지는 직선적인 디테일의 구성이 투싼에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원작이 가지고 있던 디자인의 특징인 역동적이면서도 균형 있고 정제된 모던함이 캐스캐이딩 그릴의 적용으로 다소 복잡해 보인다는 의견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릴 하단에서 시각적인 서포터 역할을 하는 가로바는 포그램프로 이어지면서 일률적인 두께와 깊이감으로 시각적으로 약해 보이는 현상을 가져오는데 전작의 안정감 있는 날개형 가로바의 디테일이 디자인적 완성도 면에서 더 나은 듯한 아쉬움마저 든다.



리어에서는 번호판을 포함한 테일게이트와 얌전하게 정리된 테일램프 그리고 리플랙터의 위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프론트 못지않게 과감한 변화를 선보이고 있는데 번호판과 연결된 리플랙터는 측면에서 차의 성격을 보다 공격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고 헤드램프를 비롯한 프론트 전반에 적용된 직선위주의 램프구성은 테일램프에도 그대로 적용돼 앞뒤의 통일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테일램프와 리플랙터가 가까워지면서 시선이 위쪽으로 쏠려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고 차체가 좁아 보인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 IT 트렌드를 반영한 인테리어의 변화

인테리어에서는 작은 변화로 큰 효과를 주고 있는데 입체감 있는 벤트그릴이 와이드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시원스럽게 주고 있고 크러쉬패드 상단에도 좌우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입체적인 면을 더해 새로움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더해 플로팅 타입의 네비게이션을 적용하여 미래지향적인 트렌드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페이스리프트는 작은 변화로 큰 효과를 소비자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쉽지 않는 과정이다. 캐스캐이딩 그릴로 대변되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투싼의 페이스리프트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한편으로는 풀모델체인지를 위해 그려지고 있을 새로운 투싼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송인호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