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에센시아 컨셉: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을 담다

[송인호의 디자인 돋보기] 지난달 28일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제네시스 에센시아 컨셉이 공개됐다. 에센시아 컨셉은 제네시스 최초의 고성능 순수 전기차로 경량 카본파이버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하고 있으며 평온함과 명쾌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 ‘Athletic Elegance’를 표출하는 상징으로 미래 제네시스 양산차 라인업의 디자인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발표 이후 많은 국내외 매체를 통해 제네시스가 표방하는 디자인 철학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 역시 기다려 왔던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을 ‘에센시아’가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결론은 기대이상이다.

‘에센시아’는 우선 GT모델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네시스 측에 따르면 2021년까지 6개의 차종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미 세단형식의 G90, G80, G70이 출시됐고 지난해 모터쇼를 통해 SUV 컨셉인 GV80가 공개 된 점을 미루어 보면 앞으로 출시될 차종으로 SUV와 럭셔리 쿠페가 제네시스의 라인업을 완성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따라서 이번 에센시아 컨셉에 적용된 디자인을 도로에서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은 상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파라볼릭’ 아키텍쳐

우선 외관과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주된 디자인 요소로 적용된 단어 중 하나는 ‘파라볼릭’ 즉 ‘포물선’이다. 포물선은 사전적으로 ‘물체가 반원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는 선’ 을 의미하는 말로 제네시스가 표방하는 ‘Athletic Elegance’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인 것 같다. 제네시스가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면서 흔히 쓰고 있는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는 순간 느껴지는 긴장감’과도 일맥상통하고 화살이 그 긴장감을 떠나 역동적이고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이 된다. 이런 포물선의 특징은 사이드 프로파일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흔히 쿠페에서 볼 수 있는 뒤가 높은 웨지(Wedge) 스타일의 벨트라인과 캐릭터라인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에센시아 만의 독창성을 담아내고 있고 이로 인해 윈드쉴드에서부터 리어 데크까지 긴장감 있는 포물선 형태의 루프라인을 이끌어 내어 매혹적인 사이드 프로파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재규어 I-페이스나 테슬라와 달리 센터 터널에 배터리를 배치함으로써 그만큼 시트포지션과 플로어를 최대로 낮출 수 있는 패키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한편 이런 포물선의 디자인요소는 리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아래위로 맞닿은 포물선은 그 자체로 단단한 구조를 연출하고 있으며 칼로 자른 듯한 리어 면은 공기역학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이런 명쾌한 라인과 면은 상대적으로 리어 휠아치 상단에 자리 잡은 매끄러운 근육질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리어 하단의 정교한 디퓨저와 에어벤트는 리어 휠아치와 연계되어 공기흐름을 지배하는 듯 하다.



◆ 비움의 미학을 이야기하다

어느 외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담당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이상엽 상무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의 이면에 담긴 한국적인 프리미엄의 가치에 대해 동시에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비움’ 이다. 특히 이상엽 상무는 한국의 서예를 예로 들며 글자보다 글자 이외의 하얀 종이 즉 여백의 미를 강조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앞서 얘기했던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거는 기대가 더 높아졌는데 어찌 보면 지극히 추상적인 얘기일 수 있겠으나 한 브랜드의 디자인 수장이 가지고 있을 법한 디자인 철학에 앞서 그들 스스로에게 내재된 철학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특히 3년이 채 되지 않는 신생브랜드, 게다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제네시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비움의 미학은 또 다른 채움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에센시아의 인테리어에서 그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에게 흔히 ‘그레이 존’으로 인식되는, 그래서 디자인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프론트 도어 안쪽의 공간을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G-매트릭스를 형상화하여 이를 3D 프린터로 구현했다. 물론 에센시아에 적용 된 버터플라이 도어 때문에 노출되는 공간을 그냥 둘 수 없었던 이유겠지만 어쨌든 이런 시도들이 제네시스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 표출이 아닐까 한다. 외관에서는 후드에 드리워진 글라스 아래로 레이싱 타입의 푸쉬로드 서스펜션이 투영되고 있는데 이 또한 전기차로서의 특징을 드러내지 않게 보이는 일견 비움과 또 다른 채움의 미학이 아닐까 싶다.



◆ 전기차에서의 크레스트 그릴

다시 프론트로 돌아가서 제네시스의 상징인 크레스트 그릴을 살펴보기로 한다. 과연 전기차에서 크레스트 그릴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알다시피 전기차에서는 프론트 인테이크 홀이 필요치 않은데 에센시아에서는 크레스트 그릴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마도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제네시스가 그를 상징하는 가문의 문장인 크레스트 그릴을 없애기에는 무리가 따른 듯하다. 오히려 현명하게 기능적인 특징을 부여하고 있는데 크레스트 그릴내부에 에어커텐을 적용 그릴로 유입되는 공기를 휠아치와 후드 쪽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어 전기차에서의 그릴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 기술로 만들어 내는 라이트 시그니쳐 ‘쿼드 램프’

에센시아의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모두 4개의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특징은 이미 GV80 SUV 컨셉에서 적용되었는데 에센시아에서는 보다 진보한 형상이다. 사실 이런 극단적으로 슬림한 램프를 구현하기에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고광도의 LED가 개발되어야 할 테니까. 그런데 제네시스가 이런 라이트 시그니쳐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승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술력이 뒷받침 된다면 그야말로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을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 연결성을 이야기하다.

에센시아에서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연결성이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의 연결, 차와 인프라의 연결 그리고 차와 차의 연결을 이야기 한다. 운전자에게 그때그때의 도로상황을 알리고 교통 혼잡도와 사고회피를 도와준다. 또한 인공지능, 딥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 운전자의 성향에 최적화 된 경로를 안내해 주기도 하고 스마트 홈 시스템과도 연동이 된다. 이런 연결성은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기술로 빚어내는 프리미엄의 가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문과 얼굴인식 센서를 통해 버터플라이 도어가 열리면 하이패션과 클래식한 칼라가 어우러진 우아한 거실분위기를 자아내는 인테리어가 있다. V 무늬의 쉐브론 퀼팅의 꼬냑 가죽시트가 운전자를 평온하게 감싸고 있는데 이는 1956년에 제작된 에임스의 첫번째 하이엔드 마켓용 라운지체어를 연상시킨다. 에센시아의 시트를 떼어다 거실에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루크 동커볼케 전무가 자신 있게 자랑할 만한 품격을 지닌 것이다. 옥스포드 블루의 가죽으로 덮인 슬림한 센터 콘솔이 캐빈을 가르고 운전자의 앞쪽에 포물선을 그리는 와이드 스크린은 그 자체로 아케텍쳐의 일부가 된다.

마지막으로 에센시오를 통해서 구현하고자 하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은 버림이다. 실제로 디자이너들은 무언가를 더하기 보다는 빼는 것에 치중했다고 한다. 즉 여타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과 있지도 않은 역사와 전통을 굳이 흉내 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DNA의 결핍은 도전이기 보다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며 그런 점에서 에센시아가 펼치는 디자인 언어는 제네시스가 나아가야 될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선보이게 될 제네시스 양산차 라인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송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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