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3와 볼보 XC60, 기존 강자와 떠오르는 실력자의 전략은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수입 중형 SUV 시장은 치열하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불리는 영역이라면 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독일 3사가 독점하다시피 점령했다. 랜드로버나 볼보 같은 브랜드의 중형 SUV는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다. 이젠 다채로운 격전지가 됐다. 여전히 독일 브랜드는 명성을 날리지만, 타 브랜드도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일단 디자인으로 관심 유도한 후 자기 브랜드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향상된 품질도 한몫했다.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기존 강자와 새로운 실력자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를 유발한다. 보통 챔피언의 연승에 열광하지만, 주목받는 도전자의 성공신화에 감정이입 하기도 한다. 둘의 장기가 다르다면, 더욱 흥미가 배가한다. 수입 중형 SUV 시장이 딱 이런 구도를 형성했다. BMW X3와 볼보 XC60이라면 대표 모델로 알맞다. 기존 강자와 떠오르는 실력자. 게다가 각각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모델이다. 마침 둘 다 신 모델을 내놓아 관심도도 높다. 드라마가 무르익었다.



◆ 내실에 공들인 BMW X3

BMW X3는 수입 중형 SUV를 이끌었다. BMW의 매서운 인상은 SUV에 더 잘 어울렸다. x드라이브로 명명한 사륜구동은 역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달리기 실력도 만만찮은 SUV랄까. 활용도 높은 SUV라지만 달리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도 희석시키지 않았다. 공간 활용도에만 함몰되지 않고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덕분에 X3는 수입 중형 SUV 하면 떠오르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언젠가 타고 싶은 수입 SUV로서 BMW다운 성격과 실력을 검증했다.

신형 X3은 그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디자인 변화 폭은 극적이진 않다. 인상이 또렷해지긴 했지만, 아는 사람만 안다. 옆에서 보면 극적으로 낮아졌지만, 역시 아는 사람만 안다. 기존 X3가 쌓아온 유산을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쪽을 택한 까닭이다.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대신 기존 형태를 더욱 세련되게 다듬었다. 어댑티드 헤드라이트나 제스처 컨트롤 같은 첨단기술을 장착하면서. ‘BMW 디스플레이 키’라는 호사스러운 요소도 챙기면서.



그러니까 X3는 보이지 않는 부분, 즉 내실에 공들였다. 뼈대를 새로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5시리즈부터 7시리즈까지 두루 쓰는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을 택했다. 30d 모델은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까지 장착해 신묘한 거동도 선보인다. 겉에서 보면 티 나지 않지만, 변화 폭은 꽤 뚜렷하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이성적이다. 모험보다는 잘할 수 있는 걸 했다.



◆ 안팎을 갈고닦은 볼보 XC60

볼보 XC60은 기존 XC60을 잊게 했다. 새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물론이고, 외관도 싹 바뀌었다. 볼보 패밀리 룩이 바뀌는 시점과 맞물려 변화가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앞서 선보인 패밀리 룩이 호평 받았다. 고조된 기대감이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주목시켰다. 기대하던 영화가 재미있으면 입소문은 나게 마련이다. XC60은 디자인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며 존재를 알렸다.

XC60의 변화는 극적이지만, 완전히 독립적이진 않다. 기존 볼보가, XC60이 쌓아온 유산을 토대로 화려하게 배양했다. 기존 볼보는 이렇게 통했다. 안전하고 편안하며 오래 타면 가치가 높은 차. 달리 말하면, 단정해서 좋긴 좋은데 다소 지루하기도 한 차. 어떻게 보면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다. 해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하지만 신형 XC60은 안팎을 새로 바꾸면서 장점은 살린 채 단점을 지워버렸다. 이제 누가 XC60를 지루한 차라고 할까?



XC60은 볼보가 지닌 본래 가치를 더욱 세련되게 치장한 셈이다. 그동안 볼보를 타보고 싶어도 어딘가 망설이는 마음이 있었다. 더 멋있고 세련된 자동차가 많았으니까. 이젠 XC60이 그런 자동차가 됐다. 그러면서 여전히 XC60은 편안하다. 신형 XC60이 짜릿한 운동성능을 내세우진 않잖나. 그 멋 또한 편안함에서 기인한다. 그 전에는 원목의 질감만 잘 살렸다. 이젠 원목의 질감은 물론, 형태까지 세련되게 빚었다. 기존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을 지극히 감성적으로 구현한 셈이다. 요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조준했다.

BMW X3와 볼보 XC60은 각기 다른 방향성으로 변화를 꾀했다. 각자 위치에서 지금 잘할 수 있는 방식일 게다. 누가 더 좋다기보다 누가 더 끌리느냐 문제다. 이 차이가 둘을 선택하게 하는 차이일 테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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