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기아자동차가 2016년 1월 북미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텔루라이드는 공개된 직후부터 화제였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하비 후속이 될 것이라는 예상부터, 콘셉트카 느낌을 얼마나 살려 나올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스타일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콘셉트카 느낌을 살릴 수만 있다면 국내외에서 제법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 봤다.

출시가 임박해오자 텔루라이드 얘기는 더 늘었다. 하지만 정보가 불분명한 탓에 전망이 달랐고, 일부 틀린 얘기들이 사실처럼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정말 텔루라이드는 모하비 후속이 맞는 걸까? 그리고 현대의 새로운 대형 SUV는 기아와 한국 시장에서 치고받는 경쟁을 하게 되는 걸까? 기아와 현대가 곧 공개할 대형 SUV에 대한 소문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봤다
◆ 텔루라이드는 모하비 후속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텔루라이드 양산형과 모하비는 다른 차다. 일각에서 기아 신형 SUV가 K9 후륜 구동으로 나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무래도 모하비가 후륜구동 기반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듯하지만 기아 신형 SUV는 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으로 출시된다. 또한 모하비의 바디 온 프레임 차체 방식과도 다른 일체형 모노코크 차체로 나올 예정이다.

◆ 국내 판매는 어떻게 되나?
역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국 출시 계획은 없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게 시장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텔루라이드 양산형 모델은 미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었으며 중국 시장 진출 역시 고려하지 않고 있다. 큰 전략적 수정이 없다면 텔루라이드는 ‘북미 전략형 SUV’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차량 생산은 미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한국에 있는 어떤 기아 공장에서도 텔루라이드 조립은 없다. 그러니 현재 한국에서 판매 중인 모하비와의 판매 간섭 같은 것 역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텔루라이드로 인한 모하비 단종도 당장은 없을 것이다.
◆ 스타일은 콘셉트카 그대로 나올까?
물론 양산형 디자인은 콘셉트카와 다르다. 얼마나 바뀔지는 실물이 공개돼야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콘셉트카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7인승이 기본이며, 5인승은 옵션으로도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 출시를 위한 양산 시점과 정확한 차량 공개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하반기 공개가 유력해 보인다. 또는 내년 초 북미모터쇼를 통해 정식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선주문 후공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 현대의 신형 SUV는 베라크루즈 후속이 맞나?
기아 텔루라이드가 모하비와 다른 자동차인 반면 현대의 신형 SUV는 2015년 단종된 베라크루즈 후속이라 말할 수 있다. 베라크루즈가 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이었던 것처럼 신형 역시 같은 구동 방식과 차체 형식(모노코크)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 측에서도 베라크루즈 후속이라고 말하고 있다.
◆ 현대 대형 SUV는 국내 판매하나?
기아 텔루라이드와 달리 현대가 내놓을 대형 SUV는 한국에서 생산된다. 한국 시장은 물론 북미를 포함, 좀 더 다양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베라크루즈가 처음에 북미 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iX 55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도 판매됐기 때문에 신형 또한 이런 베라크루즈의 전략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디자인은 코나, 싼타페 등과 비슷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됐다. 그리고 모하비와 베라크루즈와는 달리 텔루라이드와 베라크루즈 후속은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 나오게 된다. 두 차량 모두 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 모델로, 모노코크 바디를 쓰며 엔진 역시 일정 부분 공유될 것으로 예상된다.

◆ i30와 씨드 같은 관계라 보면 되나?
그렇다. 현대 i30와 기아 씨드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 i30는 한국과 유럽 체코 공장에서 동시에 생산된다. 하지만 i30와 같은 플랫폼에서 나온 기아 씨드는 유럽 전략형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유럽에서만 조립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씨드에 대해 기아 유럽 법인은 Made in Europe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홍보 중이다.
기아 씨드와 i30가 국내에서는 중복을 피하고 해외에서는 경쟁하듯 현대 베라크루즈 후속과 기아 텔루라이드 양산형 역시 같은 방법을 취할 것이다. 기아에게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만을 위해 내놓는 첫 북미 전략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베라크루즈 후속 역시 현대 입장에서는 커가는 국내 SUV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을 해줘야 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과연 현대와 기아의 대형 SUV 전략이 그들 바람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현재 기아는 텔루라이드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갈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붙일지,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