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일상의 변화를 꿈꾸다

[송인호의 디자인 돋보기]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여러모로 이슈다. 티볼리에 이어 흥행 돌풍을 이어가며 SUV 전문의 쌍용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형국이다. 올 1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연간 목표의 50%인 1만 5,000대를 돌파하고 최근에는 출고 대기가 석 달 넘게 걸릴 정도로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가 뜨겁다. G4 렉스턴의 플래그십 SUV의 혈통을 계승한 렉스턴 스포츠는 엔진을 비롯해 실내외 디자인 등 많은 부분을 G4 렉스턴과 공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양새다. 실용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스타일에 가격적인 강점까지 가진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인 만큼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출시 이후 각종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많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는 주행 시 쏠림 현상, 8인치 액정패널 불량, 누유 등 제법 많은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스러운 품질 역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픽업트럭이 전과 달리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UV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 등산, 낚시 등 아웃도어 레저문화가 발전하고 그로 인해 기존 세단문화에서 탈피, 보다 여유로운 공간에 기능성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개성 있는 차량, 즉 픽업트럭이 우리의 일상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쯤에서 픽업트럭의 역사와 디자인 트렌드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픽업트럭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픽업트럭은 경량트럭으로 뚜껑이 덮인 캐빈과 개방형 적재함을 가진 차량을 말한다. 미국 자동차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픽업트럭은 1913년 ‘가리온 올스틸 바디 컴패니’에서 포드의 모델T의 섀시를 개조한 픽업트럭을 선보인 것을 최초로 보는 경향이 많다. 이 후로 닷지를 비롯해 포드자동차가 모델T, 모델A 등을 베이스로 한 픽업트럭을 생산했고 1931년 쉐보레가 처음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완제품 형태의 픽업트럭을 선보이게 된다. 1932년에는 포드가 호주에서 ‘UTE’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UTE’는 사실 ‘Coupe-Utility’의 약자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주로 쓰이는 승용차 베이스의 픽업트럭을 말한다. 디자인적으로 차별화가 될 수 있는데 차량의 바디 스타일이 트럭의 적재함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UTE’이고 캐빈과 적재함이 디자인적으로 분리된 형상이 ‘픽업트럭’인 것. 이러한 전통적인 구분은 최근 들어 그 구분이 모호해 져가고 있기는 하다.



쌍용의 렉스턴 스포츠는 이러한 점에서 스타일로 봤을 때 전통적인 픽업트럭이라기보다 ‘UTE’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1950년대부터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픽업트럭을 특수한 목적보다는 일상에서의 사용을 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포드 F-150, 닷지 램, 쉐보레 실버라도, 콜로라도는 미국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도 닛산의 타이탄, 도요타의 타코마와 툰드라 그리고 혼다의 릿지라인을 수출하여 미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픽업트럭의 종류로는 싱글 캡, 쿼드 캡, 더블 캡 등이 있는데 싱글 캡은 주로 일을 목적으로 하며 2도어에 적재함이 큰 픽업트럭이다. 쿼드 캡은 싱글 캡을 약간 늘려서 간이 뒷 좌석을 장착하고 있으며 더블 캡은 앞뒤 좌석이 넉넉하게 있어 세컨드 패밀카의 용도로 활용 되고 있는데 미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픽업트럭이다. 렉스턴 스포츠도 더블 캡 픽업트럭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로 대표되는 한국의 픽업트럭은 쌍용차의 독무대이다. 무쏘, 액티언, 코란도 스포츠시리즈는 SUV의 파생차종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는데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또한 쌍용의 독점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아차는 모하비의 픽업트럭 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대차도 북미공략을 위한 컨셉차량인 ‘싼타크루즈 크로스오버 트럭 컨셉’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 불거진 FTA는 이런 현대차의 픽업트럭 미국시장공략을 위한 픽업트럭개발에 대한 전략을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기는 하다.



픽업트럭의 디자인 특징을 살펴보면 그 방향성이 뚜렷하다. 포드 F-150으로 대변되는 미국적인 픽업트럭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픽업트럭의 전면을 살펴보면 헤비듀티처럼 보여지는 강열한 인상이다. 구조적이고 으리으리한 그릴은 크롬으로 덮여있고 두툼한 수직 수평의 그릴디테일은 다분히 미국산 픽업트럭을 대변하고 있다. 마치 터프한 마초의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이런 특징들은 비단 남성구매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여성구매자에게도 보호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구매요소로 자립 잡은 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픽업트럭을 디자인할 때 혹여 터프한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면 아마도 소비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있기도 할 법하다. 그만큼 미국소비자들의 픽업트럭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그 외에도 시각적인 다양함에 대한 시도 역시 컨셉트럭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는데 2006년 발표된 포드 F-250 수퍼 치프 컨셉 모델은 전통적인 견고한 바디에 세련된 곡면처리로 이후 나온 포드 픽업트럭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는 단단함을 바탕으로 미니멀한 세련미를 더한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미적인 픽업트럭의 특징 이외에도 최근의 픽업트럭의 진화의 모습도 기대할 만하다.



픽업베드의 기능적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2019년 GMC 시에라의 ‘멀티프로 테일게이트’의 무거운 물건을 적재하기에 편리하도록 테일게이트의 일부를 접이식으로 디자인했다. 실제로 픽업트럭이 전통적인 사용에서 일상생활의 통근용으로 그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세계적인 트렌드임을 인식하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기능적인 부분에 감성적인 완성도를 더하는 것이 최근 픽업트럭의 디자인 트렌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은 최근 출시된 픽업트럭에서 그 변화의 흐름을 감지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함이다. 고급감과 개성 있는 디자인 특징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차의 전세계적 확산은 픽업트럭에도 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이런 계획을 언뜻 내 비치기도 했다. 2019년 선보일 예정인 크로스 오버 모델 Y의 뒤를 이어 구체적으로 포드 F-150의 사이즈를 살짝 웃도는 풀사이즈 픽업이 모델 U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형 럭셔리 픽업트럭에 기대감이 높다. 테슬라로서도 미국 전체 차량판매의 18%를 차지하는 픽업트럭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양산화라는 걸림돌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송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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