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차는 현대차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임유신의 업 앤 다운] 국산차 라인업은 완전하지 않다. 수입차가 아무리 많이 들어와서 국산차의 빈자리를 채운다 해도, 국산차에 있을 것은 다 있기를 바라는 게 사람들 심리다. 국내 실정에도 잘 맞고 가격 적절한 모델이 필요해서다. 만들어줬으면 싶은데 시장에 없는 국산차가 은근히 많다. 예전에는 기술력이 떨어져서 만들지 못하는 차가 대부분이었다.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크다. 자동차회사는 수익 추구가 우선이니 돈이 되지 않는 차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반면에 사람들은 사회적 책임을 들어 개발을 요구한다. 대상 업체는 주로 현대자동차다. 회사 규모나 기술력으로 볼 때 사람들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개발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대차에 요구하는 바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서도 두 개가 가장 비중이 크다. 하나는 모터스포츠 참가이고, 나머지 하나는 스포츠카다. 모터스포츠는 몇 년 전부터 현대차가 WRC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TCR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모터스포츠 참가는 사실상 일부의 목소리다. 정작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활동을 활발히 해도 국내에서는 큰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 물론 일부의 목소리라고 해도 거기에 담긴 무게는 무겁다. 국내에서 관심이 덜하다 해도 모터스포츠에서 파생되는 무형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인지도 높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모터스포츠 참가가 필수이기는 하다.

스포츠카는 모터스포츠보다는 시장과 좀 더 가깝고 피부에 와 닿는다. 국산 스포츠카를 원하는 수요층도 적잖이 존재한다. 전통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스포츠카 시장 특성을 볼 때, 제대로 된 국산 스포츠카가 나올 수 있겠냐는 의견도 상당하다. 그러나 스포츠카 수요층이 모두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급 스포츠카를 원하지는 않는다. 스포츠카도 위아래로 수준 폭 차이가 큰 만큼 어느 수준이든 간에 일단 나와주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현대차가 스포츠카를 내놓기는 했지만 무늬만 스포츠카 취급을 받았다. 나와주기만 해도 고마운 존재치고는 스포츠카로서 감흥을 주기에는 다소 약했다.



최근 들어 국산 스포츠카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에 뛰어들면서 스포츠카 수준의 고성능 모델을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통 스포츠카는 아니더라도 국산 스포츠카에 대한 갈증을 풀기에는 충분하다. 해외에는 이미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 모델이 선보였다. 9월에 유럽에 선보인 i30 N은 연말까지 1,000대 넘게 팔렸다. 시장의 평도 좋은 편이다.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모델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면서 고성능 브랜드 N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전략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성능 전문가를 영입해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일반 모델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의 핸들링이나 하체 감각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평이다. 좀 있으면 사람들이 고대하는 고성능 모델이 국내에도 선보인다. 6월에 벨로스터 N이 모습을 드러낸다.



국내에서 현대차가 스포츠카 시장에 공을 들이고 개척해 보이는 듯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멀었다. 국내에서 국산 고성능 모델 선택지는 벨로스터 N이 유일하다. i30 N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해외 생산 모델은 국내에 들여오지 않는다는 노조와 합의 때문이라고 한다. 그보다는 국내에서 i30가 워낙 인기가 없어서 i30 N도 판매가 저조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에 들여오지 않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개발해달라는 요구와 판매가 일치하지 않는 시장 상황도 출시를 주저하게 하는 요소다. 국내에 정말 많이 팔릴 차였다면 국내에서 생산해서라도 내놓지 않았을까 싶다.

고성능차는 이미지 리딩 모델이다. 수익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기술력 과시 및 일반 모델로 기술 파급 효과를 노리는 목적이 크다. 현대차가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브랜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그러할진대, 왠지 해외에만 국한된 모습이 아닌가 싶다. 국내에 고성능 모델을 처음 내놓을 때 i30 N과 벨로스터 N을 동시에 내놨다면 아주 큰 호응을 받았을 터다. 국내 스포츠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 있는 전략에 현대차 브랜드를 다시 보는 계기도 되고.



요즘 자동차시장의 화두는 차별화다. 고성능차도 차별화를 위한 수단으로 주목 받는다. 고성능차의 성능 대중화도 많이 이뤄져서 안전하게 고성능을 즐길 수 있다. 뭔가 타기 불편하고 불필요하게 힘만 넘치는 차라는 인식이 옅어지면서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도 고성능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BMW M이나 메르세데스-AMG도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차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고성능 모델 성장 추세를 본다면 대중차 브랜드도 집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처음 시작하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좀 더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한다. 당장은 국내에서 돈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고성능 모델이 구원투수가 될지도 모른다. 당장은 두각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미리 키워놓고 대비해 놓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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