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모델 없는 서울 모터사이클 쇼, 성공인가 실패인가

[최홍준의 모토톡] ‘제 2회 서울 모터사이클 쇼’가 끝났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내 유일의 모터사이클 쇼가 성공적으로 열렸고 무사히 마무리됐다. 한국 이륜자동차산업협회(KOMIA)와 코엑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모터사이클쇼는 바이크 전시와 신차 소개, 관련 업체들의 단순 전시 보다는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체험 가능한 전시회를 지향했다. 총 관람객수가 5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가와사키, 스즈키, BMW, 할리 데이비슨, 인디언, 베스파, 피아지오, MV아구스타 등의 모터사이클 수입사부터 트라이크 브랜드 리와코, 아라이나 HJC같은 헬멧 브랜드, 알파인스타, RS타이치, 헤빅 등 어패럴 브랜드가 참가했다. 지비 같은 하드 파츠 브랜드, 팩토리M 등의 커스텀 파츠 제조업체 등도 참가해 신차를 발표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선보이며 라이더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모터사이클에 대한 매력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스즈키는 모토GP참전 머신인 GSX-RR을 전시해 큰 관심을 얻었다. GSX-R125 ABS, GSX-S125 ABS, V스트롬 250 같은 신모델과 카페 레이서 SV650X, 버그만 125 ABS, 어드레스125 같은 풀 체인지 모델을 앞세워 이번 모터사이클쇼 전시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신모델을 선보였다.



가와사키는 터보차저를 장착한 H2 SE/SR 모델을 필두로 ZX-10R 등을 전 라인업을 선보이며 이번 모터쇼 최대 규모를 보여주었다. 모든 가와사키 모델을 이렇게 한 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115주년 기념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모델 체인지된 CVO, 투어링, 소프테일 시리즈를 전시했다. 특히 개러지 형태의 부스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할리데이비슨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BMW는 슈퍼 스포츠 모터사이클 HP4레이스를 메인에 세웠다. 750대만 한정 생산되는 스페셜 모델로 양산형 모터사이클 중 최고의 스펙을 자랑했다. 1억에 가까운 가격 또한 화제가 되었다. 스테디셀러인 GS시리즈를 비롯해 엔트리 모델인 G310시리즈, 클래식붐을 주도하고 있는 헤리티지 라인 등 많은 모델을 볼 수 있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신형 스카우트 바버, 로드마스터 엘리트, 치프 클래식, 치프테인 다크호스 등을 선보였다. 특히 로드마스터 엘리트는 핸드 메이드 도색과 오디오 시스템 등 화려한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베스파는 스프린트 카본 125를 공개했고, 피아지오 메들리 125 스페셜 에디션 등을 공개했다. 946레드 한정판과 세이죠르니, 아르코발레노 등 한정모델도 함께 했다.

독일의 트라이크 브랜드 리와코는 엔트리급 모델인 ST시리즈를 비롯해 국내 판매 중인 전 모델을 전시했다. 국내에는 흔치 않은 후륜 투휠 트라이크로 특히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MV아구스타는 투리스모 벨로체 RC, 드랙스터 800, F3 드랙스터 800 RR 루이스 해밀턴 에디션 등 특별한 모델을 대거 전시했다.



이밖에도 라이더 랜드 빅사이트의 커스텀 부스, 레트로 스타일의 한웨이, 뮤트 등 새로운 브랜드가 소개되기도 했다. 피트니스 모델과 바이크의 콜라보 공연이나 어드벤처 라이딩 스킬 이벤트, 사진 공모전, VR체험, 페이스페인팅, 타투 등 여러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이렇게 참가한 완성 브랜드는 10개, 국내에 정식 수입되고 있는 브랜드는 20개가 훨씬 넘는다. 이중 절반도 참여하지 않았다.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마케팅/홍보의 방향성이 있겠지만 브랜드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그만큼 쇼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품 홍보나 브랜드 이미지 형성 같은 투자보다는 이윤을 남기기 위한 노력만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랜드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모터사이클 산업에 속해 있는 브랜드들조차도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의 대표적인 두 제조사, 대림 오토바이와 KR모터스가 빠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까지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하고 있는 완성차 제조업체로써 존재하던 두 회사가 이제는 수입 유통만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술로 개발되고 만들어진 모터사이클은 없다. 경영 악화로 인해 인수 합병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전에 기술개발을 통한 매력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국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쇼에 내세울 모델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결국 반쪽짜리 모터사이클 쇼가 된 것은 브랜드 유치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브랜드는 나름대로 쇼에 대한 효과와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 모터사이클 쇼는 우리나라 모터사이클 산업의 규모와 질적인 면을 알아보는 척도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는 모터사이클 라이더뿐만 아니라 제조업체, 수입 유통 업체 등 이쪽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참여하고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지금은 반쪽이었지만 내년에는, 또 그 다음에는 더 많은 브랜드와 모터사이클이 함께 해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만나러 가야만 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렇기에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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