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팔고 싶은 BMW X1 vs 취향 저격하는 미니 컨트리맨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자동차의 뼈대는 플랫폼이다. 이젠 각 브랜드마다 확장성 높은 모듈형 플랫폼을 사용한다. 소형 해치백부터 중형 세단까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도 이젠 놀랄 일이 아니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차량마다 플랫폼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 하나 잘 만들어놓으면 길이 늘리고 키 높여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
모듈형 플랫폼의 장점이 효율성이라면, 단점은 획일성을 꼽는다. 같은 회사 자동차끼리 더 비슷해진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기본 뼈대가 같으니까. 물론 심장과 관절, 신체 조건이 각기 다르다. 각 모델별로 장르 따라 조율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본 특성까지 지우긴 힘들다. 해서 모델별 주행 질감이 비슷해져 단조롭다고 평하기도 한다. 크기와 디자인, 내장 재질만 다를 뿐이라고. 모듈형 플랫폼이 대세가 된 이후 생겨난 반응이다.

그럼에도 모델별 개성은 존재한다. 뼈대가 같아도 만드는 과정에서 방향성이 달라지니까. 플랫폼 공유하는 서로 다른 모델을 바라보는 재미도 생겨났다. BMW X1과 미니 컨트리맨의 관계가 좋은 예다. 둘은 물론 브랜드가 다르다. 성장해온 과정도 다르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에 있기에 같은 플랫폼을 쓴다. 그러니까 BMW 전륜구동 플랫폼. 둘은 뼈대가 같지만 성격 다른 형제처럼 다르다.

◆ 보편타당한 SUV로 성장한, BMW X1
BMW X1은 플랫폼 바뀌며 싹 바뀌었다. 1세대 X1은 후륜구동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해서 형태가 SUV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까웠다. 오히려 SUV 같지 않아서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단과 SUV 중간에서 단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BMW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만든 2세대 X1은 그 단점을 보완했다. 체구와 공간을 비약적으로 넓혔다. 전륜구동 플랫폼이 공간 뽑기 수월한 까닭이다. 2세대 X1 출시 때 관계자마저 인정했다. 1세대에서 아쉬워한 부분을 대폭 해소했다고. 플랫폼 바꿔 만든 X1은 얼핏 보면 X3가 떠오를 정도였다.
덕분에 2세대 X1은 이성적인 SUV로 성장했다. 전 세대는 취향 확고한 모델로 인식됐다. 크기와 공간이 아쉽지만, 어딘가 끌리는 요소가 선택하게 하는 차. 반면 2세대는 SUV로서 기대하는 바를 하나씩 수용했다. 보다 당당한 외관과 넉넉한 실내. 엔트리 SUV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인테리어 질감도 보완했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대폭 늘었다. 즉, 많이 팔고 싶은 욕망을 담았다.

그러면서 의구심도 잠재웠다. 전 세대는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이었다. SUV지만 운전할 때 민첩했다. 플랫폼이 전륜기반으로 바뀌며 주행 질감이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공간을 얻는 대신 주행 재미를 잃진 않았을까 하는. 합당한 의심이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시골길을 달리며 의심을 털어냈다. 전륜구동 기반이지만 사륜으로 희석시켰다. 잘 버티고 잘 달렸다. 탄력적이었다. 더불어 새 플랫폼의 역량도 확인했다. 보다 성숙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 개성이 보다 성숙해진, 미니 컨트리맨
미니 컨트리맨 역시 2세대로 바뀌었다. 역시 BMW 전륜구동 플랫폼을 썼다. 2세대 X1과 얻는 이점도 비슷했다. 더 커진 차체와 공간. 미니 고급화 전략에 따라 외모와 실내도 보다 점잖아졌다. 그럼에도 미니라는 브랜드가 희미해지진 않았다. 전 세대의 발랄함은 덜어냈지만 여전히 미니다운 개성은 훼손하지 않았다. 미니 컨트리 타이머 같은 기능이 증명한다.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난이도를 기록해 오프로드 주행시간 및 빈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재치는 미니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하게 한다. 더 커지고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2세대 미니 컨트리맨의 주행 질감은 2세대 X1과 유사하다. 과거처럼 하체를 고집스레 조이기만 하지 않았다. BMW 전륜구동 플랫폼을 토대로 보다 성숙한 느낌을 표현했다. 딱딱한 느낌은 옛말이다. 약간 긴장감을 주는 선에서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성격으로 조율했다. 그럼에도 미니 컨트리맨을 일반적인 SUV처럼 고르긴 힘들다. 즉, 미니라는 브랜드와 교감할 수 있는 접점이 중요하다. 그 지점은 언제나 감성 영역에 속한다.

플랫폼을 공유하며 두 모델은 공통적으로 성숙해졌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다르지만 주행 질감도 공통분모가 생겼다. 그럼에도 둘은 여전히 다르다. 2세대 X1이 보편적 기호를 자극한다면, 2세대 미니 컨트리맨은 여전히 날선 취향을 요구한다. 같은 곳에서 출발해 다른 지점을 향해 나간다. 그러면서도 또 ‘뼈대’는 못 속이는 모습도 보인다. 플랫폼이 같기에 변화가 더 흥미롭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