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나 MPV의 트렁크 부분을 키운 차들이 하나둘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공간 활용성을 앞세운 트렁크 확장형 차들이 틈새 모델로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세상은 넓고 틈새는 많다. 자동차회사들은 새로운 차종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틈새 모델을 개발해왔다. 세단과 SUV, 해치백과 왜건 등 자동차의 형태는 특정한 틀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전통적인 차종을 섞어 변형하는 쪽으로 틈새 모델을 개발했다. 이런 변형 모델만 틈새는 아니다. 시장에 따라서 비인기 차종이라 판매 모델 수가 적다면 전통적인 차종도 틈새 모델이 될 수 있다. 픽업은 미국에서는 흔한 차종이지만 국내에서는 틈새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있는 세단도 다른 나라에 가면 틈새 모델 취급을 받는다.
틈새 모델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대체로 틈새 모델은 변종 차종이거나 비인기 차종이 대부분이다. 변종은 익숙하지 않아서, 비인기 차종은 애초부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성공의 기준도 전통적인 차종과는 다르다. 그리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전통적인 자동차에 쏠린 수요를 조금만 가져와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메르세데스-벤츠 CLS 같은 4도어 쿠페나 BMW X6 부류의 쿠페형 SUV 등은 국내에서 자리 잡은 틈새 모델에 속한다.
국내에도 여러 틈새 모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자동차시장은 포화상태여도 새 차를 계속 팔아야 자동차회사들이 살아남는다. 틈새 모델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다. 반응이 없어서 실패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잘 정착시키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혁신과 도전 이미지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틈새 모델은 끝이 없다. 나올 차종은 다 나왔을 것 같지만 자동차회사들은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앞세워 새로운 틈새 모델을 내놓는다. 요즘 국내에 서서히 차종이 늘고 있는 틈새 모델은 트렁크 확장형 자동차다. 원래 있던 기본 모델을 트렁크 부분을 늘려 짐 공간을 넓혔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다. 티볼리 기본형의 뒤를 늘려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티볼리의 길이와 휠베이스는 각각 4205, 2600mm. 티볼리 에어는 휠베이스는 같고 길이는 4440mm로 235mm 길다. 늘어난 뒷부분의 모양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기본형 티볼리보다 공간활용도가 높다는 점은 확실하다. 시장에서도 이 점을 인정받아서 반응이 꽤 괜찮다. 2016년 3월 처음 선보인 티볼리 에어는 2017년 1만7000대 남짓 팔렸다. 티볼리 전체 판매량 5만5000여 대 중 3분의 1 정도가 티볼리 에어다. 가족용으로 티볼리를 타기에는 공간이 조금 부족했던 사람들이 티볼리 에어를 선택한다. 티볼리의 높은 인지도도 에어 모델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국산 트렁크 확장 모델은 티볼리 에어가 처음은 아니다.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는 2013년 싼타페의 롱휠베이스 모델로 선보였다. 티볼리와 다른 점은 길이만 아니라 휠베이스도 늘렸다. 길이는 4915mm로 싼타페보다 225mm, 휠베이스는 2800mm로 100mm 길다. 3열 공간도 7인승 SUV 중에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미니밴 대용 SUV로 꾸준한 수요를 유지했다. 베라크루즈 단종 이후에는 현대차 대형 SUV 역할도 해냈다.

최근 올해 판매할 신차를 한 자리에서 선보인 폭스바겐은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소개했다. 티구안 기본형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215, 110mm 길다. 2열 레그룸은 기본형보다 60mm 여유롭다. 트렁크 공간도 145L 크다. 유럽에서는 올스페이스 7인승도 나오는데, 국내에는 우선 5인승만 선보인다. 국내 수요가 있으면 7인승을 들여올 계획이다. 티구안이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서 올스페이스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
보통 트렁크가 짧은 모델이 기본이고 확장이 가지치기 모델을 여긴다. 시트로엥 C4 피카소는 반대다. 7인승인 그랜드 피카소가 기본형 5인승보다 더 많이 팔린다. 그랜드 피카소는 미니밴과 비슷하지만 미니밴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5인승 피카소도 MPV의 한 종류지만 SUV도 아니고 미니밴스럽지도 않아서 포지션이 좀 애매하다.

BMW 액티브 투어러도 MPV 장르에 속하는 차다. 해외에서는 시트로엥 C4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5인승과 7인승 두 가지 모델로 나온다. 7인승은 그란 투어러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국내에서는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들여오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주로 MPV 분야에 이런 기본형과 확장형 모델이 많다. 같은 차라도 가족 수나 용도에 맞춰 길고 짧은 차 중에 고를 수 있다.
SUV나 MPV의 트렁크 확장 모델은 공간 활용성이 기본형보다 우수하다. 3열도 설치할 수 있어서 많은 인원 수송에 유리하다. 단점도 없지 않다. 대형급이 아니라면 3열 공간이 비좁아서 3열 좌석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디자인을 아주 잘 다듬지 않는 이상 뒤만 잡아 늘인 어색함이 호감도를 떨어뜨린다. 뒤가 길어진 만큼 주행 안전성이 기본형보다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차들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차들이다. 디자인이 좀 어색해도, 극한 상황에서 안정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일반 주행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지금 전 세계는 SUV 열풍이다. SUV 보급이 늘면 새로운 SUV를 찾는 수요가 늘기 마련이다. 트렁크 확장형 SUV는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킬 특성을 보였다.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앞으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유럽형 MPV도 국내에서 수요는 많지 않아도 원하는 차종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뒤가 긴 7인승은 덩치 큰 미니밴 대신 찾는 사람들이 꽤 되지만 차종이 너무 제한적이다. 국내 시장은 국산차와 수입차 합쳐서 판매 차종이 많아 보이지만 은근히 구멍이 많다. 이제 트렁크 확장형 차들이 그 구멍을 메울 차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