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장동건과 3년 만에 다시 뛰는 아우디
‘슈츠’ 장동건 vs 아우디 (2)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잘못과 오해를 넘어서 새로운 반전을 꿈꾸는 일. 그건 아마도 많은 질곡을 겪는 스토리들이 꿈꾸는 좋은 결말이 아닐까. 아마도 디젤게이트를 겪은 아우디의 심정이 그럴 게다. 단지 당장의 고비를 넘기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새로운 비전으로 나가는 길. 아우디가 꿈꾸는 반전의 좋은 결말은 가능할까. 드라마 <슈츠>의 주인공 최강석(장동건)과 처한 상황과, 그가 이 드라마 속에서 타고 있는 아우디가 꿈꾸는 반전의 묘한 평행이론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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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KBS 드라마 <슈츠>는 유명한 미드 원작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강&함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 최강석(장동건)이 천재지만 흙수저인 고연우(박형식)를 자신의 어시스턴트로 고용해 기회를 주고, 두 사람이 함께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가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브로맨스’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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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이하 강) : 법정에 서기도 전에 이기는 싸움을 만들어 버린다는 ‘전설의 변호사’ 최강석(장동건)이 달라지고 있다. 반환점을 돌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슈츠>에서 최강석은 검사시절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바로잡는 ‘재심사건’으로 후반부 흐름을 잡았다. “변호사는 사건만 볼 뿐, 사람을 봐서는 안된다”는 최강석이 ‘사람’을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도 경계했던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말을 오히려 자신을 보조해주는 고연우(박형식)로부터 듣는다.

정덕현(이하 정) : 그런 점에서 보면 최강석과 고연우라는 두 인물이 관계를 맺으면서 담게 되는 성장드라마가 특이한 면이 있다. 애초에는 강&함이라는 로펌의 에이스인 최강석이 스펙 없는 고연우를 기용해 성장시키는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승리에만 집착하는 최강석을 공감능력이 뛰어난 고연우가 오히려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이야기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강 : ‘입체적 인물’인 최강석은 천재이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인턴 변호사 고연우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에게 동화 되는 모습을 보인다. 고연우가 능력 있는 변호사로 성장해 가는 속도에 맞춰 최강석 역시 꾹꾹 눌러 놓았던 ‘인간미’를 되찾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강석은 <슈츠> 초반부에서 법률비서 홍다함(채정안)에게 “딱 나인데, 내가 아닌” 인물을 어시스트 변호사로 뽑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만난 고연우는 결국 최강석의 ‘또 다른 나’였던 셈이다.

정 : 마치 고연우가 최강석의 초심을 일깨우는 인물 같은 그런 느낌이다.



강 : 흥미로운 건 드라마의 이런 반전과 성장의 이야기가 묘하게 아우디와 평행이론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강석의 성격 변화는 그를 감싸던 또 하나의 수트(suit), 아우디에도 변화의 단초를 던진다. 잘 알다시피 아우디는 지난 몇 년간 ‘디젤 게이트’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심기일전 끝에 ‘돌아온’ 아우디는 그러나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정 : 굉장히 흥미로운 분석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재심사건’ 부분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미드 원작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국내의 정서와는 어떤 괴리감을 주는 부분이 분명 존재했는데, ‘재심사건’은 법조계의 과오를 담고 있고 이를 청산하려는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면이 있었다. 그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최강석이 과거 검사시절 자신도 모르게 누락된 증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10년 넘게 감옥에서 지내게 된 걸 뒤늦게 알게 되는데, 하지만 그는 이를 덮고 넘어가기보다는 바로잡는 선택을 한다. 그것만이 좋은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현재로부터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는 주제를 보여주는 이 내용은 지금 우리들이 또 아우디 입장에서도 곱씹어보게 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강 : <슈츠>에서 최강석(장동건)은 폭발적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스포츠카 ‘R8’을 애마로, 유려한 곡선이 매혹적인 프리미엄 쿠페 ‘A7’을 업무용으로 사용한다. 아우디 ‘A7’은 최강석의 재심사건을 다룬 9, 10회 방영분에서 여전한 아름다움을 뽐냈지만, 이전의 냉기 도는 모습과는 뭔가 달라 보였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던 그가 내면의 커다란 상처를 꺼내 보이는 시점에 맞춰,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아우디의 각성이 오버랩 됐다.

정 : 실제로 아우디에서 어떤 새로운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강 : 아우디코리아의 본사인 아우디 AG는 지난 2일 연례 총회에서 브랜드 미래 전략인 ‘아우디. 진보. 2025.’(Audi.Vorsprung.2025.)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아우디 전체 판매물량의 33%(80만 대 이상)를 전동화 차량으로 채우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20종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아우디가 판매하는 전 모델에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트림을 투입하는 계획도 있었다. 드라마 속 최강석의 업무용 차량 A7에도 전기차나 PHEV 트림이 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아우디의 첫 번째 양산형 순수전기차 ‘아우디 e-트론’이 올해 출시되고 내년에는 ‘e-트론 스포트백’을 출시하기로 했다. 고성능 전기차인 ‘e-트론 GT’는 그 이듬해 출시되고 프리미엄 소형 전기차 모델도 2020년 공개 될 예정이다.



정 : 그런 점으로 보면 아우디가 내놓은 청사진과 <슈츠>라는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묘하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슈츠>에서 장동건이 연기하는 최강석이라는 인물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최강의 승률을 자랑하는 에이스 변호사다. 하지만 잘 나가는 그 화려함 뒤에 감춰진 오점이 있었다는 것이고,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오점은 ‘성공’에만 집착하는 데서 생겨난 것이었다는 점이다.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걸 바로잡기 위해 현실적 위험을 감수하는 건 미래로 나가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강 : 이 같은 청사진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달 6일 아우디 판매 재개에 맞춰 마련된 기자 간담회에서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그룹 총괄 사장은 “브랜드 전략에 따라 e-트론이 먼저 나올 예정이고 매년 새로운 친환경차가 투입된다. 한국에도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아예 이날 간담회에 ‘변화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라는 부제를 달기도 했다.



정 : ‘변화’나 새로운 ‘비전’은 최근 들어 성장주의로만 달리다보니 놓치고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반성으로 지금 현재 사회 곳곳에서 추구되기 시작한 가치가 됐다. 그래서 최근의 드라마들을 보면 그 기저에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이야기가 깔려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슈츠>라는 드라마가 미드 원작이면서 국내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정서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미드 원작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통합’의 가치를 주로 내세웠지만 우리는 과거의 청산과 초심을 찾는 이야기로 이를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강 :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의 여파로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8월부터 차량 판매가 중단됐던 아우디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고, 사실은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디젤게이트는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남겠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 전환을 앞당긴 결정적 불씨가 됐다고 역사에 기록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우디의 자매 브랜드인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다. 4월 18일 폭스바겐코리아도 별도의 기자 간담회를 갖고 “단순히 판매를 재개하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극장 개봉 이벤트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로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재개봉이 아닌, 완전한 신작 개봉”임을 강조했다.



정 : 아우디만이 아니라 친환경 시대에 맞춰진 자동차들의 변화는 이미 예고된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비전보다 그걸 어떻게 실제로 실행해나가는가 하는 점일 게다. 드라마 <슈츠>에서 최강석이 그 현실적인 불이익 때문에 로펌 사람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그런 모습만이 ‘현재로부터의 새로운 결말’ 즉 해피엔딩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 <슈츠>에서 장동건은 검사 시절 자신의 잘못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를 위해 스스로 재심 청구를 이끌어 냈다. 자존심 강한 최강석 캐릭터가 12년 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재심 재판에 나서는 흐름은 대단한 반전이다. 아우디코리아가 <슈츠>에 차량을 협찬한 이유가 단지 장동건의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이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강석의 반전을 바라보는 아우디 또한 특별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속내가 읽혀졌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강희수 칼럼니스트 : <일간스포츠>에서 프로야구 기자로 출발해 에서 연예부 기자로 활약했다. 다양한 경험을 밑천 삼아 '그들'의 얘기를 열심히 들으며 자동차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 속에 담겨진 현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이고, 현재 SBS 미디어 비평 <열린TV>에서 ‘정덕현의 TV뒤집기’, KBS <연예가중계> ‘심야식담’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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