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프리미엄 스포츠 중형 세단 시장
고성능 모델을 중심으로 후광 효과를 노려라 (2)

[이동희의 자동차 상품기획 비평] 지난 칼럼에서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형 스포츠 세단들을 살펴보았다. 동급에서 영원한 벤치마크이자 최고의 위치에 있는 BMW 3시리즈, 고급스러움과 고성능 모델을 활용한 후광효과로 젊어진 벤츠를 대변하는 C 클래스, 국내에는 아직 판매가 재개되지 않았지만 콰트로와 버츄얼 콕핏이라는 전자식 계기판 등으로 분명한 영역을 만들었던 아우디 A4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기준이 되는 BMW 3시리즈에도 후륜 구동을 바탕으로 한 X-드라이브라는 AWD를 제공하지만, 이 시장은 후륜 구동이 주는 조종성과 균형감을 바탕으로 운동성능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벤츠가 C 클래스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 등 다양한 보디에 C63 AMG 모델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C43 트림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수입차 시장에는 재규어 XE, 렉서스 IS와 캐딜락 ATS 등이 비슷한 콘셉트로 자리하고 있다. 이중 캐딜락은 고성능 버전인 ATS-V를 가지고 있으며 모터스포츠에 CTS의 디자인을 활용한 스톡카 레이스를 지원하는 등 가장 유럽 회사와 비슷하지만, 동급에서 판매량으로 가장 많은 디젤 엔진이 없고 본격적인 고성능차 마케팅이 빠져 힘을 쓰지 못한다. 이는 재규어도 마찬가지로 M3와 대등하게 경쟁할 모델이 XE에는 없다. 렉서스 IS는 과거 고성능 버전이 있었지만 지금은 실내외를 다듬은 디자인 패키지만 있으며, 브랜드의 자부심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어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 다들 주력으로 나서기에는 힘든 모델이라는 점이 독일 회사의 독주를 막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 시장에 들어온 국산차는 제네시스 G70과 기아 스팅어다. ‘국산차가 저런 유명 모델하고 경쟁이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나라에서의 평가 뿐 아니라, 판매가 시작되기 전 해외 매체의 시승기와 롱 텀 테스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팅어는 북미 올해의 차 최종 3대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실제로 미국에 먼저 판매를 시작한 스팅어의 경우 올해 4월까지 5,293대가 팔려 월 평균 1,324대가 도로에 나왔다. 이는 4월까지 국내에서 합계 1,863대, 월 평균 466가 팔린 것과 비교할 때 꽤 선전한 경우다.

물론 BMW가 3시리즈와 4시리즈를 합쳐 26,613대, 평균 6,653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20% 수준으로 작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는 스팅어 2.2 디젤 모델을 판매하지 않지만, 3/4시리즈에는 왜건과 쿠페, 컨버터블 등 다양한 보디 형태와 M3/M4 같은 고성능 버전까지 있어 직접적인 판매량 비교는 맞지 않다. 그럼에도 기아 브랜드를 달고 나간 스팅어가 판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세그먼트 1위의 20%까지 시장을 차지한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G70의 평가도 비슷하다.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은 중동과 미국 등 일부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아마도 브랜드 첫 SUV인 GV80이 나올 시점을 즈음해 유럽 등으로 판매를 확장하겠지만, 미국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에도 350개의 일정한 수준을 갖춘 딜러에서만 제네시스를 팔고 있는데 이를 100개로 줄여 독립된 판매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제대로 된 고급 브랜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물론 이 또한 GV80이 런칭하는 시점이 되리라는 전망인데, G70같은 엔트리 모델이 브랜드 확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 언론 등의 평가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G70은 여러 시승기를 통해 BMW 3시리를 정밀하게 겨냥했으며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인 알파로메오 줄리아는 긴장해야 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모델 개수가 적은 제네시스 입장에서는 G70이 성공해야 향후 브랜드 안의 다른 모델로 업그레이드 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수입 경쟁 모델과 비교할 때 G70이나 스팅어 모두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엔진 출력을 놓고 비교해도 기본형인 2.0T 모델이 255마력을 내는데, 아우디 A4나 캐딜락 ATS 등이 비슷한 출력을 낼 뿐 BMW나 벤츠의 2.0L 가솔린 엔진은 180마력대의 출력을 낸다. 흔히 말하는 제원상 수치도 그렇다. 스팅어는 동급에서 가장 큰 차체로 실내 공간은 물론 트렁크 등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얼마 전 발표한 2019년형 스팅어의 경우 기본형인 2.0 터보 프라임이 3,570만 원부터 시작하고, 3.3L 터보 엔진을 얹은 GT의 경우 5,030만 원에 AWD(250만 원)와 와이드 선루프(80만 원)을 옵션으로 달면 5,360만 원이다. 370마력에 AWD를 얹은 동급 모델로는 벤츠 C43 AMG 4매틱 모델로 3.0L 바이 터보 엔진을 달고 367마력을 낸다. 물론 값은 훌쩍 올라가 8,740만 원이 된다.

G70은 어떨까? 올해 4월까지 모두 4,816대가 팔렸고 월 평균으로 보면 약 1,204대다. 판매량에서는 스팅어의 3배 수준이지만 3시리즈의 6,292대나 벤츠의 5,153대와 비교할 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 위에 설명한 것처럼 4도어 세단 보디인 G70을 역시 세단 보디를 가진 수입차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벤츠는 C 클래스 세단 4,651대, BMW는 3시리즈 세단을 4,693대를 팔아 거의 비슷하다. 왜건 등 보디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쿠페나 컨버터블 등 좀 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가지치기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다.



가격을 살펴보면 기본형인 2.0T 어드밴스드 모델이 3,7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스팅어와 비교할 때 180만 원이 높은데 추가되는 장비에는 풀 LED 헤드라이트와 조수석 전동 시트, 9 스피커 등이다. 반면 스팅어는 G70과 비교할 때 2존 에어컨이 아닌 3존 에어컨이 기본으로 포함되고, 각각 100만 원인 스타일 패키지와 컴포트 패키지를 더하면 200만 원이 올라가 G70 보다 20만 원이 더 비싸지만 G70 기본형과 같은 장비에 뒷좌석 열선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최고급형인 3.3T 스포츠 슈프림은 기본 차 값이 5,180만 원이고 AWD인 HTRAC과 와이드 선루프는 값이 같아 이 둘까지 더하면 5,510만 원이 된다. 이 상태에서도 벤츠 C43과 3천만 원 이상 차이나는 것은 충분한 메리트가 된다.

스팅어 GT와의 차이는 전용 퀼팅 나파 가죽 시트와 블랙 스웨이드 헤드라이너 등이다. 하지만 GT가 고속도로 주행 보조 같은 운전자 보조 기능이 기본인 반면 G70은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2(160만 원)를 선택해야만 한다. 결국 같은 옵션을 갖추면 G70의 최종 가격은 5,670만 원이 되어 값 차이는 310만 원으로 벌어진다. 이쯤 되면 스팅어에 별도 커스터마이징 옵션인 리얼 카본 & 알칸타라 패키지(275만 원)를 넣거나 250만 원인 독일 BBS의 알루미늄 휠을 선택해 더욱 스포티하게 꾸밀 수 있다.

사실 현대자동차 그룹 안에서 두 모델의 포지션은 완전히 다르다. 브랜드의 시작부터 프리미엄 마켓을 추구했던 제네시스와 기아의 마케팅 전략 차이가 차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또한 상품으로써 두 모델은 접근 방법이 다르다. 5도어 형태의 세단 형식을 가진 스팅어와 전통적인 4도어 세단 형식인 G70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같은 브랜드 안에 있었다면 되레 스팅어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 세단인 3시리즈보다 더 스포티하고 비싼 BMW 4시리즈나 아우디 A4 보다 비싸게 팔리는 A5와 같은 위치에 놓였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스팅어는 가격대비 가치에서 더 가산점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브랜드 전략에 대한 것이다. 제네시스는 2015년 현대자동차에서 브랜드를 분리하고 전문 시승 및 상담이 가능한 강남 센터를 만들거나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마켓 공략에 필요한 차별화 전략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한편 기아는 이번 2019년형 스팅어에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통해 더욱 스포티하게 차를 바꿔 내놓았다. 게다가 온라인 마케팅 등에서 뒷좌석 공간 등 G70 대비 장점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강조했다.

브랜드 차원에서 접근하는 제네시스와 차 단위에서 이미지를 만들려는 스팅어 중 어느 쪽이 더 장기적으로 성공할까? 실제로 180만~310만 원이 더 비싸고 차의 크기도 작은 G70이 스팅어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만큼의 가격 차이를 메울 정도로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차이를 소비자들이 알기 때문이다. 결국 스팅어는 브랜드 차원에서 디자인에서부터 묻어나오는 스포티함을 더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티함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든 BMW와 프리미엄 이미지에 스포티함을 더한 벤츠의 사례를 참고해 꼼꼼한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이동희 칼럼니스트 :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시작해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다. 수입차 딜러에서 영업 지점장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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