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선택한 차, 기아차 K3

매년, 매월 신차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에서 나에게 ‘딱’ 맞는 차를 고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 디자인, 성능, 안전성, 편의성 등 따져볼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 그렇다면 나이 서른, 자동차전문기자로 일한지 4년 차인 나는 과연 어떤 조건으로 첫차를 골라야 하나?



◆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를 불러야 할 때라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아니라 생각했다. <이등병의 편지>가 내겐 더 맞을 거라고 믿어왔다. 내 청춘은 그저 20대에 머물러 있을 줄만 알았으니…. 하지만 어느덧 내 나이 앞자리에도 ‘3’이 찾아왔다. 아직 청춘이라고 외치긴 하지만, 앞자리의 변화 때문인지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리고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다.

26살 후반에 자동차전문기자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차가 좋아 무작정 시작했던 일이다. 무엇보다 많은 차를 타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나를 설레게 했다. 물론 자동차전문기자라는 직업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글을 써야했고,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갖춰야 했다. 운전은 기본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때는 선배들에게 깨지기 부지기수였다.



자동차 관련 일을 하지만 사회초년생인 나에겐 정작 차가 없었다. 벌어 놓은 돈도 없고, 얼마 되지도 않는 연봉 믿고 할부로 차를 지를 수도 없었다. ‘카푸어’의 길만은 피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차를 얻어 타긴 했으나 눈치가 보였고, 무엇보다 내 명의로 된 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애착이 가지 않았다. 온전한 ‘내 차’를 갖고 싶었다.

매형이 차를 바꾼다는 소식이다. 새 차를 뽑으면 타던 차를 나에게 내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 매형 덕에 드디어 나에게도 차가 생겼다. 2009년식 대우 ‘토스카.’ 업무 상 많이 타서 그런지, 누적주행거리가 꽤 높긴 하다. 19만 킬로미터. ‘그 정도면 폐차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주변에서 말이 많지만, 상관없다. 몇 군데 흠집 난 것을 제외하면 겉은 말끔했고, 달리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 이름으로 된 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리고 이 차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고 있어 회전질감이 아주 끝내준다. 나이깨나 먹은 차이기는 해도, 요즘 나오는 웬만한 4기통 가솔린엔진보다 훨씬 조용하고 부드럽다. 어쨌든 만족하면서 잘 타고 있다.



◆ 자동차는 남자의 로망

자동차전문기자 생활 4년 차. 아직도 타봐야 할 차가 많지만, 그래도 나름 꽤 많은 차를 경험했다. 호화 럭셔리 세단부터 스포츠카, 대형 SUV, 그리고 아담한 경차까지. 다양한 차를 타면 타볼수록 갖고 싶은 차도 점점 는다는 게 문제다. ‘인간의 욕심엔 끝이 없다’라는 말이 맞나 보다. 늙어서 잔병치레 많은 토스카보다 혈기왕성한 신차가 갖고 싶어졌다. 큰돈은 아니지만 3년 동안 꾸준히 넣은 적금을 깨고 할부금융서비스까지 받는다면, 신차구매를 고려해 봐도 될 것 같다. 결국 카푸어의 길을 택했다….

물론, 차는 비싸고 클수록 좋다는 건 알지만, 현실의 문제다. 주머니사정에 맞게 골라야 하고, 앞으로의 사용성을 생각해 선택해야 한다. 차급은 준중형 정도에 문은 기본으로 네 짝이 달려야 한다는 게 내 현실에 맞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젊기에 쿠페 스타일 등의 스포츠카에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문 두 짝 달린 차와 최근에 나온 문 세 짝짜리 차가 눈에 자꾸 밟힌다. 하지만, 토스카를 타봐서 안다. 문 네 짝의 편리함을. 뒤에 탑승객을 태우거나 짐을 손쉽게 실으려면 뒷문은 기본이고 양쪽이 활짝 열려야 한다.

국산 준중형에선 아무래도 현대 ‘아반떼’가 독보적이다. 운동성능도 꽤 출중한 스포츠 모델도 갖추고 있어 분명 좋은 선택지다. 그래서일까? 국내 도로 위엔 아반떼 천지다. 상품성이 좋은 건 알겠지만, 그래도, 흔한 렌터카 분위기를 내고 싶지는 않다.



◆ 나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책임질 K3!!!

최근에 타본 기아 신형 K3는 준중형은 ‘아반떼가 최고야’라는 생각을 잊게 했다. 6년 만에 2세대로 거듭난 K3는 제대로 된 진화를 보여줬다. 잘생긴 얼굴에 탄탄한 달리기실력, 그리고 연료효율성까지 좋았다. 안전성과 편의성은 말할 것도 없다. 따지고 보니 내가 원하던 조건에 거의 딱 들어맞는 차다. 모든 옵션을 다 넣어도 2천만 원 초반에 형성되는 가격, ‘리틀 스팅어’라고 불릴 정도로 스포티하고 섹시한 디자인, 문 네 짝에 차급치곤 넓은 실내공간까지.

사실 맨 처음 신형 K3에 무단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그냥 무미건조한 효율성 좋은 준중형차겠구나”라며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다.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무단자동변속기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예상과 달랐다. 대개 무단변속기는 가속 시 약간 헐거운 느낌이 있는데, K3에 들어간 IVT 변속기는 짱짱하게 힘을 제대로 전달했다. 수동모드로 바꾸면, 그럴싸한 변속충격도 느끼며 운전의 맛을 더욱 맛깔스럽게 할 줄도 알았다.



아무래도 자동차전문기자로 일하다 보니 운전이 재밌는 차에 끌리기 마련이다. 신형 K3가 보여준 탄탄한 주행실력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의 국산 준중형차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그런 주행느낌이었다. 모든 부분이 일취월장했다. 더욱이 경차에 버금가는 연비(복합연비 15.2km/L)까지 갖춰, 자동차 할부금을 갚느라 허리띠를 조여 맬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첨단 안전사양은 웬만한 프리미엄급 세단을 넘어선다.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후측방충돌경고, 운전자주의경고, 스마트크루즈컨트롤, 하이빔보조, 급제동경보시스템, 일곱 개의 에어백, 시트벨트프리텐셔너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풍성하다. 이렇게 다양한 첨단 안전장비가 미연의 사고를 막아주겠지만, 만약 충돌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도 고장력 강판을 확대 사용한 튼튼한 차체골격이 탑승객을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K3는 총각인 지금 타기에도 문제가 될 게 없고, 1년 뒤 결혼해도 거뜬하며, 2년 뒤 아기를 낳아 키울 때도 넉넉한, 나에게 딱 맞는 차다. 아마 이런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대부분 사회초년생이 중요시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신형 K3는 대만족이다. 적당한 가격대에 실질적인 구매자가 원하는 구색을 골고루 갖췄다. 모름지기 멋스러운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리틀 스팅어라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날이 선 디자인.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진 준중형차이긴 해도 운전자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줄 필요는 있으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정환(<오토엔뉴스> 기자)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