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켓을 분명히 하고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동희의 자동차 상품기획 비평]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한국GM 사태였다.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은 군산공장의 폐쇄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 나온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이쿼녹스 데뷔 전까지, 주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준중형 세단 크루즈도 결국 그 자체만으로는 기본기가 좋은 상품이지만 타사 동급 모델들과의 비교에서는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부족이 판매 저하의 발단이 됐다. 제품 자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월 초 부산 모터쇼에서 공개한 이쿼녹스는 어떨까? 쉐보레 입장에서는 현재 인기 높은 중형급 SUV 시장에 완벽한 새 차를 내놓은 셈이니 어느 정도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먼저 정확한 정의가 필요한 것은 과연 이쿼녹스가 어느 시장을 공략하느냐는 점이다. 국산 SUV 시장은 현대 코나와 쌍용 티볼리, 기아 스토닉, 르노삼성 QM3와 쉐보레 트랙스가 속한 컴팩트 급이나 기아 모하비와 쌍용 G4 렉스턴, 현대 맥스크루즈가 속한 대형급은 차의 크기나 가격에서 명확하게 다른 세그먼트와 구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형/중대형은 조금 복잡하다. 현대나 기아처럼 투싼/싼타페, 스포티지/쏘렌토로 명확하게 두 모델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는 반면 쌍용처럼 중형급인 코란도C만 있는 회사도 있다. 르노삼성은 QM6로, 쉐보레는 배기량이 큰 캡티바가 있긴 하지만 차체 크기에서 이쿼녹스와 차이가 크지 않고 출시된 지 오래되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결국 새로 나온 이쿼녹스는 QM6처럼 하나의 차종으로 양쪽 시장을 모두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우선 중형 SUV와 비교해보자. 이 시장은 형제 차인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거의 비슷하게 팔린다. 올해 상반기 동안 월 평균 약 2,950여 대로 판매량도 비슷하다. 차체 크기는 스포티지가 5mm 더 긴 4,480mm지만 2,670mm의 휠베이스를 비롯해 많은 숫자가 같다. 이 두 차와 비교할 때 이쿼녹스는 확실히 한 등급 위라고 할 수 있다. 차체 길이는 4,650mm로 170mm가 더 길고 휠베이스는 2,725mm로 55mm 차이가 난다. 반면 이 급에서 가장 큰 쏘렌토는 차체 길이 4,800mm에 휠베이스 2,780mm이고 싼타페는 4,770mm에 휠베이스 2,760mm다. 쏘렌토와는 길이/휠베이스가 150/55mm, 싼타페는 120/35mm 차이가 나는데 이쿼녹스는 쏘렌토와 스포티지의 딱 중간 정도 크기가 된다.

다만 차이가 큰 것은 차폭이다. 투싼/스포티지가 1,850/1,855mm이고 싼타페/쏘렌토가 1,890mm인데 반해 이쿼녹스는 1,845mm여서 좁고 긴 형상이다. 길이 10cm 이상, 휠베이스 50mm 이상이 벌어질 때 다른 등급으로 나누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로 이퀴녹스는 두 회사의 차와는 다른 세그먼트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 면에서 QM6는 거의 비슷하다. 길이 4,675mm, 휠베이스 2,705mm로 이쿼녹스가 길이는 15mm가 더 짧지만 휠베이스는 되려 20mm 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미국에 판매하는 쉐보레 트래버스가 있긴 하지만 차체 길이만 해도 5,190mm에 가깝고 휠베이스도 3,070mm여서 국내 기준으로는 대형에 속하기에 차 크기만으로는 맞수를 찾기가 어렵다.

이쿼녹스의 가격은 데뷔한 이래 아직까지도 논란이다. 시장의 반응을 한마디로 줄여 말하자면 ‘비싸다’는 것이다. 몇 번 한 이야기지만 차의 가격은 수많은 구매 동기 혹은 구매 결정을 위한 조건 중의 하나다. 안전 사양이나 충돌 테스트 결과처럼 자동차를 살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이 있는가 하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뉠 수 있는 디자인이나 돈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치도 있다. 하다 못해 2열에 탄 아이가 자주 태블릿 PC를 사용한다면 충전이 가능한 USB 단자가 꼭 있어야 그 차를 사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가성비나 가격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상품성을 볼 때, 가격표에 적힌 표면 가격과 함께 확인해야 하는 것이 트림별 장비의 수준이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에서 상품 기획을 할 때는 차체의 크기와 엔진 출력, 연비 등도 모두 금액으로 환산해서 계산해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 사실 이쿼녹스는 이 기준에서 주 경쟁 모델인 QM6와 비교할 때 포지션이 애매하다. 1.6 디젤 엔진만 있는 이쿼녹스 기본형인 LS는 2,987만 원으로 QM6 2.0 dCi SE 모델의 2,770만 원과 비교할 때 217만 원 비싸다.

하지만 장비에서는 이쿼녹스 쪽이 훨씬 앞선다. 특히 첨단 안전 장비면에서 그런데 뒷좌석 승객 리마인더, 스마트 하이빔, 전방 충돌 경고, 헤드업 LED 경고,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과 차선 이탈 경고 및 유지 보조 시스템 등이다. 여기에 소리 없이 진동으로 운전자에게만 경고를 주는 햅틱 시트도 기본이다. 또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도 포함되어 값 차이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물론 QM6에는 이쿼녹스의 데님 직물 시트가 아닌 인조 가죽 시트가 기본으로 달리고 에코 모드와 스피드 리미터, 좌우 독립식 에어컨이 추가된다. 하지만 2단 리클라이닝이 되는 2열 시트와 하이패스/전자식 룸미러, 스마트 키 등이 기본으로 달린다는 점 때문에 편의 장비에서도 이쿼녹스가 앞선다. 어디까지나 기본형끼리 비교할 때 그렇다.

등급을 올려 이쿼녹스 LT 익스클루시브 모델과 QM6 LE를 모두 AWD와 선택사양을 모두 넣어 비교해 보자. 이쿼녹스는 LT 익스클루시브 기본형 값이 3,599만 원으로 여기에는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전방 주차 보조, 후방 카메라와 HID 헤드램프, 19인치 휠, 열선 스티어링 휠, 운전석 전동 시트, 앞좌석 3단 열선 시트, 4.2인치 수퍼비전 클러스터와 8인치 마이링크 시스템이 포함된다. 옵션으로 200만 원인 AWD를 선택하면 내리막주행장치도 기본으로 달린다.
QM6는 LE AWD가 3,100만 원인데, 파노라마 선루프와 루프랙이 105만 원, 하이패스와 운전석 전동시트가 40만 원, 8.7인치 스크린과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매직 테일게이트, 사각지대 경보와 전방 경보, 등이 포함된 S-Link 패키지I이 160만 원, LED 헤드램프가 60만 원으로 이를 모두 더하면 3,465만 원이 된다. 3,799만 원인 이쿼녹스와 비교할 때 뒷좌석 열선과 LED 안개등/테일램프 정도가 앞서는데 긴급 제동과 차선이탈 경보, 전방 추돌 경보 등의 장비는 RE부터 선택할 수 있어서 아예 넣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334만 원으로 가격차가 더 벌어지는데 장비의 차이가 줄어들어 이 트림부터는 QM6의 상품성이 더 좋다.

3,315만 원인 QM6 RE 4WD를 기본으로 비교하면 S-Link 패키지II가 120만 원, 사각지대 경보+전방 경보가 35만 원, 파노라마 선루프가 85만 원, 매직 테일게이트가 50만 원, LED 헤드라이트가 60만 원,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가 85만 원으로 합계는 3,750만 원으로 LT 익스클루시브 모델과 비슷해진다. 이때 QM6는 앞좌석 통풍 시트, 8스피커 3D 사운드, 이오나이저와 전동식 트렁크 오픈 등이 추가되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는 이쿼녹스의 최상위 버전인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로 가도 마찬가지인데, AWD를 합한 값이 4240만 원으로 3,510만 원인 QM6 RE 시그니처 4WD로 올라가 모든 선택 사양을 더한 값이 3,920만 원과 차이가 크다.
QM6와 비교하면 이쿼녹스는 안전장비가 충실한 기본형인 LS와 LT 트림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프리미어 등급은 가격 인상 폭이 큰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보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자동차라도 절대적으로 비싼 차는 드물다. 수억 원을 넘는다 해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값으로도 시장에서 팔리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차의 가격은 수많은 구매 동기 혹은 결정을 위한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한다. 어느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거나 낮아진다.

일단 공식 판매를 시작한 6월 한 달의 이쿼녹스 등록 대수는 385대로 많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닌, 수입 모델이기에 옵션 등 상품 구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기본형과 최상위 트림의 가격차는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나 QM6는 값이 더 저렴한 가솔린 모델을 포함해도 월 평균 판매 대수가 2,200대를 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트림을 좀 더 세분화하더라도 중간 영역을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이동희 칼럼니스트 :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시작해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다. 수입차 딜러에서 영업 지점장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

